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관광은 우선 오슬로 패스(Oslo Pass)부터
다른 포스트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는
유럽에서 가장 녹지가 많은 수도 중 하나여서,
2016년 여느 때처럼
미세먼지와 황사로 점철된 뿌연 봄을 보내고
7-8월 바르샤바에 갔을 때,
도시 곳곳에 공원도 많고
나무도 크고
공기도 좋고,
하늘도 예쁜 파랑이어서 그게 참 좋았다.
그런데 나랑 같이 3주간 폴란드어 수업 듣던
노르웨이 친구 아드리안은
바르샤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게 자연이라는,
나무도 많고 공기가 좋아서 만족스럽다는 내 말에,
반대로 자기는 바르샤바에서 자연이 제일 아쉽다고,
노르웨이의 자연이 너무 그립다고 그랬다.
바르샤바의 녹지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던 나는
노르웨이는 도대체 얼마나 자연 자원이 풍부하고
공기가 좋다는 건가 싶어 놀라우면서,
GDP도 7-8만 불이나 되고,
평등 지수와 복지 수준도 높고,
자연도 “유럽에서 가장 녹지 많은 수도”보다 좋다는
노르웨이가 무지 부럽고,
또 얄미웠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노르웨이는 가본 적이 없다.
예전에 유럽 배낭여행 할 때,
루트가 복잡해지고 또 경비가 너무 비싸질 것 같아,
흔히 가는 나라 중에서
대륙 밖 영국 쪽과
대륙 위 북유럽은 루트에서 뺐었다.
그중에 핀란드랑 스웨덴은
나중에 러시아에 있을 때 지인을 만나러 가봤는데,
그 근처 발트 3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도
러시아에서 폴란드 가는 길에 들렀는데,
노르웨이, 덴마크는 러시아나
중동부유럽 다른 슬라브국가에서도 멀어서,
그리고 딱히 갈 일이 없어서 못 가봤다.
그래서 2016년 여름 바르샤바에서 새삼
그 부러운 노르웨이의 자연을,
나중에 언젠가 한번 경험해야겠다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아드리안이 “베르겐(Bergen)” 출신이라며,
혹시 나중에 오게 되면
자기가 가이드해줄 테니 연락하라고 한다.
워낙 노르웨이에 별 관심이 없어서
오슬로 말고는 들어본 도시가 없는 상태에서
“베르겐”을 검색을 해봤는데,
이런! 너무 예쁘다!
그리고 그건 사진발만 그런 게 아니라
가서 보니 실물도 무지 예쁘다.
뭐 그냥 대충 찍어도 이렇다.
그리고 그 엄청나다는
피오르드로도 유명한 도시였다.
물론 베르겐 안에
유명 피오르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여러 주요 피오르드를 보러 가기에
가장 좋은 노르웨이 도시다.
아무튼 그래서 그 2016년 여름
Visit Bergen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저장하고,
“노르웨이 피오르드”를
야심 차게 마음속 위시리스트에 올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꼭 가봐야겠다 했다.
그 “언젠가”가 요원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왔다.
2018년 겨울부터 여름까지
6개월 크로아티아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노르웨이가 가깝진 않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보다 훨씬 가깝고,
언제 또 유럽을,
그것도 피오르드 볼 수 있는 여름에 갈지 모르니,
여름 끼고 유럽 간 김에 가자 싶어서,
크로아티아어 수업 끝난 다음 주인
2018년 6월 중순에 떠나기로 했다.
한국어 블로그에 보면,
“오슬로는 볼 게 없다”는 평이 우세하던데,
노르웨이를 처음 가는 거니,
그리고 언제 또 갈지 모르니,
간 김에 수도 오슬로에도 잠깐 들르기로 했다.
처음엔 그냥 목적이 “노르웨이 자연”이었는데,
그걸 “피오르드”로 구체화하고 검색하다 보니,
가장 아름다운 피오르드는
UNESCO 문화유산이기도 한
게이랑에르 피오르드(Geirangerfjord)이고,
올레순(Ålesund)라는 북쪽 도시에서 가야 한다.
올레순에서 베르겐 사이의
버스는 10시간이나 걸리고,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 도착한다.
그런 올레순까지 가려면
노르웨이 체류기간을 최소 2-3일 늘리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거나,
아니면
베르겐이나 오슬로를 빼거나 줄여야 하는 건데,
아마도 노르웨이를 또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뭔가 좀 많이 아쉽지만,
게이랑게르 피오르드를 포기하고,
그냥 베르겐과 오슬로까지만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다녀와서 보니 그러길 잘한 것 같다.
당시 인터넷 검색만 할 때는
"UNESCO”,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
그리고 그 게이랑게르 피오르드 절벽에 앉아 찍은
사진을 보고 마음이 무척 동했는데,
지금 다시 게이랑게르 피오르드 사진을 보니,
거기 못 간 게 뭐 그렇게까지 아쉽지 않다.
베르겐 근처에서 본 평범한(?) 피오르드가
이미 충분히 숨이 탁 멎을 듯이 엄청난 규모의,
생전 처음 보는 형언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라,
만약 노르웨이 초행이고,
피오르드도 처음이라면,
그냥 베르겐에 머물면서,
그 근처 피오르드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베르겐에서 갈 수 있는 피오르드가 많고,
피오르드뿐 아니라 베르겐 자체도
입이 떡 벌어지게 예쁘고,
노르웨이 제2도시라
교통편, 숙박 같은 것도 훨씬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2018년 6월 중순 5박 6일
오슬로와 베르겐 여행루트를 짰다.
인터넷에서 비행기 티켓을 검색하니,
내가 당시 머물던 자그레브에서
노르웨이 가는 비행기 티켓은 저렴한 게 없고,
베르겐과 헝가리 부다페스트 간 편도 티켓이
한국 돈으로 겨우 몇만 원 정도 되는 게 있다.
헝가리?
그러고 보니, 크로아티아 수업 들을 때,
같이 수업 듣는 애들이
주말 동안 가까운 부다페스트 다녀오는 거 보면서,
언제 한번 다시 헝가리도 가봐야겠다 생각했었다.
예전에 유럽 배낭여행 중에 부다페스트 들렀었는데,
도시 자체가 크기도 크고 다양하고 예쁘고,
물가도 싸고 사람들도 친절해서 마음도 편하고,
기대 전혀 안 하고 들렀는데,
생각보다 무척 좋았던 기억이 있는 데다가,
내 주변 한국 지인들도
부다페스트 다녀와서 다들 매우 좋다 하고,
“관광강국” 크로아티아어 선생님 밀비아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부다페스트라고도
자주 말하곤 했다.
그리고 정 많고 살가운 헝가리 친구 라우라한테서
헝가리 음식도 대접받고,
헝가리 민속춤도 배우고,
바다 없는 헝가리에서 “바다”나 마찬가지라는
그 커다란 호수를 비롯한 헝가리 얘기도 들어서,
예전보다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라우라는 날 자기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도 했는데,
나는 나대로, 라우라는 라우라대로
수업 끝나고 여행하느라
마땅히 시간이 안 맞아서,
헝가리 남부의 그 친구 집까지는 못 가봤다.
그렇게 헝가리는 크로아티아어 수업 끝나고
놀러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에,
노르웨이 갔다 와서 나중에 다시 가느니,
마침 저렴한 비행기 티켓도 있고,
노르웨이 가는 길에 가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1. 자그레브-부다페스트 (버스)
2. 부다페스트-오슬로(비행기)
3. 오슬로-베르겐 (기차)
4. 베르겐-부다페스트(비행기)
5. 부다페스트-자그레브 (버스)
이런 총 8박 9일 루트로 최종 결정되었다.
우선 가격이 유동적인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기차표, 버스표는 나중에 예약했다.
베르겐-부다페스트 간
헝가리 저가항공 Wizz Air 비행기는
편도가 겨우 30-40유로였는데,
수화물 비용이 원래 티켓보다 더 비싸서
그거 합치니 116.30유로,
부다페스트-오슬로 간 비행기는 제일 저렴한 게
노르웨이 저가항공 Norwegian 비행기로,
편도가 100유로가 좀 넘었는데,
수화물 비용까지 합쳐서 141유로였다.
인터넷에 보면 왕복 100유로 미만의
저렴한 항공권으로
유럽에서 이동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리고 실제로 그게 가능하긴 하지만,
유럽 저가항공도 모든 노선이 다 싼 게 아니고,
주로 사람들 많이 가는 대도시 쪽으로
좀 더 싸게 나오는 상품들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그 100유로는
비행기에 따로 싣는 수화물 값을 뺀 가격이라,
세면용품 같은 액체를 담아 보내야 하는
수화물이 있으면 실제로는 좀 더 비싸진다.
물론 그래도 유럽의 일반 항공을 타거나
한국에서 가는 것보다는
유럽 저가항공이 훨씬 저렴하다.
나름 그렇게 여행 루트 다 짜고 나서,
베르겐 오면 연락하라던 아드리안에게 연락했더니,
그 친구는 고향 베르겐이 아니라 오슬로에 있는데,
마침 내가 오슬로 가는 날
자기는 오슬로에 없을 거란다.
그러면서 베르겐 토박이로서 정보를 알려줬다.
나는 뭔가 현지인만의 특별한 정보를
은근 기대했는데,
Bryggen이랑 근처 어느 동네, 어느 동네 괜찮다고
그냥 동네 이름만 좀 두루뭉술하게 알려줬다.
그리고 자기 여자친구 부모님 베르겐 왔을 때
같이 피오르드 투어를 했다며,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2-3시간 하고 300 크로네(약 4만원) 정도였다고
그거 한번 알아보라고 했다.
난 이미 그때 벌써
Norway in a nutshell를 참고해서
개인적으로 피오르드 투어 배를 예약한 상태였는데,
그 친구가 알려준 투어가
내가 예약한 배들보다 훨씬 싸다.
순간적으로 현지인은 훨씬 싸게 가는 게 있는데,
외부인이라 바가지 쓴 건가 울컥했는데,
좀 더 생각해보니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Norway in a nutshell 참고해 내가 예약한 배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베르겐 근처 피오르드를 빙 돌아
다시 베르겐으로 돌아가는 건데,
[보통 이렇게들 많이 한다]
아마 현지인들은
그중에서 2-3시간 정도만 배를 탄 후,
배나 버스나 기차를 타고
다시 베르겐으로 돌아가거나 뭐 그러나 보다.
그래야 “2-3시간짜리” 피오르드 투어가
설명이 된다.
노르웨이인이야 아무 때나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코스로 피오르드를 구경할 수 있으니,
그리고 아마 예전에 여러 번 가봤을 테니,
그렇게 짧게 잠깐 구경하는 게 낫겠지만,
난 지금 가면 언제 또 갈지 기약이 없으니,
그리고 그 2-3시간 동안
그 여러 구간 중 어디를 구경하는 게
가장 나은 건지도 알 수 없으니,
그냥 눈 딱 감고
비싼 "여행자용 피오르드" 관광 풀코스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평생에 한 번 하는 거니,
송네와 하르당에르 이렇게 두 개를 예약해서,
이틀 동안 정말 원 없이 피오르드를 “과식했다”.
https://brunch.co.kr/@saddjw/111
아무튼 그렇게 2018년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2박 하고
부다페스트 국제공항에서
노르웨이 저가항공 Norwegian을 탔다.
헝가리 국제공항의 저가항공은
이상한 가건물 같은 곳에서 탄다.
베르겐에서 부다페스트 돌아올 때 탈
헝가리 저가항공 Wizz Air 비행기와
노르웨이 저가항공 Norwegian 비행기를 비롯한
유럽 저가항공 비행기가 거기 다 몰려 있었다.
그렇게 부다페스트를 떠나서,
구름 위를 좀 날다 보면,
구름 아래 바다와 육지가 조금씩 보인다.
오슬로는 노르웨이 동남쪽에 자리 잡고 있어,
동쪽에서 가면 오슬로가 노르웨이 첫 도시일 테니,
아마도 여긴 스웨덴쯤인가 본데,
여기도 예쁜 것이 노르웨이가 더욱더 기대된다.
그렇게 비행시간 2시간 30분이 지나면
이제 오슬로 공항에 도착한다.
크로아티아와 그 근처 유럽은
어디 가나 지붕이 빨강인데,
노르웨이는 회색 지붕이 많은 것 같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비행시간만 따지면 2시간 30분이었지만,
20-30분 연착되어 3시간이 걸렸다.
또 입국 수속하고 오슬로 시내까지 가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려서,
부다페스트에서 낮 12-1시쯤 비행기가 출발했는데,
초저녁에 오슬로 시내에 도착했다.
비행기로 이동하면
비행 자체는 빠른데,
비행기 출발 1-2시간 전에 체크인해야 하고,
입국 수속도 하고,
수화물 나오는 것도 기다려야 하고,
그 전후에 도시 외곽 공항 오가는 시간도 있어,
비행시간에 전후로 4-5시간은 더해야 해서
따지고 보면 또 뭐 그렇게 빠르지가 않다.
물론 그래도 노르웨이 안과 밖 도시에서
오슬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비행기다.
난 한국어 블로그에서
24시간 교통카드로
공항철도도 탈 수 있다는 정보를 읽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 다음날 쓸 오슬로 패스랑
오슬로 도착 당일 쓸 24시간 교통카드부터 샀다.
24, 48, 72시간짜리 오슬로 패스와
24시간짜리 교통카드는
구매한 시점이 아니라,
처음 개시한 시점부터 시간이 계산되는 거라서,
공항에서 미리 사놓아도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오슬로 패스, 교통카드 모두 1구역에서만 유효한데,
공항은 2구역에 있기 때문에,
”오슬로 패스”나 “24시간 교통카드”가 있어도
”공항철도” 티켓은 따로 구매해야 한다.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공항철도 티켓 가격이랑
24시간 교통카드 가격이 같은데,
교통카드가 있다고 공항철도 비용을 안내는 게
좀 이상하긴 하다.
(2018년엔 105 크로네로 똑같았는데,
2019년엔 교통카드가 108 크로네로 올랐다)
하지만 당시엔 노르웨이 물가를 실감 못하고
가격이 105 크로네(약 14,000원)나 되니,
모든 게 다 되는 만능 교통카드려니 했나 보다.
시내에 가면 초저녁이 다 될 것 같아,
그날 쓰려던 24시간 교통카드는 사지 말까 싶어,
교통카드 환불이 가능한지 물어봤더니,
교통카드와 오슬로 패스 모두
환불은 불가하단다.
뭔가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건 아닌가 싶은 찝찝함을 가지고
어정쩡하게 오슬로 여행을 시작했는데,
여름에 오슬로는 백야라,
10-11시쯤 돼야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져서,
다행히 첫날 초저녁에 도착해서도
한참 동안 햇볕이 쨍쨍했고,
해지기 전까지 오슬로 시내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그 교통카드를 알뜰하게 썼다.
오슬로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랑 위도가 비슷해서
백야 때 해 뜨고 해 지는 시간이 비슷하고,
좀 더 위도가 낮은 바르샤바보다는
해 지는 시간이 좀 더 늦은 것 같다.
실제 시간은 같을 텐데도,
높은 위도의 도시에서는
여름에 낮이 길어서 그런지
하루도 더 길어지고,
시간 부자가 되는 기분이다.
공항에서 오슬로 시내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공항버스와 공항철도가 있는데,
노선이 하나로 정해진
공항철도는 시내까지 105 크로네(약 14,000원),
중심가 기차역인 Oslo S까지는 23분이 걸린다.
노선이 여러 가지인
공항버스는 Oslo S까지 47분 걸리고,
189 크로네(약 25,000원)다.
오슬로 지리도 공항버스 노선도 잘 모르던 나는,
공항철도를 이용해
Oslo S역 근처 번화가로 우선 갔다.
티켓은 공항철도 티켓 자판기에서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 있다
문화적인 여행을 선호한다면,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두브로브니크 카드,
오슬로에서는 오슬로 패스(Oslo Pass)를
구입하는 게 경제적이다.
대중교통과 박물관 이용이 자유로운 오슬로패스는
2019년 현재 일반
24시간권 445 크로네(약 6만 원),
48시간권 655 크로네(약 8만 5천 원),
72시간권 820 크로네(약 10만 원)이다.
2018년 6월 내가 샀을 때는
24시간권이 395 크로네(약 5만원)였는데,
그리고 그전에 내가 확인한 블로그들을 보면
꽤 오랫동안 그 가격이었던 거 같은데,
2019년 현재 445 크로네로 올랐다.
24시간 교통카드도
나는 2018년 6월에 105 크로네 주고 샀는데,
2019년 현재 108 크로네로 올랐다.
오슬로 시에서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작해 돈이 필요하거나,
시의 재정이 좀 안 좋나 보다.
언뜻 보면 오슬로 패스가 너무 비싸 보이지만,
“비싼 도시” 오슬로는 대중교통 1회 이용권이
가판대에서 미리 사면 36크로네(약 4,700원)
버스기사에 사면 56크로네(약 7,400원)나 하고,
24시간 자유이용권도 108크로네(약 14,000원)다.
그리고 박물관 입장료가 보통
일반 100-120 크로네다.
그러니 대중교통 이용하고
박물관 3개 이상 방문할 거면
오슬로 패스를 사는 게 경제적이다.
그리고 패스를 한번 사두면
박물관 입장권과 교통요금 지불 시간과
불필요한 노력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동과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박물관 관람을 별로 안 좋아한다면,
오슬로에선 108크로네짜리
24시간 교통카드라도 사는 게 좋다.
노르웨이의 수도인 오슬로는 꽤 큰 도시라서
걸어 다니면 볼 수 있는 게 너무 적어진다.
물가가 비싼 노르웨이에선
어디 가나 돈 계산에서 자유로워지지 않고,
남다른 물가에 괜히 위축되는데,
교통카드를 사면
적어도 대중교통에는 당당해지고, 자유로워진다.
아, 그리고
나는 짧은 2박 3일 오슬로에 있는 동안
대중교통에서 표 검사를 3-4번이나 받았다.
검사를 아주 자세하게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날짜만 쓰윽 보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꽤 자주 표 검사를 하니,
무임승차는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나는 오슬로에 2박 3일 있었는데,
첫날은 낮 비행기라 오슬로 시내 도착하니,
벌써 저녁 5-6시가 거즘 다 되었고,
마지막 날은 아침 일찍 베르겐으로 출발해서,
실질적으로 오슬로 관광을 할 수 있는 건
둘째 날 하루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슬로 패스 1일권을 샀는데,
그걸로 박물관 6개를 가고,
[마지막 박물관은 조금만 일찍 갔으면
7개를 채울 뻔했다]
대중교통도 10번 넘게 이용하고,
페리도 무료로 탔다.
오슬로의 박물관은 거의 대부분 오전 10-11시
느지막이 문을 열고,
토, 일요일은 약간 일찍
오후 4, 5, 6시에 문을 닫는다.
목요일은 무료입장이거나
저녁 8시 혹은 밤 12시까지도 여는 데가 있어서
목요일을 끼고 가면 박물관 관람에는 딱이다.
난 아깝게도 금요일에 오슬로에 도착하고,
토요일에 박물관을 관람해서
좀 불리한 조건이었는데,
나름대로 시간하고 동선 계산해서
그래도 오슬로 패스를 꽤 잘 활용한 것 같다.
오슬로엔 다양하고 흥미롭고,
매우 노르웨이적인 박물관들이 있고,
매우 다양한 동네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하루 이틀 동안 그걸 다 보는 건 불가능하며,
그냥 좋아하는 박물관 몇 개를 선택해서
방문하게 되는데,
난 오슬로 체류 2번째 날을 “박물관의 날”로 잡아
박물관을 중심으로 오슬로를 돌면서,
자연스럽게 오슬로의 다양한 동네도 함께 구경했다.
한국어 블로그에서 흔히 하는 말대로,
베르겐에 비하면 오슬로는
포토제닉하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볼 게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에겐 이국적인 다양한 풍경과
흥미로운 박물관도 많아서,
그런 의미에선 볼 게 많고,
관광의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워낙 기대를 크게 안 해서 그런지,
나에게 오슬로는
그 혹독한 평판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관광지였다.
오슬로는 아래 Use-it OSLO 지도처럼 생겼는데,
사실 이보다 훨씬 크지만,
구글 이미지에 마땅한 지도가 없어
이 지도를 가져왔다.
위 지도의 빨강 네모는 기차역이고,
그 주변에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다.
빨강 숫자는 내가 오슬로에서 방문한,
이제 짧게 둘러볼 박물관들의 소제목 번호다.
(노란 숫자는 다음 포스트에서 둘러볼 무료 관광지다)
오슬로 체류 두 번째 날,
가장 처음 간 박물관은 뭉크 박물관(Munchmuseet, Munch Museum)이었다.
움직이는 동선 상 거기에서 시작해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게 더 낫기도 하고,
또 오슬로에서 가장 중요한 박물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뢰텐(Løten)이라는 오슬로 북부,
자동차 1-2시간 거리에 있는 마을 출신인데,
아주 어릴 때 오슬로로 이주해 살았다.
난 사실 뭉크 작품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노르웨이에 왔으니,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이 박물관 근처에 큰 공원도 있고,
박물관 앞에도 엄청나게 큰 나무가 서 있어서,
그의 우울한 작품과 달리
박물관은 어딘지 모르게 생기가 있다.
성수기엔 10시-17시,
비수기엔 10시-16시 열고,
성수기 목요일엔 밤 12시까지 열기도 한다.
2019년 현재 입장료는
일반 120 크로네(약 16,000원),
학생 60 크로네다.
오슬로 패스를 보여주면,
그걸로 그냥 들어가는 게 아니라,
무슨 종이 입장권을 줬다.
그리고 박물관에 들어갈 때 배낭뿐 아니라
A4보다 큰 가방은 다 락커에 맡겨야 한다.
여기는 보통 락커가 4자리 비밀번호를
두 번 누르고 잠근 다음,
열 때 그 4자리를 다시 누르는 시스템이라,
락커 번호를 잘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들어갈 때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뭉크 박물관이 오슬로 첫 박물관이라,
여기는 다 이렇게 보안이 철저한가 했는데,
내가 간 오슬로 박물관 중에서는 여기만 이렇다.
2004년 괴한들이 뭉크 박물관에 침입해서
"절규"와 "마돈나"를 훔쳐갔다가
2006년 되찾은 일이 있는데,
아마도 그때 이후 생긴 것 같다.
뭉크 박물관은 7전시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전시관 당 5-7점의 그림이 걸려 있다.
낯선 사람과의 접촉을 싫어하는 노르웨이인들처럼
그림도 그렇게 띄엄띄엄 걸려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면,
그림에 대한 안내문이 적힌 종이를 주는데,
그걸 읽으면서 띄엄띄엄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그다음 방으로 갈 땐
그 안내문을 반납하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갔던 대부분의 미술관은
그림 옆이나 밑에 짧은 안내문이 쓰여 있는데,
여기에서는 따로 적은 종이다 보니
공간의 제약이 적어 설명이 더 길고,
그림 설명을 읽을 때 옆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
이것도 역시나 타인의 방해를 최소화하려는
뭔가 매우 북유럽적인 시스템인 것 같다.
난 그림을 먼저 둘러본 후,
설명을 읽고 나서
다시 그림을 봤는데,
여유를 가지고,
좀 더 진중하게 그림을 보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전시물이 너무 많지 않아,
계속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나오는 길에 어떤 방에서
뭉크 관련 비디오도 상영했는데,
갈 일이 멀어 그냥 잠깐만 보다가 나왔다.
그렇게 뭉크 박물관에서는
1시간-1시간 반 정도 머물렀던 것 같다.
사실 "절규"야 원본은 아니더라도
어릴 적부터 너무 흔하게 봐서 좋은 지 모르겠고,
다른 뭉크 그림을 많이 보지 않았지만,
우울한 느낌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뭉크 박물관에서 그렇게 보니,
뭉크 그림이 하나 하나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여러 작품을 함께 보니 일관성이 있어서
그 특유의 우울함이 도드라지지 않는지도 모르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보니,
그 우울감 뒤에 있는 다른 무언가를
또 느끼게 되는 것도 같다.
그의 자화상에서 자주 쓰는 청록색도 참 좋고,
작품마다 다른 텍스처와 실루엣,
스토리와 감정을 느끼는 재미도 있다.
그림 속의 감정은 좀 더 분명한데,
스토리는 명확하지 않아,
그 감정에 스토리를 나름대로 입히면서 봤다.
그리고 그 박물관의 인테리어 자체가
우울함과 불안보다는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님 날씨도 좋고,
박물관 열기 전 좀 일찍 가서 걸어본 동네도 좋고,
내가 기분이 좋아 그랬는지 모른다.
그 다음에 시내 가서 오슬로 시청 보고,
그 옆에 있는 노벨평화센터(Nobel Peace Center, Nobels Fredssenter )에 갔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다른 노벨상은 스웨덴에서,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에서 선정하고 시상한다.
노벨평화센터는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위 사진에서처럼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길래,
노벨평화센터 들어가는 줄인 줄 알고,
나도 따라 줄을 섰다가 들어갔는데,
들어가 보니 거기가 아니었다.
줄을 서서 따라 들어간 곳은
그 옆에 있는 어떤 공사중인 건물이었는데,
가장 위층까지 줄지어 올라가면
아래 사진 같은 공간에 다다른다.
아마 오슬로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공간이겠지만,
나는 그냥 뭐가 뭔지 얼떨떨해서
그 휑한 공간에서 사진만 찍었다.
그래서 두리번거리다가 야외로 갔더니,
거기서 무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누빈 자루가 여러 개 있는데,
유심히 보아하니,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인다.
무언가 심오한 생각이 담긴 행위예술인 것 같은데,
이 노르웨이적 감성이 나는 너무 낯설다.
건물이 바다 옆에 있어서,
전망이 좋길래,
바다와 멋진 하늘을 한참 쳐다보다가
그냥 내려왔다.
그런데 지금 국립미술관 홈페이지 가보니,
2020년 새로 문을 열
새 오슬로 국립미술관 건물이 그 근처다.
어쩐지 그래서 그렇게 사람들이 줄을 섰던 거구나.
그렇게 특별한 장소인 줄 알았으면
또 괜히 여행에 의미 부여하며
촌스럽게 감정 과잉되었을텐데,
그 때 그걸 몰랐어서 다행이다.
적어도 감정적으로는
오슬로 현지인처럼 담담해보일 수 있었다.
그 여러모로 특별한 예술을 관람하고 내려와서
그 옆 노벨평화센터에 들어갔다.
이 건물은 원래 오슬로 서부 기차역이었던
19세기 신 르네상스 건축이며,
2005년부터 노벨평화센터로 사용되고 있단다.
노벨평화센터에 들어가면,
직원에게 동전을 받아서 가방을 락커에 넣고,
열쇠로 잠가야 한다.
나중에 가방 되찾을 때 열쇠를 돌리면,
그 동전이 다시 나오는
한국에도 많은 스타일의 락커다.
1층에선 노벨평화상과 큰 상관없는
사진전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본 건 "나이 듦"을 주제로 한 사진 전시였다.
2층에 올라가면 아래 사진 같은 방이 나오는데,
거기에 아는 이름을 찾아
관련 자료를 보는 거 그게 다다.
수상자 중에 생각보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생각보다 별로 재미가 없다.
노벨평화센터 다녀온 한국인의 대체적 감상평처럼
나도 오슬로 패스가 아니라,
돈 따로 내고 봤음 좀 많이 아까웠을 것 같다.
오히려 그 옆 건물에서 하던,
북유럽 감성의 난해한 행위예술이
차라리 내 취향에 맞다.
개관 시간은 10:00-18:00.
2019년 현재 입장료는
일반 120 크로네(약 16,000원),
할인 80 크로네(약 10,000원)다.
뭉크 박물관을 다녀 왔지만,
뭉크 말고 다른 좋은 그림이 많아서
오슬로 국립미술관(Nasjonalgalleriet, National Gallery)을 건너뛸 순 없었다.
2018년 6월 당시 국립미술관 건물은
그 근처의 국립극장 같은 건물에 비해
좀 많이 소박하고,
다른 유럽 건축에 비해서도 덜 아름답고,
붉은 색 벽돌은
서대문 형무소를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내부는 그보다 훨씬 덜 비극적이고
훨씬 더 예술적이었다.
뭉크의 "절규"와 "마돈나", "죽어가는 소녀",
"사춘기", "삶의 춤(dance of life)", "재(ashes)",
자화상은
오전에 뭉크 박물관에서도 봤던 그 그림이다.
그런데 그림이 크기며 느낌이며
아주 미세하게 다르다.
작가가 직접 그리지 않았어도
박물관에서 인정해준 몇몇 모작은
"진품"으로 인정받는다는,
그래서 “진품”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얘기를
예전에 들은 적 있는데,
아마 뭉크 박물관의 "절규"와
오슬로 국립미술관의 "절규"가
그런 관계인가보다 생각했다.
뭉크 박물관에서 본 게 처음이라
더 강렬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난 뭉크 박물관에 있는 게 좀 더 좋아서,
뭉크 박물관의 작품들이
뭉크가 직접 그린 그림 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 글의 댓글을 보고 찾아보니,
뭉크는 유화, 파스텔화로 "절규"를 여러편 그렸고,
오슬로 국립미술관은 그가 첫번째 그린 유화,
뭉크 박물관은 그가 첫번째 그린 파스텔화를
소장하고 있단다.
그는 다른 작품도 그렇게 같은 그림을
여러 버전으로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차이는 일반인들은 구별도 못하니,
만약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뭉크의 "절규"를 보는 게,
그리고 그 앞에서 기념사진 찍는 게 목적이라면,
"뭉크 박물관"과 "오슬로 국립미술관"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될 것 같다.
그 밖에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의 작은 상,
피카소의 "가난한 연인들"도 있고,
모네, 고갱, 르느와르, 세잔도 있는데,
하나 같이 다 좋고,
이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19-20세기 노르웨이 작가들의 작품도 좋았다.
내가 갔을 때는 19세기 노르웨이 모더니즘 화가
문데(Munthe) 특별전도 했는데,
누군지도 모르고 본 그의 작품은
노르웨이 신화를 바탕으로 해서,
노르딕 문양을 넣어 그린 특별한 작품이었다.
그의 작품의 거기서만 볼 수 있는
매우 노르웨이적인 것이기도 했고,
"노르웨이"라는 지역성을 빼고
그냥 예술로만 봐도,
체코의 알폰스 무하, 빈의 클림트가 생각나는
19-20세기 아르누보적인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마음에 들었다.
국립미술관에는 24개인가 25개 전시실 있는데
번호를 따라가면,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순차적으로 보게 된다.
주제별로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고,
설명도 잘 되어 있고,
미술관이 큰 것도 아니고 그림도 많지는 않았지만,
좋은 것들만 엄선되어 있어서
나는 만족도가 높았다.
끝까지 다 보고 나서도 그냥 나오기 아쉬워서
몇몇 그림은 한번 더 보고 오기도 했다.
다 보는데,
1시간 - 1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2018년 6월 당시 개관시간은 화-금 10:00-18:00,
토, 일 11:00 -17:00.
월요일 휴관, 목요일은 무료입장이었다.
그런데 2019년 현재는 휴관이다.
2020년 노벨평화센터 옆 새 건물로 이전해서
재개관할 예정이란다.
입센 박물관(Ibsen Museum, Ibsenmuseet)은
왕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6시에 문을 닫아서 오슬로 박물관 중에는
가장 늦게 문을 닫는 박물관 중 하나이지만,
서쪽에 있는 박물관들을 보러 갔다
다시 올 시간이 없을 듯 해서,
이동 동선상 그냥 가는 길에 들렀다.
입구에는 거울 같은 창문이 달려있고,
그 앞에는 입센 동상이 서 있다.
입센(Henrik Ibsen)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19-20세기 노르웨이 출신 극작가이지만,
뭐 딱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그의 작품 중엔 "인형의 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별 감흥은 못 받았다.
마지막에 노라가 집을 나가며 독립하는 것 때문에,
흔히 페미니즘 작품으로 평가하는데,
19세기에는 센세이셔널했을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페미니즘적이라는 느낌도 못 받았다.
그 밖에 그의 다른 작품들이
한국에서도 꽤 많이 상연되어서,
연극으로는 그 유명한 "인형의 집"은 물론이고,
"민중의 적", "페르귄트"도 봤다.
그 연극들도 나쁘진 않았지만,
특별히 맘에 들진 않았다.
내가 오슬로에서 입센 박물관을 간 건,
도대체 어떤 게 전시되어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내가 갔을 때 투어가 있어서
사람들이 그걸 기다리고 있었는데,
워낙 입센 자체를 잘 몰라서,
투어를 해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데다가,
다른 박물관 갈 시간이 없을까봐 난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투어 하지 않고
전시만 보는 건 좀 평범했다.
방문객이 많지 않은지,
입센 박물관은 가방 넣는 락커도 많지 않고,
구식 열쇠로 열고 닫는 옛날 식이었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1층은 특별한 전시물이 없는 추상적 공간이고,
본격적인 전시는 2층에서부터 시작했다.
2층은 이런 느낌이다.
그의 일생에 대한 깨알 같은 글씨의 설명과
사진이 벽에 붙어 있고,
사이사이 당시 연극 팜플렛, 무대 의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난 워낙 입센에 대해 모르는 상태라,
새로운 정보가 많아서 좋았지만,
문학이나 연극에 관심 없는
관람객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박물관에선 거의 문자 중독에 가까운 나도
나중엔 글씨 읽는 게 지겨워서 좀 스킵했다.
40분-1시간 정도 관람하고 출구로 나와,
아래 사진 같은 계단으로 걸어 내려왔는데,
아마도 투어가 끝났는지,
박수 소리가 들리고,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문밖으로 나왔다.
투어를 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지금 찾아보니,
입센 박물관도 2019년엔 문을 닫았다.
2021년 무대가 딸린 박물관으로
재개관할 예정으로
2018년 겨울부터 공사중이란다.
이렇게 여기저기 공사를 하는데 돈이 들어서,
오슬로 패스랑 교통카드 가격을 인상했나 보다.
서둘러 입센 박물관에서 나와서
버스를 타고 서쪽에 있는 반도
Bygdøy[비그되이] 지역으로 갔다.
거기에 박물관이 많이 몰려 있어서,
태평양을 횡단한 나무배 콘-티키 박물관(The Kon-Tiki Museum),
극탐사선 박물관(Fram Museum),
바이킹 배 박물관(The Viking Ship Museum),
노르웨이 해양 박물관(Norwegian Maritime Museum),
민속박물관(Norsk Folkemuseum) 등이 있는데,
콘-티키 박물관과 민속박물관은
좀 일찍 문을 닫았고,
비슷한 테마의 배 박물관인
극탐사선 박물관과 바이킹 배 박물관 중에
난 바이킹 배를 골랐다.
왠지 그게 더 노르웨이적인 것 같았다.
바이킹 배 박물관(Vikingskipshuset)은
건물 밖 락커에 짐을 맡기고 들어가야 하는데,
비밀번호 4자리 두 번 누르고 잠그는
오슬로 박물관들의 흔한 락커이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안내문을 주는데,
한국어 안내문도 있었다.
박물관은 바다에서 건진 바이킹 배의 잔해와
그걸 재건한 배,
그리고 그 안의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한 30분 정도 본 것 같다.
개관시간은 5-9월 매일 9:00-18:00,
10월-4월 매일 10:00-16:00이고,
2019년 현재 입장료는
일반 100 크로네(약 13,000원),
할인 80 크로네다.
바이킹 배 박물관 말고,
하나 정도 더 볼 수 있을 시간이 남았다.
그 다음 행선지는 확정하지 않고 갔는데,
바이킹 배 박물관 갈 때 보니,
민속박물관이 버스 한 정거장 전이다.
짧은 버스 한 정거장이라 걸어서 갈 수 있겠길래,
그리고 또 매우 "노르웨이적인" 박물관이라서
바이킹 배 박물관을 나와서
노르웨이 민속박물관(Norsk Folkemuseum, Norwegian Museum of Cultural History)으로 갔다.
짐 맡기고 찾는 시간을 아끼느라고,
가방은 그냥 바이킹 배 박물관 바깥의 락커에 두고
5분 정도 걸어가서,
마감 시간까지 30-40분 구경하고,
다시 5분 정도 걸어
바이킹 배 박물관까지 걸어와서 짐을 찾아
버스를 타고 페리 선착장으로 갔다.
민속박물관은 오슬로 패스를 보여주고 받은 티켓을 티켓 리더 위에 놓고,
티켓이 인식되면 놀이동산처럼 바를 밀고 간다.
그러면 무슨 안뜰이 눈에 보이는데,
그 한쪽에 박물관 건물이 있다.
박물관 건물 안에선 옛날 사람들이 쓰던
민속의상과 노르딕 문양 장갑 같은
전통 복식을 전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민속박물관의 서막 같은 공간이고,
그 건물 바깥으로 나와 안뜰을 빠져 나오면,
넓은 공간의 야외에
예전 노르웨이 사람들이 살던 마을을 전시한다.
근데 희한하게도 러시아의 예전 가옥을 닮았다.
9세기쯤 노르만인들이 러시아를 지배했는데,
그 때 노르만 건축이 러시아에 전달된 건지,
아님 이게 추운 지방에 최적화된 건축양식이라
우연히 닮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서로 거리도 멀고,
추운 것 빼고는 문화적으로 너무 다른 두 나라의
옛 건축이 닮은 게 무척 신기하다.
민속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이 목조교회인 것 같다.
거대하고 아름답고 특이하다.
일반 마을을 재현한 민속촌을 보면서,
초가집처럼 보이는 집이 너무 원시적(?)이라,
예전엔 이 사람들도 이렇게 가난했구나 싶고,
이 정도의 목조가옥으로 혹한을 건뎌내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박물관 입장 시간은 1-4월: 11시-16시
5-9월:10시-17시,
2019년 현재 입장료는
일반 160 크로네(약 21,000원),
할인 120 크로네(약 16,000원)다.
나는 2018년 6월에
오후 5-6시쯤 입장한 것 같은데,
2019년에 입장 시간이 변경되었나보다.
민속박물관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 도착하면,
비그되이 반도 끝의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거기엔 또
해양박물관이랑 북극탐사선 박물관이 있다.
내가 6시에 민속박물관에서 나왔기 때문에,
분명히 당시 6시 10분-15분 되었을텐데,
아직 극탐사선 박물관에서 나오는 관람객이 보인다.
박물관 개장 시간이 6시까지라도,
야박하게 6시 맞춰서 나가라고 하지는 않나 보다.
아래 사진 왼쪽이 극탐사선 박물관,
오른쪽이 해양박물관이고,
그 옆에 페리 선착장이 있다.
거기에서
오슬로 시청 앞 부두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는데,
거의 30분에 한대 꼴로 있고,
3월부터 10월까지만 운항한단다.
Bygdøyfergene라는 페리 명칭에
boat to the museums라는 부제가 붙은 걸 보면,
비그되이 지역에 있는 박물관 관람객들을 위해
관광시즌에 특별히 운영하는 것 같다.
요금도 박물관 패스인 오슬로 패스로는 무료이고,
24시간 교통카드 소지자는
요금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요금은 일반 편도 50, 왕복 75크로네(약 1만원),
배 안에서 표를 사면 60크로네다.
나는 6시 45분쯤 출발하는 페리를 기다렸다 탔다.
배는 예정 시간보다 5-10분 늦게 도착했는데,
배 타고 가는 시간도 5-10분이였던 것 같다.
이 페리가 오슬로 시내와 박물관 많은
비그되이 반도를 오가는 가장 빠른 방법인 거다.
항구는 매우 고요하고 평화로운데,
멀리 섬과 오슬로 시내도 보이고,
받침판이 없었다면
그냥 아이들이 쌓아놓고 갔나 보다 싶은
이런 북유럽 감성의 원시주의 조각도 서 있다.
노르웨이어만 쓰여 있어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1939-1945라는 숫자로 봐서는
2차세계대전 추모비인 것 같은
역동적인 조각도 있고,
1차세계대전 추모 설치물도 있다.
페리 타고 7시 좀 넘어서 시내에 도착해서,
8시까지 여는 스키박물관에 가려고,
서둘러 1번 지하철을 탔다.
스키박물관(Holmenkollen Ski Museum, Skiforeningen)은
성수기 6-8월 9:00-20:00,
9-5월 10:00-17:00에 열고,
2019년 현재 입장료는
일반 140 크로네(약 19,000원),
할인 120 크로네,
7-18세는 70 크로네다.
여름 성수기에는 가장 일찍 열고,
또 가장 늦게 닫는 박물관인데,
시내에서 좀 많이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지하철 1호선 Holmenkollen역에서 내리면 된다.
스키에는 큰 관심이 없는데,
거기서 보는 오슬로 전망이 좋다고 해서 가봤다.
지하철 안에 들어갔을 때 마침 열차가 왔는데,
내가 반대 방향 플랫폼으로 가는 바람에 놓치고
결국 10분을 기다렸다.
시청에서 Holmenkollen역까지
지하철로 20-30분 정도 걸린다.
도심을 벗어나면 열차가 지상으로 나가는데
창문 밖 풍경이 정말 좋다.
박물관을 가려면 지하철 역에서 내려
10분 내외로 오르막길을 걸어가야 한다.
박물관이 8시에 닫는데,
나는 8시 5분쯤 도착했다.
지하철 놓치지 않았으면 들어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어차피 스키는 좋아하지도 않고 잘 모르니까,
스키 박물관 자체는 아쉽지 않지만,
이렇게 생긴 타워 끝에 오르면,
오슬로 최고의 전망을 볼 수 있다는데,
그걸 못해서 좀 아쉽다.
스키박물관 건너편엔 스키점프대가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키점프대라고 한다.
멀리 교회 같이 생긴 고풍스러운 건축도 보이고,
거기서 좀 더 걸어가면 바다와 오슬로 시내도
더 가까이 보일 것 같은데,
그렇게 스키점프대를 돌아서 갔다 다시 오면
1시간은 걸릴 것 같고,
"박물관의 날"이 끝나가니 이제 좀 지쳐서,
그냥 멀리서만 봤다.
스키 박물관에서 내려오는 길에
Scandic이라는 호텔이 있는데,
그 앞에서 오슬로 시내와 앞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아무래도 전망이 더 좋은 데가 있을 것 같지만,
그냥 거기서 보는 오슬로 전망도 나쁘지 않아,
그 앞에 한참 서 있었다.
스키박물관 가는 길에 지하철 놓치고 낙담해서
다음 열차 기다리면서 이메일을 열었는데,
아드리안이 아침 9시에 보낸 이메일에
그날 저녁 6시에 시간 되면 보자고 쓰여 있다.
둘째 날을 “박물관의 날”로 잡고
이동 경로와 시간만 신경 쓰며 전쟁처럼 한,
생각보다 재밌는 박물관 여행에
나름 만족스럽게 잘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힘이 빠진다.
언제는 오슬로에 없을 거라더니,
걔는 왜 또 갑자기 또 시간이 된다고 그러고,
난 또 왜 그날따라
메일을 그렇게 늦게 확인했단 말인가?
그 이메일에 답장을 계속 못해 미안한 마음도
아주 약간은 있었지만,
그렇게 이상하게 손님 대접하는
그 친구가 좀 야속한 마음이 더 컸다.
나는 한국에 외국 친구가 오면
당연히 하루 이틀 정도는 통째로 비워두는데,
미룰 수 없는 약속 아니라면 다른 약속은 미루고,
미룰 수 없는 약속이라면 누군가를 수소문해서
멀리서 온 친구부터 가이드를 해줬을 텐데,
베르겐 오면 가이드해주겠다고 먼저 제안해놓고,
막상 연락하니 못 볼 것 같다고 한 건
내심 서운했지만,
그냥 개인주의적인 북유럽 애들은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랬다 저랬다 하며,
갑자기 계획 바꾸고 당일 아침에 연락하는 건
또 뭔가 한국에서도 겪는 일이라 익숙한데,
그래도 좀 짜증 난다.
더군다나 열차 아깝게 놓치고 앉아 있으니,
더 짜증이 난다.
하지만 짜증을 낼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
그런 얘길 다 쓸 순 없고,
다음 지하철 기다리면서
늦게 이메일 확인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노르웨이에서 유일하게 아는 사람을
못 만나고 가서 아쉽다는 "착한" 답장을 보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베르겐으로 가는 기차에서 확인한
아드리안의 또 다른 답장에서
원래 그날 늦게 돌아올 것 같아서
못 볼 것 같다고 했는데,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게 되어 연락한 거라며,
비가 가끔 내릴테지만,
그래도 베르겐이 마음에 들길 바란다고,
나중에 유럽에 오게 되면 또 연락하라고 했다.
다음에 유럽에 가서는 고사하고,
내가 노르웨이를 다시 간다고 해도
이제는 초행도 아니니 연락 안 할 것 같지만,
어차피 다시 올 기회는 없을 것 같으니,
나중에 노르웨이에 오면 또 연락하겠다고 하고,
현지인의 안내나 정보 따위 없어도
오슬로에서 얼마나 잘 지냈는지 보여주고 싶어서,
어디 어디를 갔으며 얼마나 좋았는지 써서,
오슬로 사진 몇 장이랑 함께 보냈다.
그 답장 마지막엔 오슬로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고,
그 도시에 살고 있는 게 부럽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건 진심이어서,
오슬로뿐 아니라 베르겐에서도
노르웨이 여행 내내 계속 부러웠다.
녹지 많은 바르샤바에서
왜 자연이 그립다고 까탈스럽게 그랬는지,
이제 너무 잘 이해가 가고,
노르웨이에서 본 자연 풍경이
지금까지 본 어떤 자연과도 차원이 다르게,
그 규모와 아름다움이 어마어마해서
웬만한 자연 풍경을 봐서는
이제 그냥 담담하다.
오슬로는 산과 작은 피오르드는 있지만,
그런 “대자연”은 없는 그냥 "흔한" 대도시인데도,
대도시치곤 덜 번잡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열린 바다에 면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포근함,
덜 엄격하고 더 합리적인 제도와 사람들,
그리고
또 시대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얼굴이 있어서
혹독한 평판에 비해 볼 게 많았다.
물가만 싸면
진짜 자주 가보고 싶은 동네다.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