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을 넘겨보다 엄마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한참 웃었다.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색으로 변신한 카멜레온인가 싶을 정도로 엄마는 주변의 꽃들과 물아일체가 되어있었다. 아마도 지난달에 자전거 라이딩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인가 보다. 가을이라 바람도 좋고 날씨도 좋은 날, 사방에 예쁜 꽃들이 지천인 곳에서 엄마도 엄마의 인생샷을 하나 남기셨다. 주황색 꽃들 한가운데서 서서 활짝 웃고 있는 엄마는 옷도 헬멧도 주황빛이어서 조금 과장을 보태면 뭐가 꽃이고 뭐가 엄마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우리 엄마 웃으니까 참 소녀같이 해맑아 보이고 귀엽네.
이전 프사들은 뭐였던가 엄마의 프로필 사진들을 쭉 넘겨보니 코스모스, 동백꽃, 백합, 해바라기, 벚꽃, 개나리, 게발선인장 꽃, 군자란 꽃, 행운의 관음죽꽃, 100년에 한 번 피는 참나무꽃과 소나무 꽃, 심지어 7000년에 한 번 핀다는 전설 속의 만다라 꽃도 있다. 그중 몇 개는 누군가로부터 받은 사진을 저장해 놓은 것도 있지만 - 카톡에서 엄마 또래의 어른들이 서로에게 복 받으라는 의미로 보내는 사진들, 대부분 부모님으로부터 받아본 경험이 있는 그 사진들 말이다. - 대부분은 엄마가 찍은 꽃 사진이거나 꽃 사이에 있는 엄마 사진이다. 우리 엄마 꽃 많이 좋아하네.
'가까이 살면 엄마랑 계절 따라 꽃놀이도 단풍놀이도 같이 다닐 텐데, 맛있는 것도 먹고 사진도 찍고'라는 생각도 잠시, 따지고 보면 엄마는 엄마 친구들과 나보다 더 많이 꽃놀이도 다니고 자전거도 타러 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실 거다.
그리고 또 다른 몇 개는 물구나무서고 있는 엄마 사진이다. 집에서 처음으로 벽이나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서 물구나무서기에 성공했을 때 동생을 시켜 빨리 찍어보라던 사진인가 보다. 집 근처 공원 어딘가에서 물구나무서고 있는 사진도 있다. 이건 친구분이 찍어주신 건가?
내가 처음 엄마의 물구나무 사진을 보고
"엄마 혼자서 물구나무선 거야? 대단하네."
라며 전화를 했더니 엄청난 연습 후에 드디어 성공한 것이라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뿌듯하게 말하던 엄마가 지금도 생각난다. 역시 엄마는 대단하다. 어쩌면 나보다 신체 나이가 젊을지도 모른다. 나는 벽에다 대고도, 누가 잡아준다고 해도 물구나무는 못설 것 같은데...
가끔 엄마를 보고 있으면 순수한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렸을 때의 엄마는 나의 모든 것을 품어주고 안아주는 어른으로만 생각되었는데, 내가 나이를 먹고 나도 엄마가 되고 보니 종종 우리 엄마의 순수한 모습들이 귀엽고 아이 같아 보인다. 저렇게 아이 같고 순수한 모습의 엄마가 나와 동생을 키우며 어느새 네 명의 손주를 가진 할머니가 되셨네. 예쁘게 활짝 웃고 있는 엄마의 프사를 보니 할머니라는 말은 영 안 어울린다. 젊은 언니 최반장이다.
앞으로도 엄마의 앞날에 저렇게 활짝 웃는 일들만 가득하기를, 언제나 지금처럼 활기차고 재밌게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