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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Jul 12. 2023

암에 걸리고 알게 된 보험 사기

  30세가 되어 시작한 고시 공부는 취업의 시기도 사회 진출의 시기도 늦췄다. 그에 따라 보험 가입의 시기도 늦춰졌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결정 장애와 귀여운 규모의 월급은 보험 가입을 계속 미루게 했고 결국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급하게 보험에 들게 되었다. 


 지금이야 방문객이 회사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을 하고 신분증 확인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10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는 보험 영업 직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고 주로 그들을 통해 보험에 가입했다. 그들은 과장들에게 전화를 해서 잠시만 직원상대로 상품 설명을 해도 되냐 물었고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한 당시의 과장님들은 그들의 요청을 받아주셨다. (지금은 어림도 없다. 그래서 너무 좋다.)


 그들은 열심히 근무 중인 우리를 회의 테이블로 모았다. 마치 과장에게 권한이라도 이임받은 양 당당하게 그리고 강압적으로 독촉했다. 업무에 바빠 안된다고 하면 몇 번 설득을 하다가 선심 쓴다는 듯 자신들의 영업 대상에서 제외시켜 주었다.(아오, 내 혈압~) 그렇게 삼삼오오 모인 직원들을 상대로 그들은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 광경을 그림으로 그려보라 한다면 순진한 양 떼를 잡아먹기 직전 늑대의 여유, 만족, 행복, 뭐 이런 주제가 아닐까 싶다. 세상 물정 모르는 우리는 영업의 세계에서 닳고 닳은 그들에게 아주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에 그들에게 적대적이었던 나도 그들의 설명에 흠뻑 빠져들었고 정신을 차릴 때쯤엔 이미 그들이 내민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의 방문이 1회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대전 청사 공무원들은 보험 가입을 쉽게 한다고 소문이라도 났는지 잊을만하면 사무실에서 우리를 불러다 놓고 영업을 했다. 신기한 점은 누군가는 꼭 그들의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는 것. 우리는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 그들의 실적을 올려주고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을까? 키가 큰 젊은 청년이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자신의 상품에 대해 설명했다. 죽으면 돈을 주는 보험(7천만 원)이지만 연금으로 바꿀 수도 있고, 매년 100만 원씩 증액이 되기 때문에(내가 받을 전체 금액이 매년 100 만원씩 증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사실과는 조금 달랐다.) 낮은 금리로 인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금리가 낮았기에 난 그 말에 마음을 뺏겼다. 매년 100만 원이 생기는 저축 상품이라 생각하니 가지고 있어서 나쁠 것 없어 보였다. 그에게 내가 기존에 가입한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이거보다 좋은 거 맞죠? 이거 해약할까요?라고 물었더니 씩 웃으며 답을 회피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타 상품 해지를 권하는 것은 불법이란다) 아무튼 연 100만 원에 꽂힌 나는 이전의 보험을 해약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200만 원 정도 손해를 봤다. 흑흑.. 내 돈... ㅠㅠ


 더불어 실손보험 하나와 암 보험 하나를 더 가입하고 3개의 보험 체제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매달 25만 원 가까이 자동이체 되었는데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암에 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암에 걸리고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치료비였다. 살 생각부터 해야지 어떻게 돈 생각부터 할 수 있냐고 타박할지 모르겠지만, 돈이 있어야 치료를 받고 치료를 받아야 살 수 있는 게 현실 아닌가? 다른 거야 내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돈은 내 의지와 상관없기에 난 내가 받을 보험금이 얼만지 찾아봐야 했다. 보험 약관을 한 문장도 빠짐없이 다 읽기 시작했다.


 가입한 암 보험은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내가 고등학생 때 우리 엄마가 가입한 것, 다른 하나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가입한 것 이렇게 두 개였다. 보험료는 최근에 내가 가입한 게 3배 정도 높았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오히려 1990년대에 월 5만 원이나 납입하며 가입을 유지한 엄마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차이점은 엄마의 보험에는 특약도 모두 가입되어 있다는 것. 이 특약 덕에 본 계약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 다행히 비인두암의 초기 치료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았고(200~300만 원 정도)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조금 복잡한 문제가 생겼지만 그 얘기는 지난번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runch.co.kr/@sacorps/18


 아무튼 보험금 청구과정에서 난 보험 약관을 싹 읽어보았고, 이로 인해 넓어진 보험 지식(어디까지나 보험에 문외한인 사람 기준이다)으로 내가 가입한 보험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우리 사무실까지 찾아와 현란한 말솜씨로 날 유혹한 그 보험. 바로 종신보험 말이다.


 그때 가입한 보험은 종신보험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연금 상품으로 저장이 되어있었지만 약관을 보니 종신 보험이었다. 보험 약관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내린 결론은 그 보험은 최악의 보험, 절대 가입하지 말라는 보험의 표준이었던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죽는 즉시 7천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간에 연금으로 받고 싶을 경우 연금 전환이 가능하며 그 경우 연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 매년 100만 원씩 증가한다. 그렇기에 계속 가입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꽥하고 죽었을 때 7천만 원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일정기간까지 사망보험금이 매년 100만 원씩 오르는 것이었다.(시작은 2천만 원이다. 즉 지금 죽으면 사망보험금을 2천만 원 밖에 못 받는다.) 그리고 연금 전환 관련해서도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매년 100만 원씩 오르는 것으로 산정된 그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연금 전환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연금 전환이지 사실상 해지 후 해지환급금으로 연금을 받는 것이었다. 모두들 알지 않는가? 해지하면 무조건 손해를 본다는 것을.


 물론 잘 알아보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내 잘못이다. 그렇기에 당시 보험 영업 직원을 탓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종신 보험을 연금 상품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현재 엄격히 금지되고 있고 더 이상 이런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쓰는 것이다.


 특히 사회 초년생들은 보험 상품에 대한 이해가 낮기 마련이고,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보험 회사는 손해보지 않는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즉시 회사는 이익을 확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보험 가입자는? 불행이 빨리 찾아오면 금전적 이득을 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손해 볼 확률이 높다. 전체적으로는 손해일 확률이 높다. 종신 보험은 더욱 그렇다.


 다행히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종신보험의 해악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보험 관련 지식을 공유하자면 종신 보험을 가입할 바엔 정기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종신 보험은 왜 들까? 가장이 죽었을 때 남은 가족들이 몇 년간 생활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즉 한창 일할 나이에 죽을 경우를 대비하여 드는 보험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은퇴 이후에 죽음을 맞게 되고, 그 경우에는 사망 보험금이 큰 의미는 없다.(물론 경제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런 목적으로 종신 보험에 가입하지는 않는다.)


 이런 이들을 위한 보험이 바로 정기 보험이다. 종신 보험과 달리 지정한 나이 전에 사망할 경우에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손해라고? 아니다. 왜냐하면 보험료가 너무 싸기 때문에. 월 3만 원 정도로 꽤 많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종신 보험을 들기 전에 꼭 정기 보험과 비교를 해보고,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기 바란다.


 종신 보험과 나와의 악연은 끝이 아니었다. 어느 날인가 아내가 월 30만 원짜리 종신보험을 덜컥 들어버렸다. 이야기인즉 새언니가 보험 영업을 시작했고 실적에 도움이 되는 걸 들어줘야 할 것 같아서 새로 가입해줬다고 한다.(다른 보험보다 종신보험이 그렇게 득이 된다고 한다.) 이미 딸의 실손+암 보험을 하나 들어준 것으로 아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나 보다.


 30만 원씩 20년을 납입해야 한다. 총 7,200만 원. 거의 1억이다. 아내에게 해지하고 그냥 아무 금융상품에나 넣자고 했지만 아내는 완고하다. 다양한 상품을 가지고 있을 거란다. 아내가 직장에서 일해서 번 돈, 아내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아내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하지만 마음은 쓰리다. 


 아내의 배려에도 아내의 새언니는 얼마 안돼 보험 영업을 그만두었고(그토록 원하던 팀장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보험 회사만 부자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제목이 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변명을 해보고자 한다. 10년이나 지나 입증을 할 수는 없지만 분명 홍보용 브로셔에 연금 상품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사기에는 일정 부분 나의 부주의도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사기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계약 체결의 부적정성을 주장하며 보험 해지를 신청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안타깝게도 실익이 없다. 암 발생과 동시에 납입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해지를 하나 안 하나 차이가 없다. 


 암 발병으로 보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고, 다른 사람들도 보험 가입에 좀 더 신중을 기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목을 위와 같이 정했으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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