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라기보다 생존에 가까운 그것은 바로 운동이다.
내가 운동이라는 것을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은 30대 후반 무렵이었다. 그전까지는 내 삶에 ‘운동’이라는 카테고리는 전혀 없었다. 운동으로 인해 숨이 차고, 땀이 나고, 근육통이 생기는 것은 아주 불쾌한 일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운동에 소질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때마다 100m 달리기를 했다. 1등부터 3등까지는 칭찬 도장도 받고 선물로 노트를 받기도 했다. 나는 늘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꼴등이었다. 운동회에 왔던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달릴 때 고개를 푹 처박고 앞이 아니라 땅을 보고 뛰는 모양이나, 뛰는 건지 걷는 건지 알 수 없는 속도로 전진해 가는 것을 보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나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달리는 것 자체가 싫었고, 달리는 나를 누군가가 본다는 것도 부끄러웠다.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그때의 나는, 그렇게 모든 게 부끄러웠다.
중고등학교 시절도 별반 다르지 않아 100m 달리기는 언제나 20초를 훌쩍 넘었고, 매달리기는 1초도 버티지 못했다. 피구를 할 때는 공을 잡지도, 피하지도 못해 제일 먼저 아웃되곤 했다. 동생이 합기도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동생 혼자 보내기에는 걱정된다는 이유로 나까지 억지로 도장에 등록시킨 엄마 덕에 겨우 파란 띠까지 따기는 했지만, 그 사이 동생은 유단자가 되어 있었다. 이래저래 운동은 나랑 안 맞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가?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 덕지덕지 붙은 살들, 마디마디 굳어가는 관절, 그렇게 점점 저질 체력이 되어가는 몸을 보면서 남은 인생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엄습해 왔다. 혼자서 미리 봐두었던 체육관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고, 다음 날부터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8년 가까이해오고 있는 것이 ‘리듬복싱’이라는 운동이다. 말 그대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스텝을 뛰면서 잽, 훅, 어퍼컷 같은 복싱 동작을 하는 것이다. 물론 복싱의 기본인 줄넘기도 뛴다.
처음 운동을 하고 온 다음날은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고 욱신거려서 과연 내가 이 운동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근육통도 사라지고, 주먹을 날리는 동작이 은근히 재미있게 느껴졌다.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줄넘기도 몇 번 못 뛰고 금방 지쳤지만 점점 실력이 늘어 노래 한곡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운동을 하는 동안 온몸의 땀구멍이 다 열린 듯 땀이 쏟아지고, 운동을 마치면 이전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상쾌함을 맛볼 수 있었다. 숨이 차고, 땀이 나고, 근육통이 생기는 것이 이제는 기분 좋은 일이 되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운동을 좋아하게 되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모든 면에 자신감이 생기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운동을 잘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나는 운동에 소질이 없었다기보다는 부끄러움이 너무 많아 모든 것에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제대로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어느 부분에서는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편인 나는 체육관의 다른 분들과 친분을 맺거나 수다를 떨거나 하지 않고 운동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와버린다. 그래도 여성전용 체육관이라는 것과 나처럼 조용히 자기 운동에만 집중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 때문에 편하게 다닐 수 있었고 지금까지 거의 매일 아침, 꾸준히 운동을 해오고 있다. 운동을 쉬면 오히려 뭔가 찜찜하고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는 기분마저 든다.
내향인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아침마다 체육관에 나가 운동을 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하루의 루틴이 되었다. 어쩌면 외부 자극보다 자신의 내면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내향인이라서 혼자서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독립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운동을 오래 하다 보니 요즘에는 슬쩍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생기는데 수영이나 요가, 몸을 만드는 헬스에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다. 10년쯤 후에는 또 다른 무언가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이 취미든 생존이든, 앞으로도 나는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운동을 이어가고 있으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