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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May 11. 2019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비주얼

유네스코 문화유산 빈(Wien) 구시가


0. 인근 도시들의 롤모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는

Glas Zagreba(자그레브의 목소리)”라는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자그레브 시 홍보신문 같은 게 있다.


중요한 공공장소에 비치되거나,

월초에 행인들에게 나눠주는

그 크로아티아어 무가지를

보통 크로아티아인들은

별로 관심 없어하는 것 같던데,


크로아티아어를 배우던 외부인인 나는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발행되는 데다가,

자그레브 시정 홍보용 신문이라,

기사가 단순하고 짧고,

기사의 분석이 심층적이지 않고,

고유명사도 시장 이름 말고는 잘 안 등장해서,

내용이 어렵거나 헷갈리지 않아 잘 읽혀서,

크로아티아어 독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자그레브 시의 가장 중요한 행사나

당면한 문제, 지향점, 트렌드 등도 알게 돼서,

자그레브와 크로아티아에 대한

생활정보와 지식도 얻을 수 있어,


한번 길에서 우연히 받아 읽은 후,

그 다음달부터는

계속 일부러 찾아서 챙겨 읽었다.


그 신문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가,

자그레브시에서 하는 사업을 언급하면서,


“빈(Wien)도 하고 있다”,

“빈은 했는데, 이러이러했다”,

“빈도 검토하고 있다”,

“빈에는 이런 게 몇 개가 있다”,

“빈은 이런 사업에 예산이 얼마다”


등등을 덧붙였다는 거다.


그리고 2018년 3월인가, 4월 신문인가에는

“자그레브가 

오래 전부터 모범으로 삼는 도시, 빈

(Beč, tradicionalni uzor Zagrebu)”

이란 구절도 등장했다.


어쩌면 서울시에서도 내부적으로는

모범으로 삼는 외국 도시가 있을지 몰라도,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데,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는

그렇게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대한 선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던 거다.


알고 보니,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는

일찍이 19-20세기부터

오스트리아 제국 수도 빈을

예술, 문화적 워너비 도시로 삼았고,

지금도 자그레브 시장은

그렇게 공공연하게 빈을 행정적 모범으로 삼는다.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일부였는데,

당시 오스트리아가 강압적으로 지배하거나

고유문화나 언어를 억압하지 않아,

오스트리아에 대한 큰 반감이 없다는 점에서

크로아티아인의 정서는 한국인이랑 다르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수도 빈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the most livable city in the world)에도

매년 상위권에 들고,

삶의 질 순위

(Mercer Quality of Living Survey)에서는  

수년간 1위를 차지해서,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 뿐 아니라

제2도시 스플리트빈을 워너비로 삼고 있다.


하긴, 만약 일본의 도쿄나 중국의 베이징이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었다면,


서울도 대놓고 그렇게 선언하진 않더라도,

"그 비결이 뭔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비슷해지기 위해 무척 노력을 하긴 했을 거다.




3일 머문 관광객이었던 내가

실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빈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오스트리아 제국의 전성기에 터를 닦은,

웅장하고 우아한 “도시의 외관”이다.


제국의 정치적 위엄과 막강한 경제력을 드러내는,

거의 한 블록을 다 차지할 정도로 거대하고,

매우 많은 장식이 있어 화려하면서도,

철저하게 계산되고 계획된 통일성을 갖춘

구시가의 18-19세기 유럽 건축이 압도적이고,


고풍스러운 건축의 경계가 매우 넓어,

구시가의 관광객을 위한 공간 이외의,

중심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서도

백여년전 예스럽고 아름다운 건축을 만날 수 있고,


비록 생기가 덜하긴 하지만,

20-21세기 건축들도 허섭하지 않고 깔끔하다.


그런 서로 다른 예쁜 건축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그 사이에 공원과 나뭇잎 울창한 가로수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그냥 걷기도, 그리고 잠깐 앉아 쉬기도 좋다.


난 오스트리아 빈에 2박 3일 여행 가기 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4-5달 정도 살고 있었는데,

자그레브 생활도 만족도가 꽤 높았다.


물론 지금도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그레브 살다 가보니,

빈은 또 다르다.


녹지가 많은지 공기가 매우 맑은 건,

그리고 천천히 걷고 쉬면서 구경하기 좋은 건

뭐 크로아티아 도시들이랑 비슷한데,


오래된 건물의 외관을 한참 보수 중이어서,

낡은 건물과 수리중인 건물이 많았던

자그레브의 중심가에 비해서,


이미 그런 작업이 다 끝난 듯 보이는 빈은

건물의 외관이 정돈되고 깔끔해서,

비주얼적으로 좀 더 완성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짧은 체류 기간 중에도 느낄 수 있었던

또 다른 중요한 의 장점은


교통수단이 좀 더 다양하고 편리하고,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전체 도시와 도시 중심부 자체가 매우 커서,

물리적, 정신적으로 매우 열려 있는 느낌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니 먹거리도 다양하고,

높은 GDP에 비해 물가도 비싸지 않다는 거다.


오래 전 유럽 배낭여행할 땐

오스트리아가

유럽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 중 하나였는데,


“관광지” 크로아티아 물가가 만만치 않은 데다가,

요새 한국 물가도 세계적 수준이라,

이번에 갔을 땐

오스트리아 물가가

특별히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크림을 뿌려 먹는 비엔나식 애플파이와

비엔나식 커피인 멜랑지(melange)는

합쳐서 약 10유로,

(커피만은 4-5유로)

그 유명한 비엔나소시지는 약 5유로,

비엔나식 돈가스인 비너 슈니첼은 10유로 내외,

콘 아이스크림은 1.5유로 내외다.


그 밖의 시장물가는 한국보다 싸고,

외식물가는 거의 한국이랑 비슷하거나

약간 더 비싼 것 같다.


일인당 GDP가 약 5만 불인 것에 비해

물가가 낮은 것도 낮은 거지만,

오랫동안 물가가 많이 오르지 않은 거니,

경제적 안정성이 매우 좋은 것 같다.


“삶의 질”로 여러 번 세계 일등을 차지한 걸 보면,

그 순위를 정하는데 고려한다는

정치, 경제, 범죄율, 청렴도, 건강, 교육, 환경 등도  

아마 꽤 높은 수준인가 보다.


지지난 포스트에 쓴 것처럼,

사실 생각보다 시스템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된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여러모로 빈은

한번 살아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였다.


이번 포스트와 다음 포스트에서는

살기 좋은 도시 빈의 이곳 저곳을

아래 지도에 표시한 알파벳의 순서로 둘러보겠다.


(웬만하면 한 포스트에 넣을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길어진다.)


(지도 출처: https://viennamap360.com/vienna-tourist-map#.XFU4ibeP74Y)




A. 빈 구시가 중심


빈 구시가의 중심은 이네레슈타트(Innere Stadt),

즉 "안쪽 도시"라 불린다.

위 지도에서 붉은색 원으로 표시한

링슈트라세(Ringstrasse)라는 길 안쪽이다.


빈 구시가 중심만 따로 떼어놓으면,

다음 지도와 같아지는데,

어느 방향에서도 진입이 가능하지만,

보통의 관광객은

남쪽의 "국립 오페라하우스"

오른쪽 길을 통해 들어가게 된다.


지도 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394979829796113888/


"국립 오페라" 오른쪽의 보행자 전용도로

케언트너 길(Kärntner Strasse)

고풍스러운 18세기-20세기 초 건물 안에 자리 잡은

카페, 레스토랑, 상점들로

빈에서 가장 활기 있고 북적거리는 길 중 하나다.


그 중엔 이렇게 특별한 디테일이 있는 외벽도 있다.


금빛이 들어간 아래 벽화를 보고,

아르누보 양식이니,

혹시 클림트가 그린 건 아닌지 찾아봤는데,

누가 그렸는지 뿐 아니라,

뭔가 다른 특별한 사연도 검색이 안 된다.

보기보단 평범한 곳인가 보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특별해 보이는 외관이

특별한 사연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아래 사진의 고풍스러운 외벽의 건물은

19세기 중반 세계 최초로

전기로 작동하는 샹들리에를 만든

J. & L. Lobmeyr라는 유리 회사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다른 오스트리아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빈에서도 곳곳의 “Mostly Mozart”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모차르트 초콜릿을 살 수 있는데,

모차르트가 사망한 건물터에 자리 잡은  

이 길의 쇼핑센터 Steffl에도 하나 있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그 활기 있는 길을 한참 걷다 보면,

성 슈테판 가톨릭 대성당(Stephansdom, St. Stephen’s Cathedral)[위 지도 24번]이 보인다.


18-19세기에 지금의 모습을 갖춘

빈 구시가의 다른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달리,


중세 유럽 그리스도교 극성기인

12세기에 건설된 이 성당은

어마어마한 크기와

하늘 높이 치솟은 뾰족한 첨탑으로

멀리서도 눈에 들어온다.


성당 자체의 큰 골격은

초기 그리스도교 건축에서 자주 만나는

로마네스크 양식이고,

고딕 양식의 높은 첨탑은

나중에 덧붙여졌단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독일 쾰른 성당과 함께 

고딕양식의 대표 건축으로 자주 언급된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거대한 대성당엔 그냥 입장할 수 있지만,

전례대가 있는 좀 더 앞쪽으로 갈려면

일반 6유로의 입장료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아직 대성당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지 않고 미사만 보는 조건으로

미사 중 무료입장도 가능하다.


그밖에 첨탑, 지하 크립트 등도 입장료를 내야 하고,

그것 전부를 볼 수 있는 입장권은

일반 약 15유로 정도이다.


(성 슈테판 성당 입장료)


가톨릭 대성당 서쪽에는 그라벤(Graben) [위 지도 23번]이 자리 잡고 있다.


이건 그라벤에서 동쪽을 바라본 모습.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이건 대성당 앞 광장에서

서쪽의 그라벤을 바라본 모습.


(2018년 6월, Vienna, Austria)


Graben은 독일어로 "참호, 해자"의 의미로,

로마시대에 이곳은 성을 둘러싼 해자였다.

이후 중세시대에 해자는 메워져 사라졌지만,

그 이름은 그대로 남았다.


그라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구조물은

페스트조일레(Pestsäule),

즉, 17세기 말 페스트가 빈을 휩쓸고 지난 후 세운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페스트 기둥(Plague Column)이다.


기둥 가장 윗부분에는 삼위일체,

그 아래로는 천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페스트 기둥 동쪽엔 19세기 후반에 세운

사자 분수(Löwenbrunnen, Lion fountain)가 있다.


분수 아래쪽엔 두 마리의 사자가

입으로 물을 뿜어내고 있고,

분수 위의 조각은 모세인데,

구약의 어떤 장면인지는 모르겠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페스트 기둥 서쪽엔

요셉 분수(Josefsbrunnen)가 있다.

이 분수에서도 역시 사자 입에서 물이 나온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두 분수 북쪽의

피터 성당(St. Peter's Church, Peterskirche)은

18세기 후반 바로크 양식 건축으로,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관이다.


이 성당은 오르간 콘서트가 유명하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그라벤은 “그냥 건물"들도

특별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고전적 조각으로 장식된,

건물 자체가 명품 같아 보이는 "샤넬" 매장도 있고,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그 옆 카페 Julius Meinl의 외벽 장식도

매우 아름답고,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그라벤 남쪽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도

매우 고풍스럽고 멋스럽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그라벤 서쪽 끝에서 계속 서쪽으로 걸어가면 나오는 약국의 외관도 매우 예술적이다.


수백 년 동안

천사 약국(Engel Apotheke)이란 이름이었는데,

아르누보 양식의 모자이크가 덧붙여진 후

흰 천사 약국(Apotheke zum weißen Engel)이란 별칭의 관광 명소가 되었단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그 약국에서 좀 더 서쪽으로

프레융(Freyung)까지 가면,

오스트리아 분수(Austriabrunnen, Austria fountain)가 나온다.


사실 빈에는 분수가 이곳저곳에 아주 많아,

분수 자체가 특별한 관광거리는 아니지만,

이 분수는 19세기의 오스트리아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흥미롭다.


분수 꼭대기에 창과 방패를 들고,

왕관을 쓴 여성은 "오스트리아"를,


그 아래 네 여인은

19세기 말 합스부르그 제국 시절,

4개의 서로 다른 바다로 흐르던 4개의 강,

엘베(Elbe), 다뉴브(Danube),

비스와(Vistula), 포(Po)를 형상화한 것이다.


엘베는 이제 체코,

비스와는 폴란드,

포는 이탈리아의 강이라,

아직까지 오스트리아의 강인 건 다뉴브밖에 없고,

현재 오스트리아엔 바다가 없지만,

그땐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큰 나라였던,

그 옛날 오스트리아의 빛바랜 초상 같은 분수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다시 그라벤으로 돌아와서

그 서쪽 끝에서 좀 더 북쪽으로 걸어가면,

호허 마크트(Hoher Markt)

페어메흘룽스브루넨(Vermählungsbrunnen),

즉, 결혼 분수(Marriage fountain)가 있다.


18세기에 건설된 결혼 분수는 일차원적으로는

네 명의 천사에 둘러싸여 결혼하는

요셉과 마리아의 결혼을 묘사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당시 황제가 전장에 나간 아들 요셉 왕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만들었다는 속사정이 있다.


왕자를 위한 분수여서 그런지 매우 높고 크다.


이 분수 지하엔 아르누보 양식의

공중화장실이 있다고 한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그 옆에는 화려함을 뽐내는 거대 시계

안커우어(Ankeruhr)가 걸려 있다.


"닻 시계"라는 의미의

20세기 초 만들어진 아르누보 양식 구조물이다.


시계바늘 없이,

"시"는 로마자로, 

"분"은 시계 위 눈금으로 표시한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니,

아마 내가 이 사진을 찍었을 때가

9시 10분이었나 보다.


시계 앞에 서 있는 인물들은

비엔나의 유명인사들인데,

매시간 다른 인물이 등장해서 “다리”를 지나가고,

그 중 널리 알려진 인물로는

1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12시 작곡가 하이든이 있다.


매일 정오가 되면

그 유명인사들이 함께 지나가는

퍼레이드를 볼 수 있다고 한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그 밖에도 빈 구시가엔 

18-19세기 건설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빼곡하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아르누보 시대의 산물인 듯 보이는

금빛 장식과 좀 덜 고풍스러운 조각도 자주 보인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괜히 들어가서 빵을 사고 싶어지는

특별한 간판도 사랑스럽고,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고풍스러운 건물에 자리 잡은

"뱀파이어의 춤"이라는 거대 간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비교적 현대적인 건물들도

옛 건물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B. 구시가 서쪽


구시가 중심 그라벤의 서쪽 끝에서

콜마크트(Kohlmarkt),

즉 "석탄 시장"길을 따라 걸으면,

멀리 호프부르그(Hofburg)가 보인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호프부르그는

합스부르그 가의 황제가 거주하던 겨울궁전이었고,

현재는 대통령의 관저와 직무실이 있는 곳이다.


13세기에 처음 건설된 후 계속 확장되어,

어마어마한 크기를 갖게 되었다.


(지도 출처: https://traveltoeat.com/hofburg-palace-vienna/)


구시가에서 가면

성 미카엘 광장(Michaelerplatz, St. Michael's Square) [바로 위 건물배치도 13번]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광장에 서 있는 신 고전주의 양식의 건축은

밖으로 드러난 그리스식 열주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는 디테일은 많지 않지만,

건물 위와 입구 옆에 서 있는 거대 조각이

매우 역동적이고 구조적이어서 인상적이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왕궁 입구에 서 있는 건 모두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를 형상화한 것이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입구 왼쪽 분수의 조각은

바다정복(Die Macht zur See, Mastery of the Sea),

입구 오른쪽 분수의 조각은

육지정복(Die Macht Zu Lande, Mastery of the Land)으로,

19세기 오스트리아 제국군의

해상과 육상의 활약을 형상화한 것이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


건너편 성 미하엘 성당(Michaelerkirche, the Saint Michael Church) 입구 위에는

강림하는 미카엘 천사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미하엘 광장에서 들어와 실내를 좀 걸으면,

내부 궁정(Inner Castle Court, Innerer Burghof)에 다다른다. [건물배치도 A번]


뜰 한가운데에는

18세기 신성로마황제

프란츠 1세(Franz I) 동상이 서 있고,

동상 아래에는 라틴어로

Amorem meum populis meis(나의 사랑을 나의 백성들에게)

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거기에서 가던 길을 계속 가면

스위스 궁정(Swiss Court, Schweizerhof) [건물배치도 1과 D]에 다다르게 된다.


호프부르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곳으로,

이 궁전 최초의 문이었다는

화려한 스위스 문(Swiss Gate, Schweizertor)

터키나 아랍의 영향을 받았는지,

어딘지 모르게 비유럽적인 이국적 정취를 뿜어낸다.


문 위에는

“어디 어디의 통치자”와 같은 국명이 잔뜩 들어간,

16세기 황제 페르디난드 1세(Ferdinand I)의

공식 호칭이 라틴어로 길게 적혀 있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이 곳에서 동쪽으로 빠지면,

요셉광장(Josefsplatz, Joseph's Square) [건물 배치도 E번]이 나온다.


마리아 테레사 여제의 맏아들이었던

18세기 황제 요셉 2세(Josef II)의 동상이

광장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고,

그 둘레를 거대한 궁전이 3면으로 감싸고 있다.


그 궁전은 공공건물로 사용중인데,

아래 사진 왼쪽은 현재 국립도서관이고,

오른쪽은 오스트리아 국민의회(Nationalrat)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스위스 궁정에서 서쪽으로 가면,

헬덴 광장(Heldenplatz),

영웅 광장(Heroes' Square)

눈 앞에 펼쳐지는데,

이곳이 호프부르그의 클라이맥스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19세기 초 나폴레옹에 대패한 오스트리아는

호프부르그 남쪽에 높은 담을 세웠고,

19세기 말에는 그 안에 거대한 궁전을 지었다.


궁전 앞엔 제국의 무너진 자존심 회복을 위한 듯한

두 개의 거대 동상이 있는데,

하나는 오스만과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18세기 사보이의 오이겐(Eugen von Savoyen),

다른 하나는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대활약을 한

19세기 카를 대공(Erzherzog Karl)이다.


그 둘의 동상으로

이곳은 "영웅 광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많은 역사적 사건이 이 곳에서 벌어졌는데,

가장 유명한 건,

2차세계대전 전 1938년 

오스트리아 출신 독일 지도자 히틀러

이 곳에서 오스트리아 병합을 선언한 것이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광장 서쪽에는 거대한

외부 성문(Outer Castle Gate, Äußeres Burgtor)이 서 있다.


아래 사진 왼쪽은 광장 안쪽,

오른쪽은 광장 바깥쪽에서 본 성문의 모습이다.


(2018년 6월, Vienna, Austria),


그 성문 밖을 나가면 길 건너편에,

지난 포스트에서 봤던

빈 미술사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이

마주 보고 서 있다.


헬덴 광장 남쪽에는 원래 왕실의 정원이었다가

20세기 초반부터 빈 시민을 위한 공원이 된

왕궁 정원 부르그가르텐(Burggarten)

자리 잡고 있고,

그 안에는 모차르트 동상괴테 동상도 있다.


(2018년 6월, 모차르트 동상, Vienna, Austria)


멀지 않은 곳엔 나비 하우스(Butterfly House, Schmetterlinghaus)도 있다.


원래 왕실의 온실이었으나,

1990년부터 현재의 기능을 하게 되었다.


입장료는 일반 7유로,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

폐장 시간은 시즌에 따라 달라진다.


http://www.schmetterlinghaus.at/en/prices/


(2018년 6월, Vienna, Austria)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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