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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Apr 30. 2020

군중 속의 고독

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19)

내가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 꼭 참가하고 싶었던 워크숍 같은 것이 두 개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시애틀에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보스턴에서 열리는 학회였다. 


박사과정 3년 차에게 더 어울일법한 시애틀 워크숍을 참가차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약이 바뀌자마자 그것도 와이프가 전이 후 4번째 약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떨어지는 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와이프는 애써 며칠 동안이라도 걱정은 덜어놓고 사람들 많이 만나고 오라고 하였다. 


박사과정이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생활하였기에 석사 시절 학회들 이후엔 처음으로 참가하는 학회 / 워크숍이었다. 그래도 몇몇 얼굴 아는 얼굴이 보여 인사를 하였다. 이전에 본 적 있는 교수들까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니 잠시 (몇십 분 단위로) 현실을 잊기도 하였다. 와이프 말대로 너무 내가 와이프의 투병에 24/7 집착하고 살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집착 안 하고 살 수도 없지 않은가)


학회 일정이 끝나곤 4일 내내 항상 근처 펍이나 식당에서 뒤풀이가 있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 사정을 말할 수도 없는 터였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아무렇지 않지 못했던 것 같다. 어색하기도 하고 억지로 조금 오버를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선 그 오버를 또 후회하기도 하였다. 


그래도 며칠 째가 되니 룸메이트였던 친구랑은 그래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스탠퍼드 박사과정이었던 그 친구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공감을 해주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사실 나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괜히 말했나 싶기도 하였다. 나의 닫힌 마음이 쉽게 열리 지 않는 듯했고 그렇게 난 고독하게 학회를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다시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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