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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May 24. 2023

친절한 콘택트

공상과학

땅보고 걷기.

생각보다는 힘든 일이다. 앞에서 다가오는 위험을 볼 수 없다. 하나의 선을 따라 걸어야 길을 따라간다. 고개를 들어 볼 수 있는 것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땅만 보고 걷는다.


어떤 영상에서 본 적이 있다. 중년 사내가 벽이나 선을 따라 바짝 붙어서 걷는 장면이었는데 그는 ADHD라 했다. 아마 ADHD의 증세 중 하나를 보여주기 위한 영상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난 그가 생각났다. 땅만 보고 걷는 내 친구 그가 생각났다.


그도 ADHD가 아닌가 생각했다. 평소의 행동을 보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걷는 모양에서 그런 걸 느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그가 그랬구나 이해가 되었다.


어느 날 그가 울고 있었다.


'절대 안 돼. 죽이면 안 돼'

'물을 내리면 초파리가 죽는단 말이에요.'


그는 한 친구와 실랑이 중이었다. 세면대에 있는 초파리가 물을 틀면 떠내려갈 것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난 그냥 그래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의 눈물을 보고 정말 걱정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친구는 휴지에 초파릴 잡아 밖에 풀어주겠다 하였다. 그래도 그는 걱정을 놓지 않았다. 혹시라도 친구가 휴지를 힘주어 초파리가 죽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초파리를 잡은 두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야외에 풀어주었다. 초파리가 날아갔는지 아니면 그냥 땅에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너무 작은 생명체기에 그날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초파리가 사라지고 휴지만 남아있는 것을 보고 짐작할 뿐이었다. 작은 생명체 초파리는 우리의 존재를 인지하기는 했을까. 우리의 친절을 고마워했을까.


난 그 친구에게 물었다.


'초파리 일뿐인데 왜 그러니?'

'아무리 그래도 죽으면 너무 불쌍하잖아'

그 친구가 말했다.


평소 모기도 잡지 못하게 하는 그 친구의 성격을 볼 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때론 네가 걸어 다니면 바닥에 있는 개미도 죽일 수 있잖아.'

친구의 모순적이고도 위험한 행동에 대해 난 따져 물었다.


'그래서 내가 걸으면서 바닥보고 얼마나 조심하는데.'


그렇다. 그는 ADHD가 아니었다.

그냥 개미들에게는 친절한 외계인 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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