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에 자취를 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때는 생선이나 오징어, 생닭 같은 재료들을 가지고 요리를 해야만 하는 경우가 없었다. 혼자서 굳이 복잡한 요리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기껏 만들어도 혼자서 다 먹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삼시세끼 음식 준비는 나의 일이 되었고, 날마다 채소나 가공식품만 먹을 수는 없으니 여러 재료들을 다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서두에 생선, 오징어, 생닭을 예로 들었던 것은 내가 처음 저것들을 만져보았을 때의 감촉, 그리고 손질하기 전에 망설였던 순간들이 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생선의 눈이나, 오징어의 내장, 생닭의 잘린 목과 껍질, 군데군데 남아있는 털들이 너무 끔찍하고 낯설고 힘들었다.
그럴 때면 또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는 살아있는 재료들도 거침없이 손질하고 잘라서 맛있는 요리로 만들어 주셨는데.... 어느 날은 정말로 궁금해져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원래부터 요리 잘했어? 생선이랑 닭이랑 이런 거 다 어떻게 그렇게 잘 만져?"
"원래부터 잘했겠니? 나도 처음엔 무서웠지. 하다 보니까 하는 거지."
나는 엄마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엄마도 무서웠다니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도 처음에는 나처럼 겁나고 서툴렀구나. 남편이랑 자식들 먹이려고 하다 보니 잘하게 된 거였구나.
나도 엄마가 되어보니 조금 더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다 보면 하게 된다는 말도.
지금 나는 생선, 오징어, 생닭뿐 아니라 살아있는 낙지며 문어도 다 손질해서 요리할 수 있게 되었다. 하다 보니 하게 된다는 말이 정말 맞다.
그것이 비단 요리뿐이겠는가.
처음 아이를 낳아 먹이고 달래고 재울 때, 배꼽이 떨어지기 전 그 작고 약한 아이를 남편과 쩔쩔매며 목욕시킬 때, 처음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아이가 처음으로 입원해 둘이 병원침대에서 며칠을 보내게 되었을 때,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도 새로운 직장을 구해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사춘기를 맞은 아이의 매몰찬 말에 혼자서 속앓이 하고 눈물 지을 때...
살다가 처음 경험하는 일들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엄마의 말을 떠올린다.
하다 보면 다 하게 된다.
살다 보면 다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