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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Jun 06. 2019

좀 못생기거나 혹은 좀 작거나

그라츠의 개성 있는 얼굴, 슐로스베르크와 에겐베르크



(이전 포스트에서 계속)


웬만한 유럽 도시엔 그리고 시골 읍내에도

수백 년 된 고풍스러운 건축이 있고,

크고 작은 광장이 있고,

오래된 가톨릭 성당이 있는 구시가가 있다.


물론 다들 다른 이야기와 역사가 있는 데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모습도 조금씩 다르지만,


가까운 나라와 도시들이

건축 양식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훨씬 더 보수적이었던 예전엔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하기보단

다른 나라에서 유행한 걸 답습한 경우가 많아서,


아시아인이 보기에

유럽식 구시가는 다들 비슷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나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거나,


특별히 아름답거나,

특별히 거대하거나,

특별히 흉측하거나,

특별히 이상한 이정표가 있지 않으면,

특별하게 기억되기 어렵다.


그라츠 구시가도 사실 언뜻 봐서는

다른 유럽 도시와 크게 다르진 않은데,


그래도 그라츠를 특별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구시가 가운데 우뚝 솟은 슐로스베르크와,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 그 형용사에 동의할 

“못생긴” 시계탑인 것 같다.


그라츠에 다녀온 지 1년 뒤인 지금

그라츠라는 이름에

가장 먼저 내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그 슐로스베르크의 시계탑이다.




13. 슐로스베르크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보려면,

어떤 도시에선 대성당 첨탑에 올라야 하고,

한국에서는 고층빌딩 꼭대기에 올라가야 한다.


걸어 올라가기가 좀 고되어서 그렇지,

그나마 대성당은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가 있고,

주변 고건축들과 조화를 이루는 적절한 높이에,

대체로 아름답기라도 한데,


현대적 고층빌딩의 꼭대기 전망대는

그 안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만 좋을 뿐,

밖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고,

미학적 고려가 덜 된 건 흉물이 되기도 한다.


그라츠에선 시내 전경을 보기 가장 좋은 장소

구시가 서북쪽에 우뚝 솟은 언덕

슐로스베르크(Schlossberg)다.


그리고 난 이런 자연 속에 있는

자연스러운 전망대가 참 좋다.


슐로스(Schloss)는 독일어로 “성” 또는 “궁전”,

베르크(Berg)“산”으로,

“성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이곳엔 10세기부터 성이 있었고,

12세기에 처음 언급된

그라츠(Graz)라는 이름 자체가

“작은 성”이란 의미의 슬로베니아어

gradec[그라데츠]에서 왔다고 추정된다.




전설에 따르면,

악마

그라츠 북쪽 쇠클(Schöckl)산을 좀 더 높여주고,

(현재 쇠클산은 해발 약 1,400m다.)

그 대가로

그 산에 처음 오르는 인간의 영혼을 취하기로

인간들과 거래를 했다.


그렇게 그가 쇠클산을 높여줄

큰 바위를 들고 날아가고 있었는데,

마침 쇠클 산에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었고,

악마는 자신이 약속한 대가를 받겠구나 기대했다.


그런데 그건 부활절 행진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악마는 그들에게 손을 뻗칠 수 없었고,

인간의 영혼도 가져갈 수 없었다.


화가 난 악마는 큰 바위를 땅에 던져버렸고,

그게 둘로 갈라져

큰 조각이 무어 강 동쪽 슐로스베르크가 되고,

작은 조각은 무어 강 서쪽 칼바리엔베르크(Kalvarienberg)가 되었다고 한다.


해발 474m인 슐로스베르크는

현재 구시가의 주요 관광지고,


높이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칼바리엔베르크는

성당과 대형 십자가가 많이 서 있는

천주교 순례지다.




“작은 성”이 도시 이름이 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성이 있던 산, 슐로스베르크는

무엇보다도 군사 요새였는데,


19세기 초 나폴레옹 군과의 대결에서도

절대 함락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결국 오스트리아군이

나폴레옹의 프랑스에게 패배하자,

그동안 잘 지켜낸 슐로스베르크도

협약에 따라 프랑스군의 손에 넘겨줘야 했다.


그렇게 요새를 관할하게 된 프랑스군은

어렵게 점령한 적군의 요새를 파괴했는데,


그라츠의 부자들이 뒷돈을 건네주고,

슐로스베르크의 시계탑과 종탑만은

무사하게 지켜낼 수 있었다.


그렇게 프랑스군에 의해 파괴된 군사 요새는

19세기 중반 정원과 산책로를 만들면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현재 슐로스부르크는

그라츠에서 가장 중요한 관광코스가 되었다.




슐로스베르크는 아래 지도에서 보듯,

구시가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https://www.use-it.travel/cities/detail/graz/)


그라츠 슐로스베르크에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타고 오르는 것걸어 오르는 것이고,

타고 오르는 방법이 둘,

걸어 오르는 방법이 셋이다.




우선 1894년에 생긴 100년도 넘은,

경사 60도의 푸니쿨라(Furnicular)가 있는데,

15분에 한대 꼴로 다니고,

일반 편도 2.4유로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두 번째는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는 거다.


슐로스베르크 플라츠(Schlossbergplatz)[지도 H]

안쪽 나선 계단 옆에 있는,

2차세계대전 때 반공호로 지은 굴 안에

엘리베이터 탑승장이 있고,

일반 편도 1.6유로다.


그 엘리베이터를 타면,

처음엔 땅속 풍경(?)을 보다가,

수직 상승이 끝나면 그라츠 전경을 보게 된단다.




세 번째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그냥 반공호 계단 끝까지 걸어 올라가는 거다.


2차세계대전 중 만든 반공호는 총 6000m로,

입구가 20개나 되고,

2차세계대전 공습 땐 40000명을 수용했단다.


하지만, 지금은 그중 한 통로만 개방되어 있고,

그 통로를 통해 슐로스베르크로 올라갈 수 있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그리고 그 어두운 반공호를 벗어나면,

이런 숲길을 걸어 몇 분 더 올라간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숲길은 길지도 않고,

경사도 급하지 않고,

나무가 많아서 걷기도 좋다.


그렇게 익숙한 자연 속을 걸으면서,

그라츠라는 낯선 도시보다는

나 자신에 집중하게 된다.




네 번째는 구시가에서 올라가는 방법인데,

구시가에서 멀리 시계탑이 보이는 쪽으로

계속 걷다 보면,

초록색 숲길의 입구에 다다른다.

[지도 20번 근처]




다섯 번째는

슐로스베르크 플라츠(Schlossbergplatz)에서

바깥에 난 260개의 지그재그 계단으로 통해

올라가는 거다.


구시가 서북쪽 슐로스베르크 플라츠는

구시가 중심 주 광장(Hauptplatz)에서

한 블록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platz, Graz, Austria)


슐로스베르크는 높지 않아

10분이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기 때문에,

난 두발을 이용하는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방법을 채택했는데,

그 중에서 제일은 다섯번째였다.


첫날 갔을 땐

그 지그재그 계단의 입구가 막혀 있어서,

반공호 안 계단으로 올라갔다가,

구시가로 내려왔고,


세번째날 4-5쯤 다시 가보니,

지그재그 통로가 열려 있었다.


여행안내서에도

개장시간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는 걸 보면,

아마 보통은 열려 있는데,

첫날이 좀 예외적인 경우였던 것 같다.


내 뒤에서 걸어오던 10대 백인 여자애가 

영어로 “이제 열렸다”고 기뻐하면서

동행인 남자애에게 “닫혀 있었다”고

설명하는 걸 보니,

아마 2018년 6월 한동안 닫혀있던 것도 같다.


2019년 그 반공호 굴 내부에

무슨 슬라이드를 개통한다 하던데,

그 공사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이 지그재그 길은 크리크슈타이크(Kriegssteig),

즉, "전쟁 계단"이라고 불리는데,

1차세계대전 중이던 19014-1918년에

오스트리아 군인들과 러시아 포로들이 

건설한 계단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명해서,

공식적으로는 프리덴슈타이크(Friedenssteig),

"평화 계단"이 되었지만,

여전히 현지인들은 "전쟁 계단"이라고 부른단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사실 슐로스베르크는 별로 크지도 않고,

이 위엔 특별히 구경할 것도 많지 않고,

딱히 할 것도 많지 않은데,


그래도 그라츠 전망이 한눈에 보여

자꾸 멈춰 서서 눈에 담고,

또 자꾸 사진을 찍게 돼서,

첫 번째 갔을 때도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한두 시간이 걸렸고,


두 번째 갔을 때도,

그라츠 떠나기 전에 그냥 마지막으로 한번 더

쓰윽 둘러보기만 할려고 했는데,

역시 그때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무튼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방법의 장점이나 단점은,

조금씩 달라지는 도시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눈과 귀와 코와 머리를 모두 그라츠로 채운 채

올라갈 수 있다는 거다.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한 2/3 혹은 3/4쯤 계단을 올라갔을 때,

오른쪽에 길이 따로 나 있어 가보니,

허버슈타인 가르텐(Herbersteingarten)이라는 정원이 나타난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이탈리아에 가까운 스티리아(Styria) 지역은

워낙 와인이 유명하고,

원래 슐로스베르크 남쪽엔

허버슈타인 가족이 재배하는 포도밭이 있었는데,

슐로스베르크의 공원화 작업이 한창 진행된 이후인

1930년 포도밭 자리에

그 가족의 이름을 딴 정원이 만들어졌다.


정원은 작아서,

한 바퀴 도는 데 시간이 얼마 안 걸리는데,

전망이 좋아,

잠깐 멈춰 숨을 고르기에 좋은 장소다.




그렇게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그라츠 구시가 어디에서나 보이는 그라츠의 상징, 

28m짜리 시계탑(Uhrturm, Clock Tower)이 눈에 들어온다. [지도 G]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사실 시계탑이야

어느 도시에서건 흔하게 볼 수 있는 건데,


가톨릭 성당이나 주요 공공건물에 붙어 있지 않고,

이렇게 단독 건축으로 있는 경우가 흔치 않고,


그라츠의 시계탑은 너무 낮고,

시계는 또 너무 커서,

별로 예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부족한 미모가 또 “특별함”이 돼서,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 개성 때문에,

슐로스베르크의 얼굴이 되고,

그라츠의 랜드마크가 된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보면 볼수록 정감이 있고,

보면 볼수록 그 투박한 외모가

이 언덕에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모자를 쓴 선한 얼굴 같아 보이기도 한다.


(2018년 6월, Graz, Austria)


이 투박한 시계탑은

13세기 이전부터 이곳에 존재했다니,

12세기 처음 언급된 그라츠와 역사를 계속 같이 한 셈이다.


이 시계는 처음엔 시침만 있었다가,

나중에 분침이 덧붙여졌는데,

시침보다 덜 중요한 분침의 크기를 작게 했다.


그래서 보통 시계와 반대로,

짧은 바늘이 "분",

긴 바늘이 "시"를 가리킨다.


그러고 보니,

합스부르크 제국 관할 시절 재정비한

세르비아 노비사드의

페트로바라딘 요새의 시계탑도

분침이 짧고, 시침이 길었었다.


(2018년 7월, Novi sad, Serbia)


아마 시침이 분침보다 긴 게

오스트리아 제국의 풍습이었나 본데,


그러고 보니,

새삼 왜 분침이 시침보다 길어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좀 생각해보면, 

12개로 나뉘는 시에 비해

60개로 나뉘는 분을

좀 더 정교하게 표현하려면

바늘이 눈금에 더 가까워야 해서

분침이 길어졌을 것 같긴 한데,


어떻게 지금까지는 그것에 대해 한번도

의문을 품지 않고 살았던 건지 신기하다.


멀리서도 잘 보일 수 있는 긴 시침이 달린 

커다란 시계가 4면에 모두 달린 시계탑 위에

모자챙 같이 생긴 부분은

소방관이 도시 전체를 보는 공간이란다.


그리고 그 위 서남쪽에 달린 세 개의 크고 작은 종은

시간을 알리는 종(Stundenglocke),

화재를 알리는 종(Feuerglocke),

밤 11시 성문 닫히는 시간을 알리는 종(Lumpenglocke)이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남동쪽 모서리에는 그라츠 표범 문장이,

북동쪽 모서리에는 

신성로마제국 독수리 문장이 새겨져 있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그리고 그 북쪽엔

합스부르크 제국 쌍두 독수리 문장이 새겨져 있다.


(2018년 6월,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거기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19세기 중반 세워진 중국식 파빌리온(Chinesische Pavillon)이 보인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그 서쪽에 슈탈요새(Stallbastei),

마구간 요새

19세기 초 프랑스군에 의해 파괴되기 전

슐로스베르크 요새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오래된 요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요새 아래쪽으로 가면

무어강 서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오고,

오른쪽의 경사진 길로 걸어올라 가면,

옛 성채의 잔재들을 만날 수 있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요새 안쪽에는 이곳이 군사요새였음을 보여주는

대포(Kanonenhütte)가 전시되어 있다.


군사적 효용을 잃은 이후

이곳의 대포는 화재를 알리는 기능을 했다 한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그 위쪽 벽엔 그라츠의 자매도시들과 우애를 확인하는 벽화(Steinmosaik Städtefreundschaft-Völkerfreundschaft)가 있다.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스타일이라

당시 무슨 사연이 있었나 궁금했는데,

첫 자매결연 맺은 게 1950년부터고,

Maribor랑은 1987년이었다.


아마도 예스러운 스타일로

최근에 혹은 20세기 말에 그린 그림 같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그 앞엔 작은 공원이 있고,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거기서 좀 더 올라가면 토마스 성당 (Thomas Chapel, Thomaskapelle) 터가 보인다.


12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19세기 초 프랑스군에 의해 파괴되어,

지금은 터만 남았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그 폐허의 입구엔 오래된 사자 동상도 있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그리고 그 뒤로

종탑(Glockenturm, Bell Tower)이 서 있다.


16세기에 만들어진 종탑 안엔

그라츠에서 가장 무거운 종이 달려 있는데,


속설에 따르면,

터키군이 쏜 대포를 녹여 만든 것이라지만,

대포와 종은 만드는 원료가 달라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단다.


터키의 공격을 얼마나 두려워했던지,

실제로 공격을 당한 적도 없으면서도,

그라츠 곳곳에 "터키군"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파스빈더 감독의 독일 영화제목처럼 

그렇게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아침 7시, 낮 12시, 저녁 7시에 101번 울린다는데,

난 종소리는 못 들었다.


이 종탑은 시계탑과 더불어,

그라츠 부르주아들이 19세기 초 프랑스군에게

뒷돈을 주고 살려낸 중요 문화유산이다.


분명 이 종탑은 그 옆 성당에 딸려 있던 걸텐데,

그들이 성당은 파괴되게 놔두고,

이 종탑만 살렸다는 게 좀 신기하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종탑 위엔 지하감옥(Kasematten)이 있다.


역시나 19세기 초 프랑스군에 의해 파괴되었는데,

1차세계대전 직전 1913-1914년에

콘서트홀로 리모델링해서,

지금도 콘서트홀로 사용한다.


(2018년 6월, Graz, Austria)


지하감옥 콘서트홀 옆을 지나면,

벤치와 나무가 있는 작은 공원과

도시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제 거기가 슐로스베르크 제일 꼭대기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그 정상의 공원 한쪽에는

사자 동상(Major-Hackher-Denkmal)이 보인다.


프랑스 군과의 전투에서 슐로스베르크를 지켜낸  

해커 소령을 기리는 동상인데,

초상화가 없는 그의 외모을 알 수 없어서 

대신 사자를 세운 거란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공원 가운데 화려한 철제 장식이 달린 이 구조물은

16세기 만들어진 물탱크(Zisterne)다.


이 구조물 아래 있는 물탱크에

아마도 군사적 목적으로

수세기 동안 물을 저장했을 텐데,

지금은 소방용수를 저장한다고 한다.


(2018년 6월, Schlossberg, Graz, Austria)


슐로스베르크가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한눈에 들어오는

그라츠 전경 때문일 것이다.


그 전망대가 한 군데에 있는 게 아니고,

슐로스베르크를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2018년 6월, Kunsthaus, Graz, Austria)
(2018년 6월, Graz, Austria)


(동영상: 그라츠 전망 1)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동영상: 그라츠 전망 2)

(2018년 6월, Schlossberg에서 본 전망, Graz, Austria)




14. 에겐베르크 궁


만약에 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그라츠 구시가와 무어강 근처에서 벗어나,

그라츠 시내 서쪽 끝에 있는

에겐베르크 궁(Schloss Eggenberg)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화와 자연모두 누릴 수 있는 공간인

에겐베르크 궁은 1번 트램 종점 근처에 있는데,


아래 지도에서 왼쪽 끝 중간

회색 동그라미 안 50번이 바로 거기다.


(http://ontheworldmap.com/austria/city/graz/graz-tourist-attractions-map.html)




구글로 검색하니

기차역에서 걸어서 25분이라고 해서,

난 그냥 1번 트램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그라츠 서쪽 끝 트램 종점이라고 해도,

그라츠는 별로 큰 도시가 아니라,

그리고 기차역도 그라츠 서쪽에 있어서

기차역에서 에겐베르크까지는 가까운 편이다.


구시가에서 가면 아마 40-50분 정도 걸릴 거다.


25분이면 걸을 만 하겠길래,

걸으면서 그라츠 서쪽의 “외곽 동네”는 어떤지

구경해보기로 했다.


중간에 1번 트램은 꺾어지고,

난 끝까지 그 트램길을 따라 걸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걸 따라 굳이 꺾어질 필요는 없고

에겐베르거 길(Eggerberger Strasse)을 따라

직선으로 끝까지 계속 가면 나온다.


(2018년 6월, Graz, Austria)


그 길에서 한국인임에 틀림없는 이름이 적힌

간판을 봤는데,

“반점”이란 표현이나 한자로 된 간판은

한국적이지 않거나 혹은 너무 옛날식이다.


(2018년 6월, Graz, Austria)


혹시 중국 교포나 북한분이 하는 덴가,


오래된 것 같은데

그 옛날 그라츠엔 왜 오신 거지,


냉전시대 정치적 문제로 중립국에 오신 건가,


등등

그 일면식 없는 김득리 씨에 대해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하지만 어떤 추측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더 이상 안 하는 식당인지 휑해 보였고,

나중에 구글에 검색해보니,

원래 중국 음식, 일본음식 파는

“아시아 음식점”이었는데 폐업했다고 나온다.




트램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무슨 주민체육센터가 나오는데,

트램에서 이게 보이면 이제 다 온 거다.


여기서 기역자나 니은자로 크게 한 블록을 돌면,

가로수 우거진 길 끝에 있는

에겐베르크 궁 앞에 도착한다.


(2018년 6월, Graz, Austria)
(2018년 6월, Graz, Austria)
(2018년 6월,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에겐베르크(Eggenberg)

그라츠 서쪽 지역 이름인데,

베르크(berg)는 독일어로 "산"이다.


에겐베르크 궁 가는 길도 그렇고,

에겐베르크 궁도 그렇고 평지인데,

궁에 들어가 보면 뒤쪽에 산이 보인다.

아마도 그래서 그런 지명이 되었나 보다.


나는 “궁전(Schloss)”이라고 해서

당연히 왕의 거처였겠거니 했는데,

그냥 지역 귀족의 저택이었다.


하긴 그라츠는 수도가 아니니,

왕이나 황제의 궁전이 거의 없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 도시의 대표적 관광지인 궁전인데,

생각보다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왕의 것도 아닌 게,


어딘지 모르게 “그라츠”스럽다.


에겐베르크 궁

직역하면 "에겐베르크 사람”이라는 의미지만,

실제적으론 "에겐베르크 영주”라는 의미였을,

에겐베르거(Eggenberger) 가문의 궁전으로,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바로크 양식으로

17세기 이탈리아 건축가가 건설했다.


보전 상태가 매우 좋은 바로크 건축의 전형이어서,

그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렇게 그라츠엔

슐로스베르크를 포함하는 그라츠 구시가와

서쪽 외곽의 에겐베르크,

이렇게 두 개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있다.


에겐베르크 궁은

궁전과 그 주변 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에겐베르크 공원의 약도는 다음과 같다.


우측 상단 1,2,3이라고 쓰여 있는 곳이

에겐베르그 궁전이고,

그 주위의 초록색이 공원이고,

하단의 G가 입구다.


즉, 입구에서

에겐베르크 궁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지도 출처: https://www.museum-joanneum.at/en/muenzkabinett/your-visit/location-overview)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궁전 안의 박물관까지 들어가는 입장료는

일반 15유로,

정원만 들어가는 입장료는 일반 2유로다.


정원 입구에서 어디까지 입장할지를 결정하고,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매표소 직원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우선 정원에 입장한 후,

궁전에서 박물관 입장료를 따로 구매해도 된다.


동네 주민은 무료입장인지,

아님 아이 동반이면 무료입장인지,

아님 무슨 회원권 같은 게 있는 건지,

유모차를 끌고 온 여자분 두 분은 그냥 들어갔다.


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을 때,

에르메타쥬 박물관에서

어마어마하게 크고

화려하디 화려한 그 궁전 내부를 여러 번 구경해서,

궁전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데다가,

이제 다른 좀 더 작고 덜 화려한 “궁전”에서 가서는

별 감흥을 못 느낀다.


그래서 정원만 입장하는 티켓을 끊었다.


혹시나 중간에 마음이 바뀌면

궁전에서 다시 입장권을 사면 되기도 하니까.


그런데 그 티켓만으로도 박물관만 못 들어갈 뿐,

궁전 안에는 입장할 수 있었다.


작은 공원이고, 작은 궁전인데,

그래도 2시간쯤 머물렀다.


개장 시간은 궁전 4-10월, 화-일 10시-5시,

공원은 계절에 상관없이 계속 연다고 한다.


(에겐베르크 입장 시간과 입장료)

https://www.museum-joanneum.at/en/palace-and-gardens-schloss-eggenberg/your-visit/admission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에겐베르크 궁은

16세기 말 도입된 그레고리력에 맞춰 건물을 지어,


바깥 창문이 총 365개,

각 층엔 방이 31개씩,

2층의 창문이 60개,

큰 방이 24개, 그 문이 52개,

모퉁이에 4개의 탑이 있다고 한다.


각각 365일, 31일, 60분, 24시간, 52주, 4계절 등을 나타내는 숫자다.

 

그레고리력에선 4년마다 윤년이 도입되었을 뿐,

이전 율리우스력에 비해

특별히 기본 숫자가 달라지진 않았으니,

그레고리력 자체보다는

그걸 통해 고양된 천문학적 관심이 반영된 것 같다.


내부에는

플라네텐 잘(Planetensaal, Planetary room),

즉 "행성 룸"이라는 뜻의 큰 연회룸도 있단다.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에겐베르크 궁은 비교적 열린 공간이라,

박물관 관람객이 아니더라도,

성 안의 뜰에 들어가고,

건물 안에도 들어가서

계단과 복도를 거닐어 볼 수도 있다.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사실 에겐베르크의 “에겐(Eggen)”은

독일어로 농기구 “써레”이고,

이젠 그 농기구와 큰 관련 없는 그냥 지명일 뿐인데,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도

영어의 egg가 연상되더니,

에겐베르크에 진노랑 디테일이 많아서,

내 머릿속에선 아직도 계속 달걀이 연상된다.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에겐베르크 궁 동쪽엔

장미 언덕(Rose Mound) [위 약도 A]이 있다.


19세기에

당시 유행하던 영국식 정원으로 재정비하면서,

장미를 심고 중국풍 파라솔을 설치했단다.


내가 알기로 그 영국식 정원은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게 핵심인데,

그것과 거리가 많이 멀어 보이는

인공적인 느낌이 가득한 장미꽃밭과

이국적인 파라솔의 금빛 장식이 매우 화려하다.


하지만 파라솔 챙이 좁아서,

햇볕이나 비를 잘 가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6월 말엔 장미도 그닥 많지 않아

예쁘다는 느낌마저도 없고,

난 뭔가 매우 어색했다.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장미언덕 남쪽엔 카페-파빌리온 [위 약도 J]이 있고,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동북쪽엔 잘 꾸며진 작은 프랑스식 정원인

플래닛 정원(Planetary Garden)[약도 B]이 있다.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이 근방에선 이 작은 프랑스식 정원을 닮은

공작도 출몰한다.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동영상:에겐베르크 공원)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ria)


그 프랑스식 정원 남쪽에는

작은 과수원(Orchard) [약도 E]이 있는데,

나무 하나하나에 이름과 연도가 다 표시되어 있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듬성듬성 심긴 가냘픈 나무들의 설명을 읽어보니,

16-19세기 사과나무도 있다.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공원 남쪽 끝엔

아마도 에겐베르거 가문의 문장인 듯한

문장 밑에 벤치가 놓여 있다.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여기 말고도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고,

높은 나무들 밑에 잘 정비된 산책로가

공원 곳곳에 있어서,

그냥 멍하니 앉아 있거나 산책하기 좋은 공간이다.


(2018년 6월, Eggenberg, Graz, Austria)


박물관에 안 들어가서 그런지,

난 에겐베르크 궁전보다 공원이 더 좋았다.


동네에 이런 거 하나 있으면 딱 좋겠다 생각하며,

유모차 끌고 산책하는 여자분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에겐베르크 궁전도 그렇고 공원도 그렇고,

궁전치곤, 귀족의 영지치곤 아담한데,

그래도 궁전이고 영지라서 크기가 작지는 않다.


슐로스베르크도 마찬가지로,

1-2시간 정도 머물면서

문화와 자연을 모두 누리기에 딱 좋은,

내가 그라츠에서 제일 좋아했던 공간이다.




15. 그라츠를 기억 속에 넣다.


멀리 산이 보이긴 하지만,

그라츠 구시가 중심의 슐로스베르크를 제외하고,

그 주변은 대체로 평지인 것 같았는데,


그라츠에서 만난 호주 멜번 출신 18살 남자애가

그라츠에서 1주일 동안 트래킹 할 거라고 해서,


다른 오스트리아 도시와 마찬가지로

그라츠 외곽에도 산이 있는 걸 알았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니까,

자기가 한국에도 갔었다며,

아주 분명한 발음으로 그게 “영암”이라고 했다.


나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지명을

멀리 외국에서, 그것도 여행하면서,

외국인의 입을 통해 듣게 될 줄 생각도 못했다.


한국에 온 외국인이 굳이 “영암”까지 간 걸 보면,

“서울”에 없는 뭔가 특별한 트래킹 코스가

거기 있다는 얘기일 텐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전남 영암엔 소백산맥에서 뻗어 나온,

해발 약 809m의 월출산이 있다.

(높이가 서울 북한산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 호주 친구의 또 다른 트래킹 코스인

그라츠 북쪽엔 알프스 산맥의 일부가 있고,

가장 높은 산 호흘란치(Hochlantsch)는 1,720m,

가장 낮은 산 에겐베르크(Eggenberg)은 707m다.


오스트리아가 알프스 산맥에 있는 나라긴 하지만,

그라츠에 와서는

도시가 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을 못 받았고,


또 특별히 알프스 산맥의 풍광으로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데,


그렇게 멀리서 일부러 방문할 정도의

트래킹 코스가 그라츠에 있는지는 몰랐다.


그라츠는 빈에 이어 오스트리아 제2도시이면서,

한국 영암 수준의 자연이 있는 거다.


나는 별로 등산에는 흥미가 없어서,

아마 다시 가도 산은 안 가겠지만,


등산 좋아하는 사람은

그라츠에서 등산도 할 수 있다는 걸

그 호주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사실 그라츠 하면 생각나는 특별한 큰 한방이 없이,

그렇게 이래저래 작은 한방들로,

문화와 자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건,

여행지 그라츠의 장점이자 또 단점인 것 같다.



보통의 여행객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문화”적 여행을 원하면

오스트리아 빈이나 잘츠부르크를 선택할 거고,

“자연”을 원하면

인스브루크나 할슈타트를 선택할 거라,


그라츠는 사실 좀 포지션이 애매하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특별한 건축과 박물관이 많아서

봐도 봐도 끝이 없고,

시간관계상 

그냥 쓰윽 지나친 곳도 많았던 빈에 비해

규모가 작아,  

꼼꼼하게 볼 수 있어서,

이 도시와 좀 더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고,


할슈타트에 비해 관광객이 많지 않아,

어디에 가도 줄을 서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관광객용으로 특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며,

맘에 내키는 대로,

내 속도에 맞춰 여행할 수 있는 건 좋았다.


그리고 밖에서 봤을 때보다

그 안에 있을 때 더 아름다웠던 슐로스베르크와

첫인상은 볼품없지만, 볼수록 정이 들던 시계탑,

아담하지만 머물기 좋았던 에겐베르크 궁전은

그라츠의 개성 있는 얼굴이자,

그라츠라는 도시랑 닮아 있다.


그렇게 알게 된 그라츠는

이제 내 머릿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큰 한방이 없는 도시라,

누군가가 오스트리아 여행을 간다고 할 때,

그라츠를 추천하긴 조심스러울 것 같은데,


그래도 작은 한 방들을 알고 있어서,

내가 다시 오스트리아를 가게 되면,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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