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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약이 Oct 21. 2024

8. 모양의 중요성

시각장애인과 여러 모양들

시각장애인은 앞을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손을 뻗어 만져 봐야지만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모양인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손으로 더듬어 가며 물건을 만져 모양을 확인할 때가 맗이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모양은 색다른 상상력과 지식을 가져다준다.


‘동그라미’라고 하면 동그란 모양을 만져 본 경험으로 그 모양을 알 수 있다. 네모나 세모 같은 도형도 마찬가지다. 만져 봐야지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또, 복잡한 모양 역시 만져보지 않으면 모른다.


집 모양이 있다고 하면 그 모양을 만져 ‘아, 집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알 수 있고 동물이나 식물도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보면, 나는 곰 얼굴을 생각할 때 이렇게 생각한다.


‘동그랗고 커다란 얼굴 위에 동그라미를 반으로 나눈 것 같은 귀를 붙이고 있다’


어쩌면 다르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만진 곰은 그렇게 생겼다. 그렇기에 나는 곰 얼굴을 설명한다면 그렇게 말할 것 같다.


집도 내가 설명하면 ‘네모 위에 세모를 얹은 것’이 된다.


네모난 것은 집을 감싼 벽이고 세모근 지붕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붕이 세모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세모 지붕만을 말한 걸까? 이유는 내가 그 지붕 모양만을 만져 봤기 때문이다.


더 다양한 모양을 만졌더라면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내가 생각하는 ‘집’이란 네모난 모양에 세모가 얹어진 모양이다.


이처럼 만져본 것이 있다면 그것을 머릿속에서 떠올려 바로 알고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다.


요즘은 만지는 것이 많이 없고 거의 설명을 듣다보니 예전보다는 아는 게 많이 없다. 오히려 어릴 때 만졌던 경험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여러 물건을 만져보고, 또 다쳐 가면서 여러 모양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나처럼 다쳐 가면서까지 하라는 게 아니다.


시각장애인이 물건을 만질 때 ‘지금 물건을 만져 알아가는 구나’ 하고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역시도 주의 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만져도 된다는 생각으로 허락 없이 만지는 건 안 된다는 점이다.


서로가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 지낼 수 있는, 그런 관계로 함께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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