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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Mar 30. 2020

왜 한국은 미국보다 신약출시가 느릴까?

신약, 보험, 그리고 평균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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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경구용 항암제인 Olaparib (올라파립)은 미국 FDA로부터 BRCA 변이가 있는 유방암 대상으로 적응증을 얻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도 승인되었다. 1년 반이 지난 2019년 10월에서야 올라파립은 한국에서도 적응증을 얻었다.


왜 한국은 미국보다 신약 출시가 느릴까?


제약회사들의 매출

신약 출시와 그 신약의 성공 여부는 제약회사들의 매출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제약산업 매출의 대부분은 미국 시장에서 발생한다. 미국의 FDA는 약물의 효과와 안정성만을 규제하고 가격을 규제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제약회사가 가격을 자기 마음대로 붙일 수 있다. 2017년 제약회사 전체 수익의 33%가 미국에서 발생했고 그다음으로 많은 22%가 유럽의 15개의 나라, 그리고 10%가 중국, 9% 일본 순으로 발생했다. 사실 이 퍼센티지도 오리지널 신약과 지네릭이 구분이 안 돼있어서 오리지널의 매출로만 따지면 미국의 비율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보험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과 미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보험제도이다. 미국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보험을 들어야 하며 노인과 빈곤층에게만 국가보험이 제공되고 있다. 국가 보험을 가진 나라들의 경우 국가기관과 제약사간의 협상을 통해 기존 치료 대비 신약이 가져오는 효과와 비용이 충분히 분석되고 가격이 결정된다.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 미국은 그나마 제공되는 국가보험 기관들마저 제약회사들과 가격을 협상할 수 없다.


국가 입장에서는 어떠한 국민이라도 사용하게 될지 모르는 이 약의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일지 분석해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미국에선 비용을 시장의 원리에 맡긴다.


만약에 제약회사가 신약 A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약을 미국에서 엄청난 고가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국가보험제도가 있는 유럽이나 한국에 진출을 먼저 할 필요가 없다. 국가보험제도가 있는 나라에 먼저 진출하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 출시할 때의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체 매출에도 불리하다. 약가 협상에 있어서 첫 시장에서 비싸게 받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한국 외 약가 협상을 하는 나라들은 신약이 비교적 늦게 출시되는 것이다.


신약의 가격과 출시

가격의 규제가 없기에 신약들은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다.


신약시장 수익성의 편차가 이렇게 크다 보니 신약이 출시된 이후 많은 나라들이 그 약의 혜택을 보기까지엔 시간이 제법 걸린다. 예를 들어 2008년 이후 출시된 약들 중 절반 이상이 출시된 나라는 9 나라에 불과했다. 미국은 전체 신약 54개 중 51개가 2년 안에 출시된 반면 한국에서는 고작 14개만이 출시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신약의 가격은 어떨까?


카보잔티닙 (Cabozantinib)이란 신장암에서 출시된 신약의 경우 미국에서의 한 달 복용 시 가격은 약 1200만 원에 다른다. (참조: https://www.jmcp.org/doi/10.18553/jmcp.2018.24.4.335) 한국에서 카보잔티닙이 비급여로 처방받을 경우 530만 원이고 급여화된 이후에는 약 25만 원가량이 된다. (참조: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30/2019013002273.html) 당신이 제약회사라면 어느 시장에 진출하고 싶겠는가?


신약 출시와 사회복지

그렇다면 미국 모델이 좋은 걸까? 한국 모델이 좋은 걸까?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트레이드오프가 있고 무엇을 더 중요시하느냐에 따라서 정책을 선택하게 된다.


미국 모델의 장점은 신약개발에 있어서 많은 투자와 신약들의 출시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만약 제약회사들이 미국에서 신약 출시로 인한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가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수익성이 보장되진 않지만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 수익이 보장되는 경우에만 신약이 개발될 테니 가격 규제가 생긴다면 신약 개발이 덜 될 것은 분명하다 (제약산업의 R&D 투자는 아래 글을 참고).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미국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그로 인해 전 세계가 얻는 이익은 엄청나다. 미국은 자국민들의 희생으로 전 세계 신약개발의 보조금을 높은 약가로 지불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약 출시가 늦게 되는 한국 모델에도 장점이 있을까? 물론이다. 한국 모델의 장점은 치료의 가격이 불필요하게 올라가질 않고 국민 대부분이 그 약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젊은 층은 미국의 모델이 미국 시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신약들 중에서는 크게 효과 및 상대적 비용 면에서 장점이 없는 약들도 안정성이 있고 시장의 다른 약과 비슷한 효과가 있기에 승인되는 약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 약은 과연 시장에 등장함으로써 얼마나 큰 사회 복지를 가져다줬을까? 그리고 제약산업이 가져다줄 수 있는 최종 목표인 사회복지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건강과 수명을 얼마나 더 발전시켰을까?


코리아 헤럴드에서 사용한 Statistics Korea의 국가별 평균수명을 보자. 약가가 비싼 편인 미국 시장 그리고 약가가 싼 편인 한국과 스페인이 평균 수명이 2년 이상의 차이가 나는 점이 눈에 띈다. 물론 신약이 어느 나라에 먼저 출시됐냐에 따라서 이 평균 수명이 결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신약을 위해서 비싼 약가를 지불할 텐가? 아님 신약이 좀 늦게 출시되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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