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과 새것을 공유하는 사이

by 수정

명절이나 아이들 방학 때 친정에 가면 엄마와 나는 그동안 못했던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데 그 대화들 중에 빠지지 않는 소재는 주방템이다. 나도 살림을 하는 주부이고 엄마도 역시나 그렇다 보니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 대화가 잘 통하고 좋은 건 공유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내가 엄마보다는 온라인이나 SNS에서 핫한 아이템에 대해서 주워듣는 게 많다 보니 주로 내가 추천을 해주는 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에어후라이기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내가 사서 써보니 냉동식품을 조리할 때 꽤 편리하고 좋아서 엄마에게 말해주었다. 그다음에 엄마 집에 가보니 내 것보다 더 좋은 에어후라이기가 주방에 턱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네 말 듣고 샀다며 써보니 기름도 안 들고 너무 좋다고 잘 쓰고 있다며 말이다. 그러면 괜히 나는 뿌듯해져서 또 뭐 다른 공유할 것은 없나 생각하게 된다.


몇 년 전에는 우연히 홈쇼핑을 보다가 자동회전냄비를 보게 되었는데 고기를 구울 때 하나씩 뒤집어 주지 않아도 알아서 구워지고 기름이 빠지는 구멍도 따로 있어서 좋아 보였다. 뚜껑을 덮고 조리하니 기름도 안 튀고 냄새도 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홀린 듯이 광고를 보다가 여기저기 후기들을 검색해 본 뒤 그 냄비를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더 좋았다. 그러다가 친정집에 가게 되었을 때 엄마에게 말해주니 엄마도 너무 좋을 것 같다며 파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셨다. 엄마는 전화로 그 냄비가 너무 좋다며 깨를 볶을 때도 손으로 젓지 않아도 되고, 고기도 알아서 구워진다고, 요리할 때도 편해서 벌써 여러 번 사용했다고 덕분에 잘 쓰고 있다고 하셨다.


최근에 공유한 주방템은 두유제조기인데 내가 한동안 살까 말까 고민했던 제품 중에 하나였다. 두유나 콩물을 만들기에도 좋아 보였지만 호박죽이나 팥죽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눈독을 들이고 있던 것이었는데 때마침 1+1 할인을 하는 게 아닌가! 이때다 싶어 두 개를 사서 하나는 내가 쓰고 하나는 엄마에게 보내주었다. 엄마도 나도 그걸로 두유도 만들어 먹고 죽도 만들어 먹으며 잘 쓰고 있다. 참 편리하고 좋은 세상이다.


내가 엄마에게 이런 새로운 주방 아이템들을 공유하는 반면에 엄마는 나에게 전해 내려오는 생활의 지혜들을 알려주시는데 여름에 식초와 계핏가루를 섞어 놓아두면 날파리가 많이 꼬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거나, 마늘껍질을 깔 때 물에 담갔다가 까면 쉽게 깔 수 있다거나, 세탁기에 빨래를 돌릴 때 섬유유연제 대신에 식초를 넣으면 빨래에서 물내가 나지 않는다는 것, 물때가 낀 텀블러는 매직블록으로 닦으면 다 지워진다는 것 등은 다 엄마가 알려주신 것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챗GPT 잘 발달되어 무엇이든 모르는 게 있으면 쉽게 물어보고 해결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종종 엄마에게 잘 해결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물어본다. 내가 엄마에게 새로 나온 주방물품들을 전파해 주는 것처럼 엄마가 나에게 전해주는 세월을 통해 얻은 지혜들을 듣고 있으면 그것이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고 가장 듣고 싶었던 답인 것만 같다. 엄마와 나의 공유시스템이 앞으로도 잘 작동하길, 그래서 엄마도 나만큼 새로운 것들에 익숙해지고 나도 엄마만큼 세월이 일러주는 지혜들로 성숙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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