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급식 시간 귀여운 난관들

태우의 김치 먹기, 반전의 요구르트 마시기

by 강 성 인

태우의 김치 먹기

"작고 큰 하루들, 급식 시간의 이야기"


3월의 급식 시간, 아이들의 식판 위에는 음식만 있는 게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도구와 낯선 메뉴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이들 덕분에 오늘도 웃음 가득한 점심시간.


자장면을 앞에 두고 포크를 찾는 아이들, 김치 하나 삼키며 이를 악무는 모습, 와플을 향한 진심 어린 도전, 그리고 각양각색 요구르트 마시기 전략까지. 서툴지만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처음’을 담은 따뜻한 기록.




[ 3월 첫날, 자장면 먹기 ]


1학년의 급식 시간은 길다. 3월, 첫 급식의 메뉴는 자장면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자장면을 먹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줄줄이 다가온다.

“선생님, 이걸 어떻게 먹어요?”
“선생님, 포크 없어요?”
“선생님, 떠먹어도 돼요?”


와… 생각하지 못했던 난관이다. 나 역시 이 학교에서 첫 급식이라 낯설기는 마찬가지.
“혹시 포크 있나요?”
“없어요. 젓가락이랑 숟가락이 다예요.”


식판에 입을 대고 숟가락으로 면을 밀어 먹는 아이들, 젓가락으로 면 끝을 살짝 집어 호로록하는 아이들. 이런 간단한 동작조차도 1학년에게는 꽤 큰 도전이었다.


나중에 학부모 상담 때, 한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그날 자장면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거의 못 먹었대요. 젓가락 연습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 태우의 김치 먹기 ]


태우가 김치를 먹는 장면은 더 인상 깊었다. 그 작은 얼굴에 경건한 표정을 지으며, 물통과 식판을 가까이 모은다. 젓가락으로 아주 작은 김치 한 조각을 집는다. 입에 김치를 넣자마자 물통을 들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김치를 물과 함께 꿀꺽 삼킨다. 태우에겐 심각한 일이, 내겐 한없이 귀엽다.


‘저렇게까지 해서 김치를 꼭 먹어야 하나...?’
아마도 김치가 몸에 좋다고 들었거나, 부모님이 꼭 먹으라고 하셨겠지.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치를 향한 강한 의지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 다솜이의 와플 먹기 ]


“선생님, 오늘 정말 맛있는 거 나와요!”
“와플에 초코랑 생크림 올려져 있어요!”

식판 위엔 단단해 보이는 진갈색 와플이 하나씩 놓여있다. 진한 초콜릿, 하얀 생크림이 듬뿍이다. 한 입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먹기엔 조금 단단하지 않을까?


옆을 보니 다솜이가 입을 쫘악 벌려 와플을 먹고 있다. 작은 얼굴, 더 작은 입술. 볼에는 하얀 생크림과 초콜릿이 가득 묻어 있다.

“선생님, 저 손 좀 씻고 올게요.”
“응, 볼도 닦고 와.”


잠시 후, 깨끗해진 볼로 돌아온 다솜이. 그런데 어느새 다시 생크림과 초콜릿이 묻어있다. 얼마나 맛있는지 떨어진 가루까지 야무지게 주워 먹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 반전의 요구르트 마시기 ]


후식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한결같다.
“선생님, 이건 다 먹고 먹어야 하는 거죠?”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묻는다. 혹시나, 오늘은 먼저 먹어도 되는 날일까 하는 기대감으로.


유리샤는 요구르트 뚜껑을 열지 못해 나를 기다린다. 다른 아이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요구르트를 마신다. 젓가락으로 구멍을 내는 아이, 뚜껑을 깨끗하게 따는 아이.


그중 채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요구르트를 빤히 바라보다가, 젓가락으로 뚜껑을 콕콕 찔러 구멍을 낸다. 그러고는 입술 전체로 병 입구를 감싸고, 볼에 바람을 가득 담아 한 방에 쭉 들이킨다. 야무지게, 빈틈없이, 깔끔하게.


반전의 요구르트 마시기. 이 작은 후식 하나에 아이들은 자신만의 기술과 태도를 담아낸다.




자장면도, 김치도, 와플도, 요구르트도 아이들 손에 닿는 순간, 특별한 한 끼가 된다. 사소한 매일의 급식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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