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내 장애를 인정한다는 것
내가 장애를 인정하는 조심스러운 생각
나는 어릴 때부터 눈이 안 보였다. 정확히는 태어날 때 7개월 반에 나온 미숙아였고, 그래서 눈의 시신경이 덜 자란 채 세상으로 나왔다.
그렇기에 어릴 때부터 눈에 대한 불편함이 없었다. 나를 늘 도와주는 가족들과 또 시각장애인에게 맞는 교육을 시켜주는 특수 학교에 다녀서 더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오게 되자 알 수 있었다. 내 눈의 불편함과 내가 겪어야 할 일상들을.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눈이 다 안 보이는 건 아니다. 나처럼 빛만 볼 수 있기도 하고, 빛도 못 보기도 하고 휴대폰의 확대기 기능이나 확대기 기기를 통해 글자를 크게 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한쪽 눈은 잘 보이고 한쪽은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장애인들 속에 내가 있다.
그런데 나는 눈이 불편하지만 한 편으로는 감사함과 기쁨이 마음을 채우고 있다.
비록 눈이 안 보여 밖에 나갈 때 도움을 받지만 나갈 수 있고, 귀가 좋아서 소리를 잘 듣는다.
때로는 나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는 감각으로 나를 지켜 온 적도 있다.
이처럼 나에게는 감사할 일들이 참 많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 눈이 편한가 하면 그건 아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이 보고 싶고, 색깔을 보고 싶다.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을 보고 싶고 어머니의 얼굴이 보고 싶다.
이 밖에도 보고 싶은 건 무척 많지만, 그럼에도 나는 웃을 수 있다.
이유는 내가 이 눈과의 동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내 눈이 불편해도 같이 살아 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받아 들였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최선을 다 하려 노력해 왔다.
힘들어도 금방 털어내고 웃으며 보내려고 힘을 내기도 했다.
만일 여태껏 눈이 안 보인다고 불평하고 원망했다면 나는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늘 지탱 해주는 사람들과 또 내 장애를 이해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버티고 서 있을 수 있었다.
장애가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볼 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아니면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줬으면 하는 건 우리도 우리의 속도 대로 최선을 다 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장애가 있어도 그 속에서 힘을 얻고 용기를 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살아간다.
나 역시 내 목표를 향해 다시 발을 내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감히 조심스럽게 말해 본다.
나는 내 장애를 받아 들였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것을.
그래서 언젠가 더 환하게 웃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