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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다리필름 Jun 12. 2019

DSLR의 종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프리랜서 PD가 나아가야 할 미래



졸업식장의 사진사들 

집 앞 이대에서 졸업식이 거행될 때, 아직도 그곳을 애타는 표정으로 거니는 ‘사진사’ 아저씨들을 목격했다. 그 얼굴에는 대포 렌즈를 장착한 ‘사진기’와 촌스러운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인화한 화보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너희들은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지 않니?’ 하는 불만과 당혹이 읽힌다. 시대의 화석이다. 종말을 고한 직종이다. 또 한 개의 직종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 바로 프리랜서 PD라는 직종이다. 




DSLR과 함께 등장한 직종 

원래 영상의 촬영과 편집, 그리고 상품으로서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PD (producer, 혹은 producing director) 라는 직업은 방송가의 전유물이었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후 방송국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수십억짜리 스튜디오에서, 수억짜리 카메라와 편집 장비를 사용해서 찍은 영상을 수천억짜리 송신탑에서 전국으로 쏘아 보내는 특권 중의 특권을 향유하는 직업이었다. 그런데 이 극소수의 직업이 4~5년 전부터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되기 시작했다. PD는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그 결과물을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DSLR였다. (잡스가 앱스토어에 전문 영상 편집기인 Final Cut을 300불 대로 푼 것과 함께). 70-400만원 대의 DSLR과 그것으로 찍은 영상을 소비하는 SNS 망의 폭발적 거대화는 감 좀 있다 하는 웬만한 젊은이 모두를 피디라는 직종, 혹은 대중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사회계급으로 불러들였다. 기술은 하방되고 장벽은 무너졌다. 누구나 원하면 피디가 되었고 자신의 기술을 팔수 있다면 ‘프리랜서 PD’ 라 불렸다. 필름메이커나 크몽 같은 크고작은 프리랜서 플랫폼에서 ‘프리랜서 PD’들은 맹위를 떨쳤고 영상 제작을 대중화 시키는 주요 세력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DSLR가 불러온 ‘5년 천하’가 붕괴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라는 국민 스포츠 

무지막지한 렌즈를 갈아 끼우는 무거운 DSLR가 그래도 위세를 떨쳤던 것은 간단히 말하면 ‘아웃 포커스(배경 흐리기)’와 ‘망원, 광각을 오갈 수 있도록 렌즈를 갈아 끼우는 방식’ 이 포인트다. 스마트폰이 이걸 따라오려면 그래도 몇 년은 더 걸릴 거라고 (애써) 장담들 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애플과 삼성 폰들이 그걸 (초보적이지만) 모두 탑재한 모델을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스마트폰에 핸드 짐벌 (뛰어가며 찍어도 안 흔들리는 )기능이라니. 무거운 카메라도, 촬영에 대한 광학 지식이 없어도 ‘감’만 있으면 초등생도 찍고, 편집할 수 있다. (쉬운 편집 앱은 이미 수없이 많다) ‘DSLR 꿈나무’ 들은 ‘스마트폰 꿈나무’들로 속절없이 대체 되고 있다. 과장이라고? 주위의 프리랜서 피디들에게 물어보라. 요즘 ‘일이 늘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지. 



영상시장은 폭발 중인데, 일거리는 줄어든다? 

유투브 채널 개설은 무슨 국민 스포츠처럼 되어 버렸다. 그것도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기술과 문명의 거대한 변곡점의 교차로로서의 위상을 자랑한다. ‘유튜브하게 영상을 제작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주체는 대체로 덩치가 큰 기업이나 돈 많은 전문가뿐이다. 스스로 만들고 뿌리지 못하면 낙오한다는 생각이 전 국민을 ‘셀프 피디’로 만들고 있다. 여기 DSLR 프리랜서라는 직종의 화급한 고민이 있다. (남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다리 필름도 바로 그 ‘DSLR 꿈나무’ 였다) 이 땅의 DSLR 키드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크레용에서 디자인으로 

화가만 붓을 가지고 있던 시대가 있었다. 그림은 그들의 전유물 이었다. 그러다가 크레용이 보급되어 초등생도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야 말로 그림이 전국민 스포츠가 되는 케이스다. 그렇다고 ‘디자이너’가 사라졌는가. 아니다. 그림이 대중화 되면 될 수록 진짜 ‘디자이너’는 귀한 존재가 되어간다. 지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는 색연필에서 수만종이 존재하지만 시대는 더욱더 ‘디자인’을 갈구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단순히 미술적인, 영상적인 것을 넘어선다. 영상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배후 수요는 마케팅이다. 마케팅을 디자인할 역량, 마케팅의 배후가 되는 경영을 디자인할 수 있는 역량,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근저에 있는 ‘인간의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디자인’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에 집중하면, ‘명필이 붓 가리지 않듯’ DLSRCineCam, Smartphone 등등의 기기를 넘어서는 ‘영상 제작의 디자이너’가 될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영상 제작의 시대’에서 ‘디자인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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