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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Aug 03. 2022

필스너 맥주의 고향, 그 이상의 플젠(Plzeň)

오랜 역사와 문화를 품은 서부 보헤미아 중심 산업 도시


1. 플젠, 필젠 또는 필센


체코 도시 '플젠(Plzeň)'

독일어로 '필젠(Pilsen)',

영어로는 '필센'이라고 발음한다.


세계 맥주의 지형을 바꾼 이 도시의 맥주가

19C 독일의 영향 하에 있을 때 만들어져

'플젠의 맥주'라는 의미의

독일어 이름 Pils(e)ner Bier (필스너 비어)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에,

 필스너 맥주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플젠은

단순히 필스너 맥주의 도시라고만 말할 수 없다.


지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다.


우선 서부 보헤미아 지역의 중심도시이며,


체코 수도 프라하,

브르노(Brno),

오스트라바(Ostrava)에 이어

체코 전체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은 

체코 4대 대도시다.


또한

필스너 맥주 공장 이외에,

19C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군수 산업을 담당했고,

20C 유럽에서 가장 큰 중공업 대기업이었던

슈코다(Škoda) 그룹의 고향이고,


일본 에어컨 회사 Daikin,

중국 전자회사 Hisense,

일본 다국적 기업 Panasonic 등

해외 기업의 유럽 공장이 들어선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2009년 두산 그룹이 인수한

발전소 장치 생산 회사

두산 슈코다 전력(Doosan Škoda Power)이 있고,

구시가 동북쪽 종합경기장

두산 아레나 (Doosan Aréna)가 있어,

한국과도 어느 정도 인연이 있는 체코 도시다.


또한

다양한 시대의 고풍스러운 건축이 들어선

크고 예쁜 구시가를 가진,


프라하에 이어 체코에서 두 번째로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로 선정된

유럽 공인 문화 도시이기도 하다.




2. 플젠 이야기


플젠(Plzeň)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체코어 plný(플니),

즉 ‘가득하다, 꽉 차다’라는 단어를 처음 떠올렸다.


하지만 플젠(Plzeň)이란 이름의 어원

어디에서 온 건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끄러운, 축축한'이라는 의미의

고대 슬라브어 pьlz(필즈),

'유용한, 비옥한'이라는 의미의

체코어 plzný (플즈니)에서

나왔다는 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런 후보 가설들만 봐도,

아마 농사짓기 좋은 비옥한 땅이었던 듯한 플젠은

10C 중반 체코와 독일 간 전쟁 기록에서

처음 역사에 등장했다.


이후 1295년 보헤미아 왕

바츨라프 2세(Václav II. Wenceslaus II) 시절에

체코 도시로서 역사를 시작했고,

서쪽으로 독일과 가까운 그 지리적 위치 상

독일과 체코를 연결하는

무역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1599-1600년엔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Rudolf II.)가

역병을 피해 플젠으로 이주해서

9개월 간 신성로마제국(Holy Roman Empire)의 수도가 되기도 했다.


17C 초반, 1618-1648년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간 종교전쟁인

30년 전쟁 때 신교도에 의해 점령당했고,

구교도, 즉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이던 도시는

문화적, 경제적으로 쇠퇴했다.


이후 19C 산업화 시기에 플젠은 크게 발전했고,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e) 맥주 공장과

중공업 회사이자 군수 회사인

슈코다(Škoda) 공장이 이때 플젠에 세워졌다.


경제적 호황을 바탕으로

구시가엔 당시 최신 유행이었던

아르누보 건축이 많이 들어섰고,

플젠 구시가 광장이 아름다운 중요한 이유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부이던 플젠은

1차세계대전 이후 1918년

독립 체코슬로바키아의 일부가 되었고,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 사이 전간기

도시가 크게 확장했다.


1938년 나치가

독일인 거주 체코슬로바키아 지역을

주데텐란트(Sudetenland)로 지정했을 때,


https://www.stamp-collecting-world.com/sudetenland_history.html


위 지도에서 독일어 Pilsen으로 표시된

플젠은 아슬아슬하게 그 경계 밖에 놓였지만,

독일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2차세계대전 중에

군수회사였던 슈코다 공장은 

탱크를 비롯한 무기를 나치에게 조달해야겠고,

2차세계대전 말기 1944-1945년

연합군으로부터 공습을 많이 당했다.


독일이 2차세계대전에서 패했을 때

다른 체코 도시들이 대체로

소련군에 의해 해방된 데 반해,

플젠은 미군에 의해 해방되었다.


이후 체코슬로바키아는 공산화되었고,


1953년 슈코다 공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반 정부, 반 공산주의 시위를 했는데,

이것은 공산주의 국가 최초의 시위였다.


그후 40여 년이 지나 1989년 결국

공산 체코슬로바키아 정부는 무너졌다.


1993 플젠은 가톨릭 교구(Roman Catholic Diocese of Plzeň) 되었고,


이로써 플젠은 체코 가톨릭에서도

매우 중요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2015년 플젠은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었다.




3. 프라하 <—> 플젠


서부 보헤미아의 중심 도시인 플젠은,

체코 서부에 그리고

프라하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Cenová mapa pozemků – Plzeňský kraj, Ceny pozemků Plzeň (cenovamapacr.cz)


프라하에서 플젠까지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거리다.


시외버스도 보통 1시간 걸리고

(2시간 가까이 걸리는 노선도 있다.)

요금은 2020년 2월 초

가장 저렴한 게 편도 2.9유로였는데,

2022년 8월 검색해보니

최저가가 편도 89코루나(약 4,500원)다.


성수기, 비수기 큰 차이 없는 것 같다.


나는 기차를 타고 갔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왕복 190코루나(약 만원)를 지불했다.


갈 때는

프라하에서 아침 7시 43분 기차를 탔고,

올 때는

플젠에서 저녁 6시 22분 출발하는 기차를 탔다.


그렇게 한 9시간 머물렀다.




플젠 구시가 주변은 이렇게 생겼고,


Tour of the City Centre: Official website of the City of Pilsen


플젠 중앙역(Plzeň hlavní nádraží, Plzeň main railway station)

[위 지도 오른쪽 하단 초록 i 근처]

1862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

처음 생겼는데,

커다란 둥근 지붕의 지금 건물은

20C 초 신르네상스와 아르누보 양식으로 건축된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가진 건축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하지만 관광객은

대체로 그 기차역을 감상할 겨를 없이,

기차에서 내려 지하의 통로를 통해

구시가 쪽으로 나가게 된다.


기차역이 꽤 커서 그 통로도 꽤 길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그런데 그 지하통로를 빠져나오면

눈앞에 넓은 대로가 펼쳐지고,

차가 빠른 속도로 쌩쌩 지나쳐 다닌다.


일상에서 잠깐 멀어져 여행을 온 건데,

갑자기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유럽에서 계속 좁은 찻길만 보고

좁은 보행로만 걷다가

갑자기 익숙한 풍경에 망연자실한 채로

대로 앞에 서 있었다.


곧 정신을 차리고

황량한 회색 도시의 왕복 2차선 길을 한번 건너고,

다시 또 트램 다니는 왕복 6차선 대로를 건넌 후

대형 마트 Lidl이 보이면

그 옆 주차장을 가로지른 후

라드부자(Radbuza) 강을 건넜다.


그런 식으로 10-15분을 가면

이제 플젠 구시가 남쪽에 도달하게 된다.


플젠 버스터미널도 기차역 옆에 붙어 있다니,

터미널에서도 

구시가 가는 방법은 비슷할 것 같다.




위 지도 아래 Americká(아메리츠카)라고 쓰인

연노란색 대로는

라드부자 강 위의 윌슨 다리(Wilsonův most, Willson Bridge)를 지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플젠의 윌슨 다리는 1913년에 건설되었고,


당시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이라

제국의 황제 이름을 따서

프란츠 요제프 1세(Franz Joseph I.) 다리

명명했는데,


1차세계대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라는 나라로 독립한 후,

그 독립국가를 세우는데 도움을 준 미국 대통령

윌슨(Wilson) 다리로 이름으로 바꾸었고,


공산주의 시대에는

잠시 동안 소련 서기장의 이름을 따

스탈린(Stalin) 다리인 적도 있단다.


장식이 많고 고풍스러워서

왜 처음에 황제의 다리였는지 알 것 같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나는 윌슨 다리는 그렇게 구경만 하고,

다시 강의 북쪽으로 걸어 올라와서,

보행자 전용 다리인

빨간색 쌍둥이 철제 다리에서 강을 건넜다.


빨간 다리 건너 왼편에는

KB, 즉 코메르츠니 은행(Komerční banka) 앞에

공산 시대 만든 동상 같이 생긴 회색 기념비들이

볼품없이 서 있다.


앞에 있는 소녀와 추상적인 조각은

공산주의 시절인 1977년 세운

체코슬로바키아-소련 우호 기념비(Památník československo-sovětského přátelství)이고,


그 뒤의 오벨리스크는

1993년 공산정권 붕괴 이후 세운

공산주의 테러 희생자 추모비(Památník obětem komunistického teroru)다.


예전 기념비를 없애지 않고,

새로운 기념비를 덧붙여 세워

한 상황의 두 측면을 다 기억하게 한 것이

인상적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빨간 쌍둥이 철제 다리 건너 오른편으로는

지붕에 뾰족 탑이 달린 서부 보헤미아 박물관 뒤로

매우 유럽스러운 오래된 구시가가 펼쳐진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제 위 지도에 내가 따로 붙인 파란색 번호를 따라

이 포스트의 소제목 번호 4번부터 9번까지

구시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움직여 가겠다.


Tour of the City Centre: Official website of the City of Pilsen




4. 고전 건축들의 교향곡, 공화국 광장


플젠의 중앙 광장 이름은

공화국 광장(Náměstí Republiky, Square of the Republic)이다.


13C 플젠이 도시로 자리를 잡을  생겼고,


체코의 다른 많은 중세식 광장과 마찬가지로,

저장고피난처로 만들어진

지하 공간과 지하통로가

지하 도시처럼 펼쳐진다.


(플젠 지하 투어)


19C 플젠이 산업 도시로 잘 나갈 때

이 광장 바닥에 조약돌을 깔았고,

20C 아스팔트로 바꿨다가,

21C 다시 조약돌로 바꿨단다.

하지만 지금도 아스팔트인 곳이 군데군데 있다.


플젠 공화국 광장은 크기가 어마어마한데,

남북으로 긴 직사각형

168m × 191m 

체코에서 가장 큰 중세식 광장 중 하나란다.


지금 생각나는 체코에서 꽤 컸던 광장들 중


체코 북서부 리토메르지체(Litoměřice)

중세식 중앙광장이

75-90m X 180-195m 직사각형이었어서,

플젠 중앙광장보다 작고,



체코 남서부

체스케 부데요비체(České Budějovice)의

중세식 광장이

133m x 137m 거의 정사각형이었는데,

역시 플젠보다 작다.



프라하 구시가 광장은

면적이 9000 m²라고 하니,


(2012년 1-2월, Praha, Czech Republic)


면적이 32000m² 정도 되는

플젠의 공화국 광장은

그 느낌만 어마어마한 게 아니라

그 수치로 확인해도 

다른 큰 체코 광장들보다 더 큰 거다.


크기가 커서 그런지,

광장 가장자리에 가 다닌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크기가 커도 

보행자가 누리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좀 답답한 느낌이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그리고 이 커다란 광장을 좀 답답해 보이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광장 한가운데 대성당이 들어서 있는 거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건 오랫동안 독일의 영양권 있던 

서남부 폴란드 도시

포즈난, 브로츠와프 그랬었다.


광장의 크기 자체는 매우 큰데,

광장 가운데 큰 건물이 있어서

  린,

  막히고 답답하고 작은 느낌이 있었다.


어쩜 이건

독일식 중세 광장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폴란드 포즈난 중앙광장)

(2013년 7월, Poznań, Poland)


(폴란드 브로츠와프 구시가 광장)

(2013년 7월, Wrocław, Poland)


플젠 공화국 광장 중앙에 서 있는

성 바르톨로메오 가톨릭 대성당(Katedrála svatého Bartoloměje, St. Bartholomew's Cathedral)의 역사는

이 도시, 그리고 이 광장과 함께

13C 말에 시작되었다.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워낙 크기가 커서인지

완성이 된 것은 300년 후인 16C라고 한다.


원래는 보통의 성당(kostel, church)이었다가

1993 플젠이 가톨릭 교구 되면서 

대성당(katedrála, Cathedral)으로 승격되었다.


바르톨로메오 성인은 예수님 제자 중 한 명으로

미장공, 가죽 세공인, 푸줏간, 제본 업자 등의 수호성인이라는데,

오래전부터 무역과 산업의 도시였던

플젠에 어울리는 가톨릭 성인인 것 같다.


내가 갔을 때 대성당은 공사 중이라서

미사도 하지 않고,

문을 개방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102.26m로 체코 최고 높이라는

대성당 첨탑은 열어두었다.


300개의 계단을 걸어올라 첨탑 꼭대기에 오르면

플젠 시내뿐 아니라

맑은 날엔 알프스 산맥까지 보인다고 한다.


내가 갔던 날은 갑자기 눈도 내리고

날씨도 대체로 좀 흐려서 첨탑엔 올라가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2020년 2월에 내가 메모해 둔 걸로는

첨탑 입장에만 일반 50코루나(약 2,500원)였는데,


2022년 8월 현재는 성당 자체 입장에

일반 90코루나(약 4,500원),

할인 60코루나다.


이건 대성당 남쪽 모습.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성당 남동쪽 아래 철창 중간에는

금빛 천사의 머리 나란히 장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중 한 천사가

행운과 행복의 상징으로 알려져서,

플젠 사람들, 특히 나이 든 세대는

여기를 지날 때마다 이 천사를 쓰다듬는다고 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위 사진에서 그 부분만 잘라본 

아래 사진 가운데에서 조금 왼쪽에

금빛이 사라진 천사 머리가 바로 그것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여긴 대성당 북동쪽.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여긴 북서쪽.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여긴 북쪽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대성당 뒤 공화국 광장의 북쪽 모습은 이렇다.

사진 오른쪽 어두운 그늘은 대성당의 그림자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광장 북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16세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시청(radnice, City Hall)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시청 건물에서 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벽의 스그라피토(Sgraffito)인데,

20C 초반에 덧붙인 거라서

아르누보(Art Nouveau) 느낌이 강하게 난다.


검은색 시계 밑에는

1558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고,

그 밑에는

právo(), 

válka a mír(전쟁과 평화),

spravedlnost(정의), 

pravda(진리)라는 글씨와 더불어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라틴어와 체코어 문장들이 쓰여 있고,


그 아래에는 왼쪽부터

플젠을 세운 바츨라프 2세(Václav II),

플젠의 상징(Plzeňský znak)인 천사,

보헤미아의 영웅이자

체코 출신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렐 4세의 아버지

룩셈부르크 왕가의 (Jan Lucemburský),

플젠을 잠시 신성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았던

루돌프 2세 황제(Rudolf II.)

이름/명칭과 그림이 새겨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시청 서쪽에는 여행안내센터(Turistické informační centrum města Plzně, Tourist Information Centre Pilsen) 있는데,

여기에서 플젠 지도와 브로셔를 받을 수 있고,

직원들이 매우 친절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 건물에서 1594-1599년

루돌프 2 신성로마제국 황제 머물렀고,

1616년엔

별장으로 이 건물을 구입하기도 했기 때문에,

황제의 집(Císařský dům, Imperial House)이라 불린다.


정면 가운데 줌베라(Žumbera) 기사 동상은

17C 광장 중앙의 분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20C 초 이 건물로 옮겨졌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광장의 서쪽은 직사각형의  변이라 길어서,

중간에 통로가 고,  부분으로 나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우선 광장 서쪽의 북쪽,

그리고 대성당의 서북쪽에는

17C 후반 역병이 끝남에 감사하며 세운

마리아 역병 기둥(Mariánský sloup, St. Mary's plague column)이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광장 서쪽 오른쪽 끝에서 4번째

붉은 심장 저택(Dům U Červeného srdce)은

19세기 말 신 르네상스 양식으로 세워졌다.


발코니와 지붕 밑에 붉은 하트가 있고,

지붕 밑 스그라피토에는

말을 탄 기사들이 그려져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왼쪽의  개의 곡선 지붕이 있는 주황건물은

플젠 가톨릭 주교의 거처(Biskupská rezidence v Plzni)다.

14C 세워진 고딕 양식의 건물에 

18C 초 바로크 리모델링을 한 것이다.


원래부터 종교인이 거주하던 공간이었는데,

1993년 플젠이 교구가 된 후,

플젠 교구의 수장인 주교 사는 곳이 되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아래 사진은 광장 서쪽 남쪽.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광장에서 봤을 때 

광장 서남쪽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황금 보트 저택(Dům U Zlaté lodě)

20C 초 건축이다.


아래 사진 오른쪽 외벽에 황금색 배 부조가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모서리의 황금색 비토 성인(St. Vitus) 동상은

17C 후반에 만들어진 동상의 카피본이라고 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거기서 왼쪽으로 5번째,

광장 서쪽 남단에 보이는

흰 유니콘 저택(Dům U Bílého jednorožce)

19C  아르누보 건축으로,

건물 자체는 노란색이지만,

2층 창문 위에 흰색 유니콘이 있어,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약국이던

건물 외벽에는 약초를 수집하는 소년과 소녀가

스그라피토로 새겨져 있다.


지금도 여전히 약국이 입점해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광장 남쪽과 서쪽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Rossmann 드러그 스토어 건물은 평범한데,

그 위에 있는 초록생 동상이 특별해 보인다.

하지만 이게 뭔지는 모르겠다.

다른 건 궁금해서 검색하면 설명이 나오는데, 

이건 검색도 안 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그 지붕 위 초록 인간의 시선이 닿는 곳,

광장 남쪽과 서쪽이 만나는 곳에는

ㅅ자 모양의 황금 분수가 서 있다.


플젠의 중앙 광장에는 

중세 시대부터 3개의 분수가 있었는데,

19C 말에 제거되었고,

2010년에

지금의 추상적 형상의 황금 분수가 새로 세워졌다.


내가 갔을 때는 겨울이라 분수가 작동하지 않았다.

뚜껑이 덮인 통으로 물이 떨어지는 것 같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그 옆 광장 남쪽과 동쪽이 만나는 구석에는

ㅋ자 눕혀 놓은 모양의 황금 분수가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아래 사진 멀리 ㅅ자 황금 분수가 작게 보인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광장 북쪽과 동쪽이 만나는 모서리에는

Y 황금 분수대가 서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Y자를 ㅜ 의 변형으로 보면,

한글 자모랑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깜짝 놀랐는데,


플젠의 문장(Coat of arms)에 나오는

천사, 사냥개, 낙타를 형상화한 거란다.


출처: Plzen small CoA - Plzeň - Wikipedia


(시청 벽에 있는 것 같은 좀 더 큰 문장 버전에서는 천사가 이 전체를 들고 있다.)


사냥개 가톨릭과 보헤미아 왕에 대한 충성,

낙타 체코 종교개혁자 후스교도를 상징한다.


전설에 따르면

독일 기사들과의 전투를 도와준 것에 감사하며

폴란드 왕이 이국적 동물인 낙타를

신교도인 후스교도(Hussites)에게 선물했고,

구교인 가톨릭을 지지했던 플젠에 

15C 후스교도들이 침입했을 때

이 낙타를 데리고 왔다.


전투 중에 플젠 사람들은 이 낙타를 빼앗았고,

후스교도들이 패전하여 물러났을 ,

그 전투에서 자신을 도와준 독일인들에게 

 낙타를 선물했다고 한다.


플젠은 낙타 살기에 적절하지 않은 기후이고,

오래 전부터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가

후스교도에게 선물을 했을  없어 보여서,

이야기는 개연성이 크게 떨어지지만,

 

 황당한 이야기 낙타를 도시 문장 넣고,

 분수 모티브로까지 활용한  

매우 특이하고 재미있다.


그 밖의 광장 남쪽의 풍경은 이렇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다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광장 동쪽도 길고, 중간에 통로가 나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광장 동쪽 가장 오른쪽 건물

스바트키 저택(Dům dědiců Svátkových)

20C 초 아르누보 건축으로

볼록 튀어나온 테라스가 특징적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 건물 남쪽에는

사계절(Čtvero ročních počasí)이라는 제목의

부조가 있다.

왼쪽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인 것 같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중간 통로 옆에 있는 연분홍 건물은

19C 건설된

황금 묵주 저택(Dům U Zlatého růžence)으로,

지붕 장식 바로 아래 흰색으로

두 천사가 묵주를 들고 있는 부조가 조각되어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 건물 모서리의 동상은

30년 전쟁에 참가한 병사를 형상화한 거라 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그 옆으로 난 통로를 지나 북쪽으로 가면 보이는

연두색 건물은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된

신의 눈 저택(Městský dům "Boží oko")이다.


지붕 장식 위에 십자가,

그리고 그 밑에 빛을 뿜는 황금 눈이 있다.


한때 학교로 사용되었다는데,

지금은 상업적 도로 사용되는 것 같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그 옆 베즈데코프스키 저택(Bezděkovský dům)은

원래 고딕 건물을 20C 초에 리모델링한

아르누보 건물이다.


지붕에는 매우 “현대적”이게도

건물 이름이 쓰여 있고,

외벽에는 어른 남자어른 여자,

소년소녀 부조가 붙어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동영상 1: 플젠 공화국 광장 북쪽)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동영상 2: 플젠 공화국 광장 남쪽)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5. 인형극 박물관


공화국 광장 남쪽에는

인형극 박물관(Muzeum loutek, Puppet Museum)이 있다.


개관 시간은 - 10:00-18:00.

입장료는 일반 60코루나 (약 3천원),

할인 30코루나.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체코는 인형극 인형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체코 인형극은 2016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래서 사실 필젠뿐 아니라 여러 체코 도시에서 

인형극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플젠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체코 애니메이션 감독

이르지 트른카(Jiří Trnka)의 고향인 데다가


그의 스승인

요제프 스쿠파(Josef Skupa)가 연출한

애니메이션 스페이블과 후르비넥(Spejbl a Hurvínek)의 고향이기도 하다.


(출처:Muzeum loutek v Plzni - Spejbl and Hurvínek (muzeum-loutek.cz)


난 2020년 1-2월에 프라하에서

일주일에 두 번 가는

“느슨한" 체코어 연수를 하고 있었는데,


그 체코어 수업 중 어느 날에

아버지 스페이블과 아들 후르비넥 

그리고 그 밖의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짧은 콩트 시리즈인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체코어 듣기 연습 했었다.


그래서 체코인이라면 모두 아는 

국민인형 애니메이션을 나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체코에서 인형극은 봤지만,

그리고 박물관에서 인형극에 대한 전시는 봤지만,

인형극 박물관은 한 번도  가봤다.


그래서

스페이블과 후르비넥의 고향 플젠에서

인형극 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인형극 박물관 1층은

플젠 인형극의 역사를 보여줬고,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층은 중요한 플젠 인형극에 대해 전시하고,

인형들이 행진하는 간단한 자동 인형극을 해줬다.


"스페이블과 후르비넥"은 100년 전

1920년대 처음

플젠 극장에서 공연하던 인형극이었는데,

나중에 티브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체코 전국 그리고 체코 밖 다른 나라에도 알려졌다.


이 작품을 만든 스쿠파(Skupa)의 제자 중 하나가

트른카(Trnka)라는 것도 이 박물관에서 알았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3층에서는

이 지역 알파 극장(Divadlo Alfa)에 대해 

박물관 가이드가 대면 설명을 해 준 후,

마리오네트 조정 원리를 알려주고

직접 맘에 드는 걸 가지고 놀라고 한다.


친한 사람이랑 가면

3층에서 정말 재밌게 놀다 올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건물 안쪽에 안뜰이 있고,

거기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이동해도 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나는 1시 30분쯤 인형극 박물관에 입장해서

1시간 정도 봤다.


사실 더 있다 오고 싶었지만

필스너 브루어리 투어 시작이 2시 45분이라

2시 25분까지 보고 서둘러 나왔다.





6. 오래된 프란치스코 수도원


구시가 동남쪽에는

프란치스코 수도원(Františkánský Klášter, Franciscan Monastery)이 있다.


13-14C경부터 존재하기 시작한,

플젠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들 

이 수도원 소속 성당이다.


신교도인 후스교도(Hussites)의 침입,

종교 전쟁인 30년 전쟁까지 견뎌냈지만,

1950 공산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수도원은 해체되고,

수도원의 일부는 박물관이 되었다.

1989 공산정권이 무너진 에는

다시 가톨릭 수도원이 되었다.


그런 20세기 역사 때문인지,

다른 유럽의 수도원과 달리 

이 수도원은 높은 담도 없고

좀 더 열려있는 편이다.


수도원 안

성모승천성당(kostel Nanebevzetí Panny Marie, The Church of the Assumption of the Blessed Virgin Mary)의 프레스코가 유명하다.


내가 갔을 때는 닫혀 있었는데

입장과 관람은 무료라고 한다.


프란치스코 수도원 안에는

그리스도교 예술 박물관(Muzeum církevního umění, Museum of Christian Art)도 있다고 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7. 플젠의 베네치아, 물레방아 운하


구시가 북동쪽으로 가면

예전에 육류 시장이었던

흰색 마스네 크라미(Masné krámy)가 보인다.


마스네 크라미는 14C 말

후기 고딕 양식으로 건설되었고,

20C 중반까지 육류 시장이었다.


1972년부터는

서부 보헤미아 갤러리(Západočeská galerie)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위 사진에서

마스네 크라미 뒤로 보이는 첨탑은 수탑이다.


플젠의 수탑(Vodárenská věž)

16C 물 저장 기능과

도시 방어를 위한 망루로 만들어졌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 수탑에서 계속 걸어 나가면

운하가 딸린 공원이 나타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물레방아 운하(Mlýnská strouha, Mill Race)는

플젠 구시가 동쪽을 남북으로 흐르는

라드부자(Radbuza)강의 막다른 지류

예전에는 저수지로 기능했다고 한다.


저수지가 필요 없어지자 땅을 메꾸었다가

인공 연못도 만들어 다시 물이 흐르게 했고


플젠의 베네치아(plzeňské Benátky, Pilsen's Venice)라고 불리는

플젠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원이라고 한다.


근데 정말 슬슬 걸으면서

휴식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8. 플젠 구시가의 녹지


구시가 동북쪽 물레방아 운하에서 시작해서

구시가 동쪽과 남쪽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구시가 동쪽 공원 북쪽 부분은

크르지직 정원(Křižíkovy sady),


남쪽 부분은

사파릭 정원(Šafaříkovy sady)인데,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 두 정원 중간에 플젠 출신 유명인인

인형극 주인공 스페이블후르비넥 동상(Památník Spejbla a Hurvínka)이 있다.


한참을 찾다가 결국 그 동상을 못 찾았는데,

나중에 보니 나무 상자에 덮여 닫혀 있었다.

인형극 박물관에서 물어보니,

이 동상은 여름에만 개방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름에 가면 좀 더 초록이 많아

이 공원이 더 좋을 것 같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공원 남쪽 끝에는 19C   르네상스 건축인

서부 보헤미아 박물관(Západočeské muzeum v Plzni, Museum of West Bohemia in Pilsen)이 있다.


체코에서 가장 큰 박물관 중 하나라는데,

플젠에 이틀 이상 머물렀으면 방문했겠지만,

당일치기로 가서

필스너 우르켈 공장과 인형극 박물관 보느라

여기는 못 갔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박물관 남쪽으로는

미국 예술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에 대한

추상적인 조각,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과식하는 사람”이 제목의 

역시나 추상적인 조각이  있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런 난해한 현대 조각이 

이렇게 공공 전시되는  보고,

플젠이 문화적으로 열린,

문화적으로  보수적이고 꽤 현대적인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부 보헤미아 박물관 그 현대적 조각 앞에서

구시가 남쪽으로 꺾어지면

이제 

코페츠키 정원(Kopeckého sady) 시작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19C 플젠의 시장이었던 

코페츠키 동상(Památník Martin Kopecký)도 서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공원 남쪽 눈에 띄는 연두색 건물은 

20C 초 신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된

시민 회관(Měšťanská beseda, Municipal Commons)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C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공연을 했던

체코슬로바키아 민족주의 운동 산실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외벽의 화려한 아르누보 장식이

미학적 가치를 가진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그 서쪽으로 이제

스메타나 정원(Smetanovy sady)이 시작되는데,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동상(Pomník Bedřich Smetana)이 서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위 사진 왼쪽 건물은 지역 도서관(Studijní a vědecká knihovna Plzeňského kraje, Study and Research Library of the Pilsen Region)으로,


원래 18C 도미니코 수도원 건물이라 고풍스럽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그 앞에는 작곡가 스메타나의 사촌 형인

물리학자 스메타나의 동상(Pomník Josefa Františka Smetany)이 서 있다.


여러모로 "스메타나" 정원이라는 이름이 적절하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거기서 좀 더 서쪽으로 가면

좁은 골목길 건너

틸 극장(Divadlo J.K. Tyla, J.K. Tyl Theatre) 뒤쪽이 보인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틸 극장은 장식 많은

20C 초 신 르네상스 양식의 아담한 건축으로

연극, 오페라, 발레, 뮤지컬 상연 극장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틸(Tyl)은 19C 체코 극작가로

체코 국가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9. 구시가 밖 서쪽: 비주류 종교 건축


틸 극장에서 길을 건너  걸어가니

서유럽 지상군 기념비(památník pozemních jednotek na západě) 

아담하게 그리고 낮게  있다.


서유럽 지상군은

2차세계대전 시작 전 나치가

체코슬로바키아의 독일인 거주 지역을

주데텐란트로 정하고 점령했을 때,

서유럽에 있던 체코슬로바키아 젊은이들이 결성한 재외 육군 부대이다.


프라하 박물관에서

비슷하게 결성된 공군 부대 관련 전시도 봤는데,

여기는 지상군만  찝어서 기념비를 만들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거기서 한 블록 정도 서쪽으로 걸어가면 

체코슬로바키아 후스교 교회

카를 파르스키 교회(sbor Karla Farského)가 보인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얀 후스(Hus)는 독일의 루터보다 100년 앞서

종교 개혁을 주장한 체코인으로,

비록 개혁엔 실패하고 이단으로 몰려 화형됐지만,

체코 민족의식의 뿌리가 되는

체코의 민족 영웅이다.


하지만 그에서 시작된 

체코 자생 프로테스탄트 종파 후스교 

체코에서 비주류 

신자도 많지 않고 교회도 보기 어렵다.

플젠에서도 이렇게 구시가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보통의 플젠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그 길을 따라 좀 걸었는데,

구시가 밖으로 한 두 블록을 벗어나도 여전히

100-200년은 되어 보이는

고전적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보통의 동네를 그렇게  걷다가 

다시 구시가 쪽으로 되돌아와서

틸 극장 북쪽,

구시가의 서쪽 끝자락 쪽으로 걸어갔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위 사진에서 가운데 높이 서 있는 건

패튼 장군 기념비(Pomník generála Pattona, Monument of General G. S. Patton)다.

장군은 

2차세계대전에서 플젠을 해방시켰던 

미국 육군 대장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그 북쪽의

거대한 20C 초 신르네상스 건물은

 보헤미아 대학 법학부 (Fakulta právnická - Západočeská Univerzita v Plzni, Faculty of Law, University of West Bohemia).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법학 대학 건물 왼쪽에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면 보이는 

유난히 장식이 많은 건물도

역시 19C   르네상스 양식 건축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19C에 산업화로 부유해진 플젠에는

구시가에 19-20C 리모델링한 건축이 많이 보인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위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빨간 건물은

 유대교 회당(Velká Synagoga, Great Synagogue)이다.


법학대학 건너편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19C 말 초기 그리스도교 로마네스크 양식,

러시아 정교식 양파 모양 지붕,

아랍적인 무어 양식(Moorish)을 결합하여 만든,


건축 양식상으로는 종교 대통합인

이 유대교 회당은

부다페스트 유대교 회당 다음으로

유럽에서  번째로  규모의 유대교 회당이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차세계대전 때 플젠의 유대인들은

테레진 강제수용소로 이송되었지만,



이 유대교 회당은

전쟁 이후에도 사용되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산 정권의 억압으로 1973년 폐쇄되었고,

공산 정권 붕괴 후 1990년 대 후반 재건되었다.


현재 플젠에 유대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용도가 원래의 종교적 목적으로 제한되지 않고,

전시회나 콘서트 공간으로 사용된다.


뒤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유대교 회당 정문  계단에는

이런 청동 발자국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옆에는 "잊지 마세요"라고

체코어와 영어로 쓰여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낮에 이 대 유대교 회당 앞에

5시에 무슨 공연한다는 공지 보고 기억해뒀다가

필스너 우르켈 공장 다녀와서 

그거 보러 다시 갔는데,

다시 보니

 유대교 회당(Old Synagogue)에서 

하는 거였다.


그래서 구 유대교 회당에 갔는데,

사람도 없고  딱히 행사도 하는  없길래 

그냥 나왔다.


내가 뭔가를 잘못 봤거나 잘못 찾았거나,

행사가 변경되었나 보다.

 

구 유대교 회당(Stará synagoga, Old synagogue)은 구시가 남쪽,

스메타나 정원 남쪽에 있다.


이것도 19C 말에 세워졌단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건 구 유대교 회당 골목의 벽화.

그림 속의 체코어는 "하나의 세상"이라는 의미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10. 야경


2월이라 이제 그래도 해가 많이 길어졌지만,

그래도 아직 겨울이라 해가 일찍 진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그 어둠 속에서 플젠 구시가를 걷다가

밝을 때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도 발견한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아래 사진은 칭그로슈 저택(Cingrošův dům).


체코 출신 바츨라프 성인과 그의 독수리,

제오르지오 또는 게오르기 성인과 그의 ,

그리고 왼쪽의 견습 기사 그림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건  안나 정교회 성당(Kostel svaté Anny, St. Ann's Orthodox Church).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건 바로 이 장소에서

슬로바키아 출신

미쿨라쉬 바카라슈(Mikuláš Bakalář)가

15-16C 넘어가는  체코 최초로

플젠에서 책을 인쇄했다는 설명이다.


 플젠은 체코 인쇄술의 시작 되는 도시다.


나중에 언제 또 올 지 모르지만,

또 오면 들려볼려고,

길 이름과 옆 건물들이 보이게 사진을 찍었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이렇게 새로운 걸 또 발견하니

더욱 떠나기 아쉬워진 마음으로 플젠을 떠났다.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2020년 2월, Plzeň, Czech Republic)




11. 이것저것 꽉 찬 도시, 플젠


내가 플젠(Plzeň)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가득하다'라는 의미의 

체코어 plný(플니)를 연상했었다고 했는데,


플젠에 다녀오고 나서도

나에겐 뭔가   도시라는 느낌이다.


처음에 기차역에서 내렸을 때,

삭막한 회색도시 풍경에 깜짝 놀랐지만,

곧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가장 오래된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

그 첫인상을 잊고,

 꾹꾹 눌러 담긴 수백년 세월 흔적들을 느꼈다.


특정한 시대나 스타일이 아닌

다양한 시대와 양식의 건축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나는  벽면에 굳이 담은  많은 이야기들

 이야기가 담긴 그림들 좋았다.


어떤 것은 구체적이고 누구나   있는 이야기,


어떤 것은 추상적이어서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진 그림이라는 기호로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는    없는 메시지,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성긴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 

너무 뻔하지 않은  보면  그게 좋았다.


예를 들어,

오래된 구시가와 어울릴  같지 않은 

21C 황금 분수 굳이 설치한 것이라든지,


체코랑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렇다고 사자처럼 특정한 상징이 있는 아닌,

이국적인 동물 낙타 

도시 문장에 넣은 것이라든지,


공산주의 시절의 기념비를 없애기보다

그걸 상쇄하는 다른 기념비 덧붙인 것이라든지,


가장 배타적인 종교 중 하나인

유대교 회당의 건축에

온갖 종교의 건축 요소  집어넣은 것이라든지


뭐 그런 거 말이다.


 플젠에서 먹은

수프와 육류/어류, 샐러드, 감자 등이 들어간 점심

110-130코루나( 5-7천원) 정도로 

프라하보다 저렴하고,

박물관 입장료도 저렴하고,

100분짜리이고 내용이 알찬 걸 생각하면

비싸지 않은 필스너 우르켈 투어 등,


체코 4 도시에 비해서 물가도 많이 싸서

여행 가성비 좋고,


여행안내센터, 식당, 박물관 직원 등

플젠 사람들도 다들 친절했다.


당일치기로 가서

필스너 우르켈 공장 견학도 하고,

인형극 박물관도 보는

특별한 체험을 알차게 한 것도

내가 이 도시를 좋게 기억하는 이유인  같은데,


그래서 그런 것들 때문에

다른 도시 때보다 시간이 좀 부족해서

도시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한  같아 

 아쉽지만,


그래도 돌아오기 전 어두운 밤거리에서도 

또 새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하며

좋은 아쉬움을 가지고 

그 도시를 떠나서 좋았다.


그러니 혹시 필스너 맥주 좋아해서,

맥주 투어 때문에 플젠에 간다면,


2015 유럽문화수도였던  도시의 

구시가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아주 오래된,

좀 덜 오래된,

그리고 전혀 오래되지 않은 것들이

시각적으로 만들어내는 

아름답지만 뻔하지 않은 조화를 감상하며,


그것들이 조용하게 속삭이는 

이야기와 메시지를

가만히 해독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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