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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약이 Oct 18. 2024

7. 시각장애인이라고 모르는 게 아니에요

뭐든 아름답게 보지는 않아요

예전에 고등학교 때 일이다. 그 당시 나는 기숙사에서 살면서 주말에만 집으로 가 쉬고 오는 걸 반복했다. 부모님이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기숙사 생활을 한 건데, 기숙사보다는 집이 더 편했고 집이 더 아늑했다.

비록 작은 집일지라도 그 속에서 엄마와 아빠를 만날 수 있음이 너무 좋았고 감사햇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장애인 콜 택시를 타려고 몇 번이나 차를 불렀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차가 잘 잡히지 않았다.


늘 기본적으로 1시간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길면 3시간까지 기다릴 정도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결국은 일반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게 일상이었다. 장애인 콜보다 일반 택시는 더 불편했고, 간혹 기사님들과 마찰이 생기기도 해서 이런저런 자잘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역시 이 날도 장애인 콜을 불렀지만, 차가 안 잡혀 결국 일반 택시를 불러 집으로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말 없이 차를 타고 가며 창밖 풍경을 보고 있었는데, 기사님이


“언제부터 눈이 그렇게 안 좋았어요?”


하고 여쭤보셨다.


늘 택시를 타면 듣는 질문이라 덤덤하게 대답했다.


“저는 태어날 때 미숙아로 태어났어요.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안 보였어요.”


그것은 내가 지닌 현실이었고, 물어볼 때마다 하는 말이었다. 부정할 수도 없고, 원망할 수도 없는 것. 그것이 내 눈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기사님은 한숨을 쉬시더니 대뜸 이렇게 말씀 하시는 게 아닌가.


“그러면 아가씨는 세상이 아름답게만 보이겠네요. 세상에 더러운 건 안 볼 수 있잖아요.”


순간,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하고 의문이 들더니, 이내 기분이 나빠지는 경험을 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오해 투성이인지를 알았다.


시각장애가 있어 더러운 것을 보지 못하고 아름다운 것만 본다니. 그것 자체가 편견이고 오해임을 그 아저씨는 알고 있을까?


그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어색하게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마침 집에 도착해 택시비를 주고 내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아저씨를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그 아저씨를 본 적이 없다. 그 이후 다른 택시 회사를 이용하기도 했고, 장애인 콜이 변화 되는 과정도 있어서 어느정도 편히 택시를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 일을 점점 잊어 가고 있었는데 문득 오늘 그 일이 떠올랐다.


시각장애인이 과연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요즘은 특히 뉴스를 볼 수 있는 것들도 다양해졌고, 정보를 얻는 방법도 많아졌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도 여러 정보를 얻고 세상을 알 수 있다. 뭐든 아름답고 좋게 보이는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더더욱 세상을 냉정하게 보고, 삶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사람들과 만나고 때로는 다투기도 한다. 그렇게 시각장애인이 사는 방식도 많이 변했다.


그리고 그 때도 시각장애인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지 않았다. 늘 앞을 못 본다고 해서 다 모르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예리해진 감각으로 더 잘 알 수 있고, 상대를 더 알 수 있다.


눈이 안 보인다 서 순진하지 않음을 말하고 싶다.


나 역시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눈이 안 보인다는 게 뭔지, 그 삶이 어떤 건지도 알지 못하고 마냥 즐겁게 지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알고, 그 삶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또 시각장애인의 노하우 역시 다양하게 배워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다. 어쩌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꼈다고 해도 오해와 편견이 있는 한, 장애인들은 그 오해를 풀기 위해 더 밖으로 나가면서 살아갈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오늘도 나는 일을 하러 세상에 나왔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만나 시각장애가 있다고 해서 좋은 것만을 볼 수 있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 힘을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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