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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Apr 21. 2020

네 번째 응급실행

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16)

아버지 환갑을 위해 서울 도심에 콘도를 예약했다. 뭔가 야심 차긴 했지만 수영장도 있고 다 같이 2박을 하며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였다. 


이번에 와이프가 쓰는 할라벤과 아피니토는 각각은 부작용이 잘 알려져 있지만 같이 썼을 때 부작용은 아직 잘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할라벤은 다른 세포독성 항암제와 부작용이 비슷하였고 아피니토는 특별히 구내염이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필이면 우리 가족이 다 모인 그날부터 와이프의 구내염이 시작되었다. 심지어 그다음 날엔 미열이 있어 보였고 일요일이어서 열어있는 약국을 겨우 찾아 체온계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서 열을 재보았다. 다행히 미열이 있었다 말았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우린 하루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원래 취지와 다르게 와이프의 컨디션 때문에 절절매다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돌아온 날 밤 와이프가 또 끙끙대기에 열을 재보았더니 39.3도. 바로 응급실을 향했다. 암환우들에게 그리고 특히 유방암 환우들의 경우 전절제 수술을 하면 팔 채혈을 못하기 때문에 발등 채혈을 하게 된다. 그것 또한 3-4주에 한 번씩 특히 이렇게 응급실까지 가게 되면 혈관은 점점 숨게 되고 채혈이 정말 괴로워진다. 와이프는 채혈이 싫어서 응급실을 가기가 싫어서 미열 정도는 나한테 숨긴 적도 있었다.


그날 또한 어설픈 인턴들의 솜씨로 발등을 4-5번 찔러댔고 내가 결국 '베테랑 간호사분들께 도움 좀 제발 받으세요'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간호사분 도움을 받아 채혈에 성공을 하였다. 와이프는 눈물을 터뜨렸고 자기는 응급실이 지옥 같다고 하였다. 다음에는 처음부터 간호사의 도움을 받게 하리다 굳게 다짐하였다. 


항생제를 맞고 잠든 와이프를 보며 나는 가져온 삼중음성 유방암 논문들을 밤새 읽었다. 새벽 6시 정도 퇴원장이 떨어져서 와이프가 눈을 뜨길 기다렸다 우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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