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oga Dec 07. 2016

도도한 매력 크라쿠프 구시가(Stare Miasto)

시간의 두께, 무게, 농도 그리고 깊이가 만들어내는 아우라

사실 취향과 미학적 평가는 지극히 상대적인 거고,

사람이든 사물이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름다움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별로 의미 있는 대화 주제는 아니지만,


한국 사람들이

잘생긴 남자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거의

대화에 참여한 사람의 수만큼의 나라가 나오는데,


예쁜 여자의 나라에 대해 말할 때는

"김태희와 한가인이 밭을 간다(?)"는

전설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압도적인 것 같다.


물론 내 주위 사람들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정작 "미녀의 나라" 러시아인들에게


"한국인들은 러시아 여자들이

세계에서 젤 예쁘다고 생각한다"


고 이야기하면,


그런 평가를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어, 그러냐?"

며 살짝 놀라며,

짐짓 기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 반응은 제 각각이다.


우선 그런 생각 안해 봤는데,

그런 것 같다며 수긍하는 경우도 있었고,


러시아 여자들보다 우크라이나 여자들이

더 예쁜 것 같다거나


프랑스 여자들이 제일 예쁜 것 같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러시아인을 만날 때마다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니,

아마 표본집단이 더 늘어나면

그 반응도 좀 더 다양해질거다.


그런데

이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반응 중 하나는

"러시아인들은 폴란드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나이 좀 지긋한 여자 선생님이 덧붙인 이유였다.


폴란드 여자들은 좀 도도해서,

그 태도 때문에 예뻐보인다는 거다.


정말로 폴란드인들은

남자건 여자건

대체로 외국인에게 친절한 편이긴 한데,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된 것에 대해

좀 비관론적이고, 냉소적이고,

상대에 대한 칭찬에도 인색한 편이다.


폴란드인들 자신도

폴란드인들이 불평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자평한다.


그런데다가 근현대사에서

폴란드와 러시아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폴란드인이 러시아인들에게는

유독 도도하게, 뻣뻣하게 굴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폴란드인뿐 아니라 체코인들도

러시아인에게는 차갑게 대한다.




그런데

크라쿠프라는 도시가 나한테는 좀 그렇다.


좀 도도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워 보인다기 보다는

처음엔 그래서 별로 맘이 안 갔다.


크라쿠프가 도도하다는 느낌은

어쩌면 크라쿠프에 가기 전부터

다른 폴란드인들이

크라쿠프 사람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생긴

일종의 편견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주변 폴란드인들은 거의 다 바르샤바인들인데,

그들이 해 준 얘기에 따르면,


지금은 바르샤바가 수도지만,

오랫동안

크라쿠프가 수도였고, 문화적 중심이었던만큼

크라쿠프 사람들은

현재에도 행정적인 수도와 상관없이

여전히 크라쿠프가 수도라 생각하는 듯 행동한단다.


하지만 바르샤바인들도 크라쿠프가,

특히 크라쿠프 구시가가 아름답다는 걸 인정하고,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폴란드 도시가

대체로 크라쿠프인 이유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내가

"난 크라쿠프보다 바르샤바가 좋다"고 말하면

신기해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표정이 밝아지며

은근 좋아하는 게 보인다.


내가 "폴란드가 좋다"고 말할 때

폴란드인들이 짓는

바로 그 표정이다.


의식은 감정을 많이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데,

무의식이 자꾸만 감정을 얼굴 위에

찔끔찔끔 흘릴 때 만들어지는,

웬갖 감정이 눈 안에 집약되는 그 오묘한 표정.


곧이어

내가

"크라쿠프는 관광객이 많고,

너무 관광지 느낌이 강하다"고

설명하면,


그제서야 외국인이 크라쿠프를 덜 좋아할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하고,

그 때부터

크라쿠프 사람들이 얼마나 도도한지에 대한

바르샤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난 사실

크라쿠프인들과 사적으로 이야기를 못 나눠봐서,


(서점에서, 카페에서, 매표소에서, 숙소에서

만난 직원들이 다니까,

"얼마예요?"

"어떻게 가야 하죠?"

같은 흔한 여행자 대화 말고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그들이 어떤지 잘은 모르기 때문에

크라쿠프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순 없다.


내가 크라쿠프를 만나기 전부터

그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 이외에,

내가 크라쿠프를 평가하는 근거는,

유럽을 여행하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그렇듯

무엇보다도

구시가의 이미지, 구시가로부터 받은 인상이다.


내가 크라쿠프 구시가가 도도하다고 느낀 건


한편으로는

내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그냥 딱 관광객들이 자주 가는 데만 둘러봐서,

남에게 보이게 위해 잔뜩 치장한(?) 모습 말고

크라쿠프의 다른 모습은 보지 못했기 때문에

뭔가 속내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 보여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전 크라쿠프 포스트에서 밝힌 것처럼

2016년에 방문했을 때

관광객들이 좋아라 하는 곳 말고

나만의 장소들을 발견한 이후

이런 느낌은 이젠 별로 없다.


다른 한편으로,

크라쿠프엔

다른 폴란드 도시들에 비해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는 유적이 많아서

생각 없이, 그냥 편안하게, 쉽게

접근하게 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바르샤바에선

와지엔키 공원에도

그냥 아무 때나 내킬 때 그냥 쑥 들어가고,

시내에 있는 성당에도

아무 때나 쑥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박물관이 아닌 대부분의 공공 공간이 그렇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바르샤바에서

그곳들은

외지인이나 외국인들의 관광지이기 이전에

바르샤바인들의 삶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바르샤바의 성당이나 공원,

그 중에서도 특히 성당은

내 앞에 항상

문을 열어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


크라쿠프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쓰윽 들어가서 보고 그냥 쓰윽 나오는 게 아니라,


입장 시간, 입장료, 사진 촬영 요금 따져서,

현재 매표소에 줄서 있는 사람들 숫자 봐 가며,

매표소에서 준 안내문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가지고

생각하며

줄서서 들어가야 하는 곳이 꽤 있다.


오래 걸리진 않지만

그런 "절차" 때문에

관람객은 입장 전 좀 더 깨어있게 되고

그래서 좀 더 집중하고 감상하고 나오게 된다.


중요 관광명소의 유지, 보수, 관리를 위해

입장료가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감상자의 집중력 향상 측면에서도

사실 중요한 관광명소는

입장료를 받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를 보려면 너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라"고

그렇게 관광객들에게 도도하게 굴어도 될 정도로

크라쿠프 구시가는

유서 깊고, 아름답고 또 의미 있는 장소로 가득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쉽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 바르샤바의 성당들은

크라쿠프의 성당들만큼

오래되지도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도 않다.




크라쿠프 구시가(Stare Miasto w Krakowie, Cracow Old Town)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처음 발표된 1977년의

이듬해인 1978년에

일찍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유럽 도시의 구시가 중 상당수가

현재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데,

크라쿠프 구시가는

가장 처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구시가다.


크라쿠프 구시가는

주 광장(Rynek Głowny, Main Square)을  중심으로

직선 길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

작은 네모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듯한 형상이다.


예전에는 성벽과 해자로 둘러쌓여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대신 나무들이 우거진 공원

플란티(Planty)가 구시가를 빙 두르고 있고,

[아래 지도의 연두색 부분]


그 북쪽 끝에는 성채(Barbakan, Barbican)가,


그 남쪽 끝에는 바벨 성(Zamek Królewski na Wawelu, Royal Castle of Wawel Hill)

자리잡고 있다.


(크라쿠프 구시가 지도)

지도출처:http://www.krakow-info.com/planKrak.htm



북쪽의 성채로부터

플로리안스카 거리(Ulica Floriańska)를 지나

주 광장그로즈카 거리(Ulica Grodzka)를 거쳐

바벨 성으로 이어지는 길은


실제로

예전 폴란드 왕이 대관할 때

왕궁에 입성하는 루트였다고,

진짜 왕의 루트(Droga Królewska, Royal Route)였다고 한다.


바르샤바에도 왕의 루트가 있는데,

그건 실제로 폴란드왕이 다니던 길이 아니라,

20세기 후반에 왕이 머물던 궁전을 이어 놓고

홍보 차원에서 이름 붙여놓은 것이며,

폴란드어로도 Trakt Królewski로

명칭 자체가 다르다.


사실 과거의 왕뿐 아니라 현재의 관광객들도

그 왕의 루트를 따라 움직이면

크라쿠프 구시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 볼 수 있다.


크라쿠프는 11세기부터

폴란드의 행정적, 정치적 중심으로 자리매김했고,

크라쿠프 구시가도 그 때 형성되기 시작했다.


5세기부터 15세기까지 유럽 역사는 중세였으므로

크라쿠프도 무엇보다 중세 도시다.


그리고 그건 왕의 루트가 시작되는

성채(Barbakan, Barbican)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성채는 15세기에 만들어졌으며,

예전에는 주위에 깊이 6미터, 최대 폭 26미터의

해자(fosa, moat)가 있었다고 한다.


합스부르그와 스웨덴의 공격을 받고도 끄덕없었고,

그 옆의 성벽들은 결국 붕괴됐지만

성채는 살아남았다.


이런 종류의 건물 중

유럽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보존된 건물이라 한다.


사실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긴 했지만,


이렇게 한 눈에 들어오는 중세시대 성채는

만화나 영화에서나 봤을 뿐

직접 본 건 처음이어서,


2008년 처음 크라쿠프에 갔을 때

내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건축물이

바로 이 성채였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내부에 입장할 수 있는데,

보통 8즈워티, 할인 6즈워티,

개장 시간은 10:30-18:00이다.


(2016년 7월, Barbican,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Barbican,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Barbican,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Barbican, Old Town, Kraków, Poland, 왼쪽에 플로리안스카 문이 보인다.)
(2016년 7월, Barbican,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여름에는 그 앞에

중세 기사 복장을 한,

공격적 포즈의 남자 사진과 함께

"기사 토너먼트"를 알리는 플래카드까지 붙어 있어

중세 시대의 느낌을 한껏 뿜어내고 있었다.


(2008년 7월, Barbican,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Barbican,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Barbican,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Barbican, Old Town, Kraków, Poland)


성채 옆에는

사뭇 독특한 얀 마테이코 동상이 서 있다.


얀 마테이코(Jan Matejko)는 19세기에 활동했던

크라쿠프 출신 폴란드 대표 화가다.


화풍으로는 한국에 비교할 사람이 없는 것 같고,

인지도와 대표성으로는 폴란드의 이중섭이랄까?


그가 화가임을 표현하기 위해

조각가는 그의 손에 팔레트와 붓을 들리는 대신,

액자 안에 그를 담기로 했나 본데,

참신한 아이디어 같다.


마테이코는 주로 역사적 사건을 화폭에 담았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그룬발트 전투"를 생동감 있게 그린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작으로

바르샤바 국립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작이다.


그래서 아마 그룬발트 전투 기념비에서 멀지 않은

이 곳에 그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나보다.


(동영상:Jana Matejko "Bitwa Pod Grunwaldem" - prezentacja 3D - YouTube)


(2016년 7월, 얀 마테이코 기념비,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얀 마테이코 기념비,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얀 마테이코 기념비, Kraków, Poland)


성채 남쪽에는 플로리안스카 문(Brama Floriańska,Florian Gate)이 있고,

그 양옆에는 높은 성벽이 이어져 있다.


원래는

성채와 플로리안스카 문 사이에도 성벽이 있었고,

플로리안스카 문 양쪽으로도

성벽이 더 길게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 중 일부의 성벽만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남아 있는 성벽에선

예술가들이 자신의 그림을 걸어두고 팔고 있다.


(2008년 7월, Florian Gate 남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 Gate 남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 Gate 북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 Gate 북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 Gate 남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Florian Gate 남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 Gate 남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 Gate 남쪽, Old Town, Kraków, Poland)


성벽의 서쪽 끝에는

고대 미술 전시관(Galeria Sztuki Starożytnej, Ancient Art Gallery)이 자리잡고 있다.

(2016년 7월, Florian Gate 남쪽 좌측,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 Gate 남쪽,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 Gate 남쪽, Old Town, Kraków, Poland, 오른쪽에 플로렌스카 문이 보인다.)


18-19세기 경에 만들어진 듯한

헤르메스(Hermes , Mercury) 동상도 보인다.


그런데

이런 요새 앞에 전쟁의 신 마르스(Mars)가 아니라

왜 웅변, 음악, 운동의 신의 동상을 세웠는지

좀 의아하다.


당시 3국으로 분할되어 있던 폴란드에는

전쟁의 신보다는 신의 전령이 더 필요했던 걸까?


(2016년 7월, Florian Gate,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 Gate 남쪽, Old Town, Kraków, Poland)


이 플로리안스카 문과 주 광장을 연결하는 길이

플로리안스카 거리(Ulica Floriańska, Florianska Street)인데,

크라쿠프에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장 중요한 길이라고 할 수 있고,

크라쿠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다.

 

(2016년 7월, Florianska 거리,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ska 길, Old Town, Kraków, Poland)


그리고 그 길의 다른 끝엔

성모마리아 성당 (Kościół Mariacki, St. Mary's Basilica)이 자리잡고 있다.


(2016년 7월, Florianska 길,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Florianska 길, Old Town, Kraków, Poland)


이제 여기에서

크라쿠프 구시가의 하일라이트인

주 광장(Rynek Główny, Main Market)

시작되고,



광장을 가로질러

그로즈카 거리(Ulica Grodzka)를 따라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바벨 성(Zamek Królewski na Wawelu, Royal Castle of Wawel Hill)이 나온다.



"주 광장"과 "바벨성"은

다음 포스트에서 따로 다루고,

여기서는

구시가의 나머지 부분을 좀 더 둘러보겠다.


우선 주 광장(Rynek Główny, Main Market)

남단으로

브라츠카 거리(Ulica Bracka)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동서를 관통하는 트램길이 나온다.


거기서 우회전하여 조금만 내려가면

오른편으로

교황의 창문(Okno papieskie, Papal Window)을 볼 수 있다.


(크라쿠프 구시가 남단 그로즈카 거리 근처)


폴란드인의 자랑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Jan Paweł II, Pope John Paul II)

폴란드 남부 바도비체(Wadowice) 출신으로

크라쿠프에서 오래 거주하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여기서 성직자 생활도 했다.


폴란드 추기경이였던 1978년,

최초의 비이탈리아인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계속 크라쿠프에 살았다고 한다.


그가 교황이 되어서

크라쿠프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을 때,

노랑색 2층 건물인 주교 궁(Pałac Biskupi, Bishop's Palace)에 머물렀고,


이 건물 중앙의 2층 창문에 나와 서서,

그를 직접 만나 축복 받길 기다리던

수천만의 폴란드 신자들에게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이후 이 곳은 "교황의 창문"이 되었고,

그 창문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초상화가 붙어있다.


(2016년 7월, 교황의 창문, Old Town, Kraków, Poland)


요한 바오로 2세 이후로

이 곳은

교황이 크라쿠프 시민들을 대면하는 장소가 되었다.


다음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크라쿠프에 방문했을 때에도

그곳에 서서

가톨릭 신자들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2016년 7월에 크라쿠프에서 열린

가톨릭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 참석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여기에서 폴란드인들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의 말과 행동이 많은 폴란드인에게 감동을 줘서,


2014년 8월 한국에서와 같이

폴란드에서도 한동안 프란치스코 신드롬이 있었다.


물론 폴란드인에겐

세월호 침몰 같은 비극도 없었고,

전국민이 제대로 치유받지 못한 상처를

가슴에 품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거라고 확인시켜주는

권위 있는 탈정치적인 어른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2014년의 우리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진정한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 한 사람뿐이던

폴란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거다.


사진출처: World Youth Day 홈페이지 (http://www.krakow2016.com/franciszek-w-oknie-papieskim)


"교황의 창문" 건너편에는

프란치스코 성당(Kościół Franciszkanów, Franciscan Church)과 수도원이 있다.


성당 자체는 크지 않은데,

그 뒤로 수도원이 붙어 있어

전체로 보면 작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아래 사진이 성당 입구고,

그 아래 사진이 수도원 입구다.


(2016년 7월, 프란치스코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프란치스코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프란치스코 성당은 ,

폴란드 화가 비스피안스키(Wyspiański)

스테인드글라스로도 유명하다.


난 원래 성당 내부 사진은 잘 안 찍는 편인데,

크라쿠프에서는 자꾸 찍게 된다.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나도 자연스레 관광객 모드로 전환됐나보다.


비스피안스키의 작품은

그 거대함과, 빛과 어둠의 대비가 더 두드러져

직접 보면 훨씬 더 아름답다.


(2016년 7월, 프란치스코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프란치스코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밖으로 나와

수도원쪽으로 가는 길에,

교황의 창문 맞은 편 벽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는

소박한 기념비가 달려 있다.

"사랑만이 창조자다."

신학대학의 학생, 교수, 후원자와
성 콜베 신부를 기림


(2016년 7월, 프란치스코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콜베(Kolbe) 신부는 독일 점령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던 중

다른 수감자를 대신해

자신이 죽겠다고 자처하고 나서서

결국은 수용소에서 선종했는데,


그런 성스러운 행적으로

사후에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된 인물이며,

한국 가톨릭에서도 매년 그의 축일에 그를 기려,

한국 천주교 신자들에게도 익숙한 성인이다.


그 곳에서 트램길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올라가면

성삼위일체 바실리카(Bazylika Świętej trójcy, Basilica of the Holy Trinity)가 보인다.


(2016년 7월, 성 삼위일체 바실리카,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 삼위일체 바실리카,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 삼위일체 바실리카, Old Town, Kraków, Poland)


크라쿠프 구시가 남쪽의 가장 큰 길인

그로즈카 거리(Ulica Grodzka)에도

주 광장과 바벨 성 사이에 큰 성당 두 개가 있는데,


성 베드로 바울 성당(Kościół Św. Piotra i Pawła, Church of St. Peter and Paul)

좀 더 큰 규모에

안팎으로 좀 더 화려한 장식이 있고,


성 안드레아 성당(Kościół Św. Andrzeja, St. Andrew Church)

좀 더 아담한 크기에

좀 더 소박하고 폐쇄적이다.


(2016년 7월, 성 베드로 바울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성 베드로 바울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성 베드로 바울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성 베드로 바울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 안드레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 안드레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 안드레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 안드레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성 안드레아 성당, Old Town, Kraków, Poland)


그 밖에 크라쿠프 구시가에는

아름다운 건물과 거리가 많이 있다.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걷기에도 기분 좋고,

그냥 앉아 쉬기에도 편안하고,

비록 신발 아래 느껴지는 간접적 촉감이긴 하지만

발 밑에 닿는 두터운 돌길의 느낌도 안정적이다.


관광과 생활의 장소가 뒤섞여 있어

관광객들만 위해 조성된

인위적인 관광지의 느낌이 없다.


관광안내 책자에는 안 나와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이나

공들여 만든 아기자기한 장식을

우연히 발견하는 즐거움,

그냥 관광객 모드로 걷다가 우연치 않게

현지인들의 위한 공간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2016년 7월,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Old Town, Kraków, Poland)
(2016년 7월, Old Town, Kraków, Poland)
(2008년 7월, Old Town, Kraków, Poland)


구시가 외곽 북쪽,

즉 플로리안스카 문과 성채 북단에는

그룬발트 전투 기념비(Pomnik Grunwaldski, The Grunwald Battle Monument)가 있다.


그룬발트 전투는

1410년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군이

폴란드 북부 그룬발트라는 지역에서

독일의 튜턴 기사단을 물리친 전투이다.


이 전투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손을 잡는 계기가 되었고,


이 전투의 승리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은

이후 유럽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폴란드 왕이 이끄는 군대가 벌인 전투였던 만큼,

당시 폴란드의 수도이자 왕의 거주지였던

크라쿠프에서

특히 많은 사람들이 전장에 나섰다.


이러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기리는 기념비는

1910년에 세워졌고,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는

폭파되었다고 한다.


치졸한 복수인 셈이다.


그리고 종전 후 1976년이 되어서야

복원되었다고 한다.


기념비 가장 위에는

당시 폴란드 왕이었던 야기에워(Jagiełło)

말을 타고 있고,


[참고로 폴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이자,

유럽 10대 엘리트 대학으로 선정되기기도 한

폴란드의 명문

크라쿠프의 야기엘론스키 대학(Uniwersytet Jagielloński)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전면에는

리투아니아 왕자 비톨트(Witold)가 서 있고,


그의 발치에는

패배한 튜턴 기사단의 수장이

처절하게 쓰러져 있다.


(2016년 7월, 그룬발트 기념비, Kraków, Poland)
(2016년 7월, 그룬발트 기념비, Kraków, Poland)
(2016년 7월, 그룬발트 기념비, Kraków, Poland)
(2008년 7월, 그룬발트 기념비, Kraków, Poland)


2016년 7월에는

곧  있을 가톨릭 세계 청년 대회를 알리는 깃발이

크라쿠프 어딜 가나 보였는데,

이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7월, 그룬발트 전투 기념비, Kraków, Poland)


이 곳에서 동쪽으로 가면

크라쿠프 주기차역(Dworzec Główny, Main Railway Station)이 나오는데,


구시가부터 기차역까지

걸어서 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크라쿠프 기차역은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매우 깨끗한 최신식 건물이고

규모 또한 엄청나다.


그 옆에 대형 쇼핑몰도 있다.


만약 크라쿠프에 좀 오래 머물어

생필품을 사야 하거나,

갑자기 쇼핑할 일이 생겼다면

여기로 가면 될 것 같다.


(2016년 7월, 크라쿠프 주기차역, Kraków, Poland)
(2016년 7월, 크라쿠프 주기차역, Kraków, Poland)
(2016년 7월, 크라쿠프 주기차역, Kraków, Poland)


그런데

구시가에서 크라쿠프 기차역까지는

걸어서 5분이지만,

기차역 광장에서 실제 기차를 타는 플랫폼까지는

또 3-5분 정도 걸어야 한다.


따라서 10-15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및 폴란드 지방도시와 마찬가지로

(다른 많은 유럽 도시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기차역 "바로 옆에" 시외버스터미널이 붙어 있다.


기차역에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마지막 사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노란 색 물체가 시외버스고,

거기가 바로 시외버스터미널이다.


즉,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시가까지도

걸어서 10-15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다.


그래서 크라쿠프 구시가는

도시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접근하기에도

매우 용이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 안에서 이동도 매우 쉽다.


크라쿠프 구시가는

다른 유럽 도시의 구시가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지만,

다른 교통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걸어다녀도 될 정도로

관광명소들이 인접해 있다.


즉, 크라쿠프 구시가는 안팎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2008년에 처음으로,

그리고 2016년에 두번째로

크라쿠프를 방문했는데,

2008년에는 별로 마음이 안가던 크라쿠프가

2016년에는 아주 좋아졌다.


처음엔 그냥 흔한 유럽 도시의 구시가 같았는데,


두번째 갔을 때는

폴란드 주류 역사를 오랫동안 지켜봤던

과묵한 역사의 증인이자 체험자인

크라쿠프 구시가가 발산하는,

바르샤바나 그 밖의 다른 폴란드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뭔가 특별한 매력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내는

시간의 두께, 무게, 농도, 깊이를 무시할 순 없는지,


구시가의 건물벽 하나 하나

바닥의 돌 하나하나가

오랜 세월을 증언하고 있고,


또 오랜 세월을 품어내고 있었고,


그동안 국운이 성할 때나 기울 때나

변함없이 폴란드를 지탱하고 있던

우직한 근성과 탄탄한 문화적 기반을

뽐내고 있었고,


현대라는 새로운 시간의 옷을 갈아입고도

경박해지거나 얄팍해지거나 천박해지지 않고

오히려 깊어지고 짙어지면서,

그게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의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누구나 지각할 수 있게 아름다운 크라쿠프,

그 이상의 아우라를 덧입히고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어서 또 크라쿠프에 가게 된다면

아마 시간 깊숙이 숨겨진

또다른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또다른 풍경을 보게 되고,

다른 깊이의 크라쿠프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크라쿠프는 도도해서 아름답기 보단

아름다와서 도도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크라쿠프나

크라쿠프 사람들이나

도도하게 굴만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르샤바 유대인 역사 박물관 "폴린(POLI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