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17)
첫 번째 사이클이 잘 지나가고 두 번째 주사를 맞으러 간 날. 교수님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엑스레이상 좀 커져 보인다고 했다. 사실 엑스레이로는 폐의 암 병변의 상태를 잘 파악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허여멀건 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와이프가 요즘 기침을 좀 하는 것 같았는데 설마..
어쨌든 교수님은 원래 하려고 했던 세 사이클 후 CT촬영이 아닌 두 사이클 후 CT촬영을 하자고 하셨고 각종 부작용에 고생하던 와이프는 바로 그러겠다고 하였다.
참 걱정이었다. 이제는 표준 치료에서 정말 마지막에나 쓸만한 약 하나 정도가 남아있었고 지금까지 안 듣던 표준치료가 들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도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아직 유방암에서 안 쓰는 약이라도 이제는 써봐야 할 타이밍 같았다. 어쨌든 이 생각을 교수님한테도 와이프한테도 아직 말할 단계는 아녔었고 우리는 항상 부작용이 제일 덜 한 항암 사이클 마지막 주에 제주도를 또 향했다.
아들은 문뜩 커서 이제 혼자서 말도 타고 한 바퀴를 돌았다. 와이프와 아들이 한 팀이 되어 범퍼카를 탔고 그들이 폭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와이프는 소리를 지르면서 과속을 하였고 하마터면 가발이 벗겨질 뻔하였다. 그 모습 들은 정말 '인생에 별거 있어?' '이런 게 행복이지' 나아가서 '어디든 천국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고 나는 와이프가 내년에도 같이 제주도를 올 수 있겠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