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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Dec 14. 2016

크라쿠프 시가의 심장:주 광장(Rynek Główny)

 중세에 의한, 중세를 위한, 중세 유럽 최대 광장

크라쿠프 주 광장(Rynek Główny, Main Market)

크라쿠프의 중심부이자,

크라쿠프 구시가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세 시대 광장 중에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당시 폴란드의 수도였던 데다가

지정학적으로도

폴란드에서  

다른 "여러" 유럽 국가들과 교류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잡은

남부 대도시인 크라쿠프가

중세시대에 얼마나 번성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폴란드의 북쪽은 발트해고,

서쪽엔 항상 막강했던 독일이,

동쪽엔 18세기 유럽의 강자로 등장하기 이전,

덩치만 클 뿐, 문화적으로는 낙후되어,

폴란드를 거쳐 유럽 문화를 받아들이곤 했던

유럽 변방의 국가 러시아가 있었다.


비록 남쪽에 산이 있긴 하지만

산세가 많이 험하지 않으니,

그래도 폴란드로서는 남쪽 이웃들이

교류하기 가장 수월했을거고,

접촉할 수 있는 외부인의 종류도 남쪽이

가장 다양했을거다.


더군다나

멀지 않은 곳에

비엘리츠카 소금 광산까지 있으니,

크라쿠프에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중세식 광장이 있는 게

사실 이상할 게 없다.


성경에 "빛과 소금이 되라"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예전에 소금은 거의 "빛" 수준의,

중요 자원(?)이었고,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에서

'월급'이라는 의미의 salary, salaire, salario가

'소금'이라는 의미의 salt, sel, sale와

형태적 유사성을 갖는 것도,


소금이 거의 화폐로 사용될 정도로

중요한 자원이었가 때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편의상 "주 광장"으로 번역하긴 했지만

직역하면

"주된 시장(Rynek Główny, Main Market)"이니,


이 커다랗고 탄탄한 돌바닥 "시장터"에서

매우 활발한 상업 활동이 이루어졌으리라고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

크라쿠프 주 광장은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는데,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직물 회관(Sukiennice, The Cloth Hall)이 광장의 동서를 나누고 있고,


동쪽에는 미츠키에비치 동상(Pomnik Adama Mickiewicza, Adam Mickiewicz Monument) 

보이치에흐 교회(Kościół Św. Wojciecha, St.Wojciech Church),


서쪽에는 구시청탑(Wieża Ratuszowa, Former City Hall)이 있다.


그리고 광장 동쪽 바깥에는 성모마리아 성당,

광장 밖 남서쪽에는 야기엘론스키 대학

자리잡고 있다.


(크라쿠프 구시가 주 광장 지도)


(2016년 7월, Main Market 서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Main Market 서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Main Market 동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Main Market 동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Main Market,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Main Market,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여름에는 자코파네에서 저녁에 출발해서

크라쿠프에 밤에 도착했는데,


비가 조금 내리는 여름밤의 크라쿠프도

운치 있었다.


난 사실 비를 좋아해서

실내에서 비 내리는 소리 듣는 것도 좋아하고,

너무 많이 내리는 것 아니면

맞고 걸어다니는 것도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은 비내리는 밤의 크라쿠프 구시가가

그냥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맘에 들었다.


비가 오니

관광객들로 북적거리지도 않고,

뭔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비밀스러우면서

외롭게 서 있는 건축물들은 어스름한 불빛 아래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고,

새로 깐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돌바닥은

유난히 더 반짝반짝거렸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다소 서먹한 사이였던 크라쿠프와 나는

살랑살랑 내리는 빗속에서 그렇게 화해를 하고,

나는 그렇게 크라쿠프에 마음을 열고,

크라쿠프가 주는 만족감을 흥쾌히 받아들였다.

 

(2016년 7월, Main Market 동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Main Market 서쪽, Old Town, Kraków, Poland)


광장 남서쪽 바닥 한 켠엔 이런 기념비도 보이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1794년 이 곳에서
타데우슈 코시치슈코(Tadeusz Kościszko)가
폴란드 민중에게 맹세했다.
(2016년 7월, Main Market 서쪽, Old Town, Kraków, Poland)


타데우슈 코시치슈코(Tadeusz Kościszko)

러시아와 프러시아의 지배하에 있던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독립을 꾀하며 일으킨 코시치슈코 봉기의 주동자다.


결과적으로 그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코시치슈코는

여러 폴란드 도시에서 기념비를 세워 기리는

폴란드의 민족 영웅이고,

바로 크라쿠프 주 광장의

바로 이 장소에서

그의 봉기가 시작된 것이다.



크라쿠프 주 광장의 정중앙에는

수키엔니체 혹은 직물 회관(Sukiennice, Cloth Hall)이 자리잡고 있다.


직물 회관(Cloth Hall)은

중세부터 17-18세기까지 유럽 도시 광장의 중심부에 위치했던 건물 유형으로,

주로 옷감을 비롯해서,

가죽, 소금 등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었고,

대체로 시청 옆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직물 회관은 당시 유럽의 많은 도시들에 존재했고,

지금도 많이 남아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게 크라쿠프 직물 회관이다.


원래

크라쿠프의 직물 회관(Sukiennice, Cloth Hall)

광장의 남쪽과 북쪽을 가로지르는 통로였고,

그 옆으로 가게가 줄지어 서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지붕이 덮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처음엔 중세시대 대표 건축 양식인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불에 타서

나중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현재 직물회관(Sukiennice, Cloth Hall)의 바깥쪽엔 카페,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이 있고,

안쪽에는 각종 수공예 기념품을 파는 가판대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다.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이 건물 꼭대기엔

이렇게 광대처럼 보이는

괴이한 표정의 얼굴 조각이 붙어 있다.


왜 저런 데 저런 희극적인 조각이 들어가 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건 마스카론(Mascaron)이라 불리는 장식으로

한국의 옛 궁궐에서 악귀를 몰아내기 위해

지붕 위에 "잡상" 혹은 "어처구니"를

올려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악한 영이 겁을 먹고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무섭게 생긴 사람 얼굴을 조각해 놓은 것이란다.


주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건축에서 발견된다고 하고,

폴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마스카론은

크라쿠프 직물 회관 지붕의 마스카론,

전 유럽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건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 있는 거란다.


한번 불에 탔던 전력이 있던데다가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니

그 존재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는 장식이다.


근데 왜 나한테는 무서운 얼굴이 아니고,

우스운 얼굴처럼 보이는 걸까?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직물 회관(Sukiennice, Cloth Hall)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안쪽 벽 상단에는

폴란드 여러 도시의 문장이 그려져 있다.


(2008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중간 중간엔

동서를 가로지르는 통로들도 두어 개 있다.


(2008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밤에는 가판대 상인이 다 철수하고,

직물 회관(Sukiennice, The Cloth Hall)도 닫히지만,

그래도 중간에

크라쿠프와 바르샤바의 문장이 마주보고 있는 곳은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된다.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Sukiennice, Old Town, Kraków, Poland)


2층에는 1879년에 개관한

폴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는데,

지금은 크라쿠프 국립 박물관 부속으로

주로 폴란드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 개장 시간은 화-일 10:00-18:00,

일요일은 무료입장이다.

입장권은 보통 14즈워티, 할인 8즈워티다.



직물회관 지하에는 또다른 박물관인

"광장의 지하(Podziemia Rynku, Market Undergrounds)"가 자리잡고 있다.

크라쿠프 역사,

특히 중세를 경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다.


11월-3월 비수기에는 수-월 10:00-20:00, 화 10:00-16:00(화요일 무료입장)

4월-10월 성수기엔 월 10:00-20:00, 화 10:00-16:00, 수-일 10:00-22:00,

매달 첫 화요일은 휴무이며,

보통은 19즈워티, 할인은 16즈워티다.


지하 박물관은 미리 예약할 필요가 있으며,

그 방법은 다음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2008년, 2016년 두 번 모두

나는 1층만 둘러보고,

결국 2층과 지하의 박물관에는 가보지 못했다.


1번째 갔을 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고,

2번째 갔을 땐 알았지만,

그리고 가보고도 싶었지만,

자코파네에서 바르샤바 가는 길에

짧은 1박 2일로 크라쿠프에 잠깐 들른 거라

거기까지 갈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직물 회관 지하와 2층의 박물관은

내가 세번째 크라쿠프를 방문하게 되면

가고 싶은 곳으로 남았다.


아무래도 다음에 크라쿠프에 가면 좀 오래 머물러야겠다.



직물 회관 동쪽으로

플로리안스카 거리(Ulica Floriańska)로 연결되는 지점에

성모 마리아 성당(Kościół Mariacki,  St. Mary's Basilica)이 서 있다.


좀 더 긴 명칭으로는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 (Kościół Wniebowzięcia Najświętszej Maryi Panny, Church of Our Lady Assumed into Heaven)이지만,

대체로 마리아 성당(Kościół Mariacki,  St. Mary's Basilica)으로 불린다.


크라쿠프 주 광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라 할 수 있으며,


폴란드에서 가장 중요한 교회 건물 중 하나로,


폴란드인을 위한 성당을 외국에 지을 때

이 마리아 성당의 건축 양식을 본딸 정도로,


그리고 크라쿠프를 상징하기 위해

(유일하게는 아니지만)

꽤 자주 그 실루엣이 사용될 정도로,


폴란드 교회와 크라쿠프를 가장 잘 연상시키는

이정표적 건물이다.


(출처: http://www.123rf.com/clipart-vector/cracow.html)


원래는 13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타타르족의 침입으로 무너져서,

14세기에

지금의 고딕 양식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성당 건물 또한 매우 중세적이다.


그래서

신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욕망을 담은 첨탑은

뾰쪽뾰족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고,

내부엔 스테인드글라스와 화려한 부조와 조각이 가득하다.


성당의 크기가 거대하다 보니,

성당 내부는

여러 작은 부분들도 나뉘어져 있고,

그 안에 여러 작은 예배당을 포함하고 있다.


이 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내부 장식은

독일 조각가 파이트 슈토스(Veit Stoss)가 15세기에 만든

3단의 제단인데,

유럽에서 가장 큰 고딕양식 목조 제단이라고 한다.


이 제단은 양쪽에 날개가 달려 있어,

그것을 접으면 안의 그림이 감춰지는 형상이다.


물론 접으면

바깥에도 무언가 성스러운 형상이 새겨 있을거다.


유럽 박물관에 가보면

중세 시대와 그 이후에 만들어진

이런 식의 3단 제단을

다양한 크기로

꽤 자주 만나게 된다.


즉,

이런 식의 뭔가 아기자기한 느낌의 제단 디자인은

크라쿠프 성모 마리아 성당만의

고유한 양식은 아니다.


안의 그림은 12개의 장면으로 나뉘어

성모 마리아의 생애가 새겨져 있는데,


제일 마지막에 성모 마리아가 성인이 되어

하늘나라에 올라가는 그림이 있어서,

아마도 이 성당이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으로 불리는 것 같다.


(사진 출처: 크라쿠프 성모 마리아 성당 홈페이지 제공 사진 http://mariacki.com/en/tourists/)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침략했을 때

이 제단을 독일로 가져갔다고 하는데,

종전 후 다시 되찾았다.


성당 서쪽에는 쳉스토호바의 검은 성모상(Matka Boska Częstochowska, The Holy Mother of Częstochowa)이 있는 작은 예배당을 비롯한

작은 예배당이 몇 개 있는데,


이 성당에 있는 검은 성모상은

스웨덴이 폴란드를 침략했던 당시

쳉스토호바에서 크라쿠프로

검은 성모상이 잠시 옮겨왔을 때

제작한 카피본이라고 한다.


폴란드인에게 검은 성모상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원본은 쳉스토호바에 있지만,

폴란드 곳곳의 성당에 그 카피본이 걸려 있고,

여기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성모 마리아 성당에 입장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남쪽 입구로 유료로 입장하여

성당안을 거닐면서 내부장식을 가까이 보고 느끼고,

성당 첨탑에 올라

크라쿠프 구시가 전경을 감상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성당 동쪽 입구에 무료로 입장하여,

바리케이드(?)뒤에서 성당 전경을 멀찍이서 바라보고,

작은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성모 마리아 성당의

유료 입장 시간은

월-토 11:30-18:00, 일 14:00-18:00,

입장료는 보통 10즈워티, 할인 5즈워티이다.


2016년 7월에 갔을 때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하려면

여기다가 10즈워티를 더 내고,

성당 전면의 첨탑에 올라 도시 전망을 감상하려면

또 거기다가

10즈워티를 내고 뭐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관광안내책자와 홈페이지 모두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아마도 그 때 그건

관광 시즌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룰인가보다.


아무튼 이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복잡한 요금체제 뭐 이런 것 땜에

크라쿠프 구시가가

좀 깍쟁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성당 옆에는 작은 모형도 설치되어 있는데,

아마도 위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겠지만,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

드론을 띠우거나 헬리콥터를 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구도다.


성당이 워낙 커서

위에서 본 모습뿐 아니라,

옆에서 본 모습도

전체를 사진 하나에 담기 쉽지 않다.


(2016년 7월, 성모마리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크라쿠프 성모마리아 성당의

두 고딕 첨탑의 높이와 모양은 서로 다른데,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좀 불완전해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그 때문에

흔하고 뻔한 유럽 고딕 성당이 되는 비극을 면했다.


왼쪽의 더 높은 첩탑은

처음엔 교회 소유가 아니었고

시의 관할 하에 있었단다.


시 소속의 보초가 그 근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이 곳에 서서

도시에 침입하려는 적들을 감시했고,

여기에서 나팔을 불면

적들이 들어오니 성문을 닫으라는 신호였다고 한다.


현재는 매시각 정각에

이 곳에서 나팔소리가 들리고,

정오가 되면

polskie radio라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 소리가  폴란드에 울려퍼지는데,

다른 어떤 악기의 도움도 없이

홀로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그 나팔 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구슬프다.


몽골이 침략했을 때

그걸 알리기 위해 나팔을 불다가

화살에 맞아 죽은 보초를 기리기 위해

중간에 멈추는 부분이 있는데,


이 사연을 모르고 들을 때도

어딘지 모르게 슬픈 멜로디를

그 잠시 멈춤이 한층 더 구슬프게 만들어준다.

   

(Youtube 동영상)


(2016년 7월, 성모마리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모마리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모마리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모마리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모마리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모마리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St. Mary's Basilica,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St. Mary's Basilica,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St. Mary's Basilica,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모마리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화려하고 거대한 옛날 건축물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했을까

(그게 시간이든, 돈이든, 노동이든, 목숨이든 간에)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서,


거대함으로 위대함을 드러내려 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거대한 건축물에 별로 감동받지 않는 편이다.


이 크라쿠프의 성모마리아 성당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성당이

크라쿠프 주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고

가장 아름다운 건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성모마리아 성당 남쪽 입구 옆에는

마리아 광장(Plac Mariacki, The Marian Square)이 있는데,

예전에 공동묘지였던 곳을

19세기에 광장으로 만든 거라고 한다.


(2008년 7월, St. Mary's Basilica,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모마리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오른쪽에 사람들이 줄서 있는 곳이 매표소다.)


성모마리아 성당의 서쪽에는

아담 미츠키에비치 동상(Pomnik Adama Mickiewicza, Adam Mickiewicz Monument)

성당을 마주하고 서 있다.


미츠키에비치는

19세기 활동했던 폴란드의 민족시인으로

그의 작품이 낭만주의적 색채를 띠었다고 하니,


러시아로 치면 푸쉬킨,

영국으로 치면 바이런,

독일로 치면 괴테인 셈이다.


그는 폴란드가 3국 분할된 이후에 태어나서

평생을 나라 잃은 폴란드에서 살았고,

독립 운동을 하다가

5년동안 러시아로 유배되었으며,

이후

로마, 프랑스, 이스탐불에서 독립운동을 도모하다가

결국 타지에게 사망한다.


즉 다른 어떤 낭만주의 시인들에게 보다

그에게 조국은 더 큰 의미를 가졌고,


미츠키에비치에게 붙는 수식어

"낭만주의 민족 시인" 중에서,

가장 큰 방점은

아마도 "민족"에 찍혀져야하는 것 같다.


물론 그는 애국자로서뿐 아니라,

위대한 시인으로도 존경받는다.


사실 미츠키에비치는

살아 생전에 크라쿠프에 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가 1890년 사망하고 난 후

그의 유해가 파리로부터 옮겨져

크라쿠프 바벨성 내

다른 유명 폴란드인들 옆에 안장되면서,

크라쿠프와의 인연은

사후에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크라쿠프 구시가의 기념비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1898년에 세워졌는데,

독일군 점령기에 파괴되었고,

이후에 다시 복원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크라쿠프 주광장은 매우 넓지만 사실

카페나 레스토랑 말고 앉아서 쉴 공간이 별로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기념비 앞에는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냥 앉아 있는 사람들도 꽤 많아

볼 때마다 사람이 북적거린다.


동상에는

Adamowi Mickiewiczowi Naród
아담 미츠키에비치에게 민중(국민, 민족)이

라고 쓰여 있다.


(2016년 7월, Adam Mickiewicz 동상과 성모마리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Adam Mickiewicz 동상,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Adam Mickiewicz 동상,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Adam Mickiewicz 동상,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Adam Mickiewicz 동상, Old Town, Kraków, Poland)


위 사진에 보이는 염소 혹은 양은 2016년 여름에

크라쿠프 주 광장 양쪽에 서 있었는데,


사실 폴란드에서 염소는

포즈난(Poznań)이라는 도시의 상징이라

크라쿠프의 상징이 아닌 건 확실하고,

양도 크라쿠프랑 별 관련이 없는데,

도대체 왜 저런 게 서 있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바르샤바 출신 폴란드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역시 모르겠단다.


한국에서 저런 걸 봤다면

그냥 '귀엽네', '특이하네' 혹은 '괴이하네'

그러고 말았을텐데,

여행 중에는 꼭 그 나라나 그 도시와 연관지어서

무언가 필연성과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게

어쩌면 더 이상한 건지도,

하지만

타국을 방문하는 여행자가 품을 수 밖에 없는

생각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미츠키예비치 동상 남쪽으로는

자그마한

보이치에흐 성당(Kościół Św. Wojciecha, St. Wojciech Church)이 있다.


이 성당은

폴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성당 중 하나로,

11세기에 로마네스트 양식으로 세워졌으며,

이곳에서 설교를 한 것으로 전해지는

순교자 보이치에흐에 이름을 땄다.


그 후 17세기에 바로크 양식의 돔 지붕을 얹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지붕에는 용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데,

마스카론처럼 악귀를 몰아내는 역할인 것 같다.


(2016년 7월, 보이치에흐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보이치에흐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보이치에흐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보이치에흐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크라쿠프 주 광장 서쪽에는

구 시청탑(Wieża Ratuszowa, Former City Hall)이 높이 솟아 있다.


크라쿠프 구시청은 14세기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건물이며,

주 광장의 다른 여러 건축물들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여러 건축양식의 리모델링을 거쳤다.


그 중 가장 큰 리모델링은

19세기에

예전의 보다 크고 넓은 시청 건물에서

탑만 제외하고 모든 것을 헐어버리고

지금의 모습을 갖게 한 것이었다.


덕분에 크라쿠프 주 광장은 열린 공간이 되었고,

남은 시청탑은 전망대가 되었다.


시청탑의 개장 시간은 12:00-18:00,

2016년 현재 입장료는

보통 8즈워티, 할인 5 즈워티다.


예전에 시청 지하에선

고문 시설을 갖춘 중세식 감옥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지하로 내려가면

중세 시대의 고문시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극장과 이탈리아 음식점도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2016년 7월, 구시청탑,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구시청탑,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구시청탑,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구시청탑,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구시청탑,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구시청탑,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구시청탑,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구시청탑, Old Town, Kraków, Poland. Ludowy 극장 입구다.)


시청탑 옆에는 거대한 얼굴이 옆으로 누워있는

에로스 벤다토(Eros Bendato)

혹은 '결박당한 에로스'가 있는데,


이고르 미토라이(Igor Mitoraj)라는

현대 폴란드 조각가가

시에 기증한 작품이라고 한다.


따라서 특별히 "중세" 폴란드나 크라쿠프의 컨셉은 아니지만,

이 심각한 이름과 음울한 상황을 묘사한

속이 비어 있는 조각은

관광객들과 어린이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는 놀이터이자

크라쿠프 주광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 중에 하나가 되었다.


결박당한 사랑 앞에

짧고 가벼운 유희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언뜻 이상한 것 같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현대인의 에로스적 사랑에 대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메타포인 듯한

장면을 만들어내며,


딱히 현대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현대" 크라쿠프의 역사가

한 켜 또 쌓이는 것이다.


(2016년 7월, 구시청탑,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구시청탑, Old Town, Kraków, Poland)


주 광장에서는

움직이지 않은 건축이나 조형물 뿐 아니라

살아있는 예술도 만날 수 있다.


2008년, 2016년 여름 모두

희안한 옷을 입고

마네킹처럼 서 있거나

음악을 연주하는 예술가들이 있었다.


다른 여행자들의 블로그에서도

이 크라쿠프 거리 예술가들의 사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다양한 예술가들 또한

크라쿠프 주 광장에 동시간을 덧입히는

그것의 살아 있는 일부인지도 모른다.


(2008년 7월, Main Market,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Main Market,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Main Market,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Main Market,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Main Market,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여름엔 "개인 우체통"이라고 쓰인

우편 마차도 등장했다.


(2016년 7월, Main Market,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Main Market,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에 갔을 땐 동영상도 찍었다.

7월이었는데,

비가 왔다, 해가 쨍쨍하다, 바람이 불다,

온갖 날씨가 하루에 다 들어있는 날이었다.


동영상 찍을 때는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살살 와서

동영상에

바람 소리가 많이 난다.


(동영상 1: 크라쿠프 주 광장 동쪽)

(2016년 7월, Main Market 동쪽, Old Town, Kraków, Poland)


(동영상 2:크라쿠프 주 광장 서쪽)

(2016년 7월, Main Market 서쪽, Old Town, Kraków, Poland)


"유럽에서 가장 큰 중세 광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크라쿠프 주 광장은

중세시대의 건축으로 가득하다.


사실 유럽 친구들에게는

이런 시대 구분이 큰 의미를 가지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에겐

중세건 르네상스건 근대건

똑같이 이국적이기 때문에,

중세 건축 양식이 큰 의미는 없을 거다.


하지만 중세 시대에 딱히 관심이 없더라도

건축물 하나하나와 그것 전체가 모여 만들어내는 전경의 아름다움에 충분히 찬사를 보낼 수 있고,


비록

중간에 직물 회관으로 가로막힌 감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넓은 돌바닥에 서서

그 열린 광장을 몸과 마음으로 한껏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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