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과 선한 사람들의 나라, 불가리아
보통 한국 사람은
불가리아 하면 "요거트"를 떠올린다.
물론 그나마 그것도 "불가리스"라는 요거트와
그 광고에서 보여준
"장수의 나라" 불가리아의 이미지 덕분에
그 정도나마 알려진 거 같다.
"불가리아"만큼이나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한국과 큰 교류가 없는
"마케도니아"나 "리투아니아"라는 이름에
특정 단어나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릴
한국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유럽 사람들에게는 이미 오래 전부터
관광지로 명성을 알렸던
아드리아해 연안의 크로아티아 도시들이
TV에 소개되기 전까지는
(그 프로그램을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거기에 어떻게 소개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한국인들 중에 "크로아티아"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았을 텐데,
그나마 불가리아의 아름다운 자연은
유럽인들에게도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니,
온통 국내 문제로 도배된 뉴스를 보고 생활하는
한국인들이
멀리 유럽 발칸반도에 자리잡은
"불가리아"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건
어쩜 너무 당연한지도 모른다.
요거트가 유명하다는 것 정도나마 아는 것도
그나마 다행인지 모른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면서
같은 슬라브어 계열인
폴란드어, 체코어, 불가리아어를 배운 나도
불가리아어를 배우기 전까지는
불가리아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
별 관심도 없었고,
몇 년 전에 불가리아에 가기 전까지는
기초적인 불가리아어만 좀 할 줄 알 뿐,
불가리아의 자연이 그렇게 아름답고
사람들이 그렇게 따뜻하다는 걸
전혀 몰랐었다.
불가리아는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발칸(Balkans)은 터키어로
"숲이 우거진 높고 큰 산맥"이라는 의미로,
영어로는 산맥의 이름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 산맥이 있는 거대한 반도의 이름이기도 하다.
불가리아어로 발칸산맥은
Стара планина (오래된 산)이라는
별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불가리아인들에게 "발칸"은
발칸반도(Балкански полуостров)
만을 의미한다.
아무튼 크고 작은 나라들이 자리잡고 있는
이 발칸반도의 중심에 불가리아가 있다.
아래 지도를
강이 있는 북쪽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훑어보면 알 수 있듯이,
불가리아는
북쪽으로 루마니아,
서쪽으로 세르비아,
남서쪽에 마케도니아,
남쪽에 그리스,
동남쪽에 터키 등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동쪽에는 흑해(Black Sea)를 접하고 있다.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불가리아엔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강도 있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자연은
'산맥'이라는 어원을 가진
발칸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답게
어디를 가나 보이는 산이다.
한국에선 어느 도시, 어느 마을에서나
으레 산이 보이지만,
유럽에선 산 근처의 도시나 마을이 아니면
대체로 그냥 평평한 지형이 펼쳐지게 마련인데,
불가리아에서는
수도 소피아에서도
어디를 가나 계속 산이 보이고,
소피아를 벗어나서 다른 도시를 가도
계속 산이 보이고,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시외버스에서도
계속 멀리 산이 보이거나,
혹은
아예 산 속을 구비구비 달리곤 한다.
그래서 머나먼 유럽, 낯선 도시에서
그렇게 익숙한 자연환경을 만나는 게
난 무척 신기했다.
그런데 한국의 산이 뾰족뾰족하고
좀 더 가까이 있는 느낌이라면,
여긴 산이 해발고도는 높고,
그래서 정상엔 만년설도 있고 뭐 그런데,
그래도 평지 자체가 해발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산이 크게 굴곡지지 않고,
경사도 대체로 완만완만해 보이고,
좀 더 멀찍이 아득히 있어서 그런지,
높지 않은 느낌이다.
어쩌면 한번도 올라가 보지 않아서
별로 안 높아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높은 산이 주는 인상은
시야를 가로막고,
갈 길을 방해하는
위협적인 존재라기 보다는
아득히 멀리서 포근하게 감싸주는,
도시나 마을을 보호해주는 무언가처럼 느껴진다.
뭐 대충 아래 사진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데,
어딘지 모르게 낯익으면서도
또 이국적이다.
이건 소피아 시내 중심가의 사진이고,
이건 소피아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다
버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잠깐 내려서 찍은 풍경이다.
실제론 이 세 사진을 두어개씩 붙여 놓은 것 같은
탁 트인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그래서 파노라마로도 찍어봤다.
하지만 실물이 사진보다
몇 십배는 더 근사하다고 보면 된다.
폴란드 자코파네 포스트에서도 썼지만,
나는 등산도 안 하고,
산 자체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불가리아에서
어디 가든 계속 따라오는 산을 바라보면서,
문득
'산이 참 아름다운 거구나.'
'참 포근한 거구나.'
생각하고,
난생 처음 산이 좋아졌다.
그렇게 불가리아에서 6주를 지내고
한국에 돌아왔더니,
서울의 산들이 새삼 아름다워 보인다.
요새도 날씨 좋은 날이면,
멀리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서울의 산을 보면서,
'좋다',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며,
한참 동안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 산에 오르는 건
여러 가지 이유로 취미로 삼지 않은 채,
가까이 가지 않고
그렇게 멀찍이서 보면서 좋아하고 있다.
불가리아는 주변 국가 중에서
우리 귀에 익숙한 두 나라,
즉 그리스와 터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스로부터는
역사에 기록된 시기 이후부터 특히 14세기말까지
오랫동안 문화와 종교적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그리스문자와 매우 유사한
키릴문자도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고,
그리스처럼
동방정교(Orthodox Church)도 국교로 삼아,
2011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전 국민의 약 60퍼센트가 정교도라고 한다.
14세기 말인 1396년부터는
당시 발칸의 최강자로 부상한
오스만터키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1878년 러시아 제국과 오스만제국이
산 스테파노 조약을 체결하여
불가리아의 독립을 보장하기 전까지
자그마치 약 500년간 터키의 지배를 받았다.
이건 불가리아만의 특수성이 아니라서,
발칸반도의 여러 국가들은
그 인접성에 따라 기간에 차이가 나서 그렇지,
모두다 일정 시간 오스만제국의 영향하에 있었다.
예전엔 그래도 강국이었을 것 같은 그리스마저도
약 400년간 오스만의 지배에 놓였었다.
그래서 지금도
불가리아인들은 터키인을 썩 좋아하진 않는 편이다.
불가리아는
2004년 NATO에,
2007년 EU에 가입했는데,
나중에 터키가 EU에 가입하게 되면,
아마 엄청나게 많은 터키인들이
불가리아를 통해 다른 유럽국가로 가려 할 거라며,
좀 언짢은 표정으로
터키인의 대량 유입을 걱정하는
불가리아인들을 본 적이 있다.
최근 국제 뉴스를 보면
이제 터키는 EU가입국이 될 생각이
전혀 없나 보다 싶은 행보를 계속해서,
당분간 불가리아인들은
그런 걱정 없이 살아도 될 것 같긴 하다.
원래 이웃국가라는 것이
사이가 안 좋은 게 당연한지 모르지만,
불가리아는 북쪽의 루마니아와는
국경 문제로 갈등이 있었었고,
남서쪽의 마케도니아의 경우는
그들이 자신의 국가, 자신의 언어를
"독립국가", "독립 언어"로 천명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며,
개인적, 비공식적 차원에서 불가리아인들은
마케도니아의 언어도, 그리고 국가 자체도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마케도니아어와 불가리아어는 매우 유사해서
각자 자기 나라 말만 하면서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서,
불가리아인들은
마케도니아어를 불가리아어 서쪽 방언으로 여긴다.
나는 불가리아어만 배웠지만,
마케도니아어 텍스트 보면 대충은 이해할 정도로
두 언어는 비슷하다.
물론 슬라브어는 다들 서로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유독 두 언어는 문법구조가 유사하다.
불가리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오흐리드(Ohrid, Охрид) 같은 도시가
마케도니아라는 다른 나라의 영토 안에 있는 것도
불가리아인들은 못마땅해한다.
대놓고 그렇게 이야기하진 않지만,
영토적, 문화적으로
마케도니아가 불가리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스 북부 지역의 이름이 "마케도니아"여서,
1990년대 초반 구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분리된 국가 "마케도니아"가
그것을 국명으로 사용했을 때,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간에
그 이름 때문에 큰 갈등이 있었는데,
[이건 고대 마케도니아가
현재의 그리스 북부, 불가리아 서부,
그리고 마케도니아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가리아어 수업 시간에
나이 지긋한 남선생님 한 분이
"마케도니아는 자기 게 없다.
그리스한테서는 이름을,
불가리아한테서는 역사를 훔쳐갔다"
고 말한 적이 있다.
한편, 흑해 건너에 있는
거대 이웃 러시아와는 사이가 좋은 편이다.
같은 동방정교 국가이자
슬라브어 및 키릴문자를 사용하는 국가로서
수세기 동안 활발한 교류가 있었던 데다가,
500여년동안의 터키의 지배에서
불가리아를 해방시켜준 것이 러시아제국이었고,
(그래서 소피아 시내엔
러시아 공후 알렉산드르 넵스키의 이름을 딴
거대한 정교성당이 있다),
20세기 불가리아에 공산 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당시 소련에 가장 협조적인 우방이었고,
지금도 러시아와 사이가 좋은 편이다.
그런 역사가 오래된 좋은 관계 때문인지,
불가리아어와 러시아어가
구조적으로 유사한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구 유로 공산국가에서와 달리 불가리아에선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체코나 폴란드에서 지나가는 현지인에게
러시아어를 하면,
아마 무시당할 것이다.
젊은 세대는 러시아어를 못하고, 아니 안하고,
나이든 세대는 할 줄 알아도 모른 척 할거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즉, 예전에 소련이었던 발트3국 국가에선
러시아어로 말을 걸면
못 알아 들은 척한다는 얘기도 들은 바 있고,
내가 체코에 6주 체류할 때
러시아 친구들이 프라하에 놀러 온 적이 있는데,
그들이 러시아어를 하는 순간
체코인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태도가 냉랭해졌다.
사실 이건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혹은 일본어나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이
지나가는 한국인에게
다짜고짜 중국어, 일본어로 말을 거는 상황인 거니,
매우 무례한 태도이긴 하다.
그런데 불가리아에서는
내가 "전공이 러시아어"라고 하면
자기도 러시아어 할 줄 안다며
러시아어를 몇 마디 하는 사람도 가끔 만났다.
불가리아인들은 "불가리아"를
"벌가리야(България)"라고 부르며,
이건 어원적으로
"벌가르(Българин, Bulgar)족의 나라"란 의미다.
"벌가르" 혹은 "불가르"는
동쪽에서 온 터키계 민족이었다고 전해지고,
나중에 슬라브인들에게 동화되어
민족 자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민족의 이름은 남았다.
불가르 족이 이주하기 전엔
인도-유럽민족의 일파인
고대 트라키아인(Thracians,Траки)과
고대 로마인들이 불가리아 지역에 거주했었고,
그래서 불가리아엔 지금도
그들이 남긴 고대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보통 외부인들이 얘기하는 불가리아인의 역사는
"불가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본격적으로 기록된 7세기부터인데,
불가리아인들이 내부적으로 보는 자신의 역사는
불가리아 민족이름의 첫 공식 등장이 아닌
불가리아 땅에서 발견되는 유적이
처음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인
기원전으로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불가리아인들은 역사 이야기도 많이 하고,
외국인을 위한 불가리아어 교재에도
역사에 관한 텍스트가 많다.
불가리아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역사 중 하나가
키릴문자(кирилица)인데,
9세기 키릴이 슬라브어를 위해 발명한 문자인
글라골문자(глаголица)를 바탕으로
그의 제자들이 그리스문자를 참고해서 만든,
슬라브어를 위한 문자라고 알려져 있다.
그 제자들이 당시 가장 강성한 슬라브국가였던
불가리아에서 활동을 하면서
불가리아 문화가 융성해졌고,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 동방정교 국가에도
키릴문자와 문화를 전파하였다.
나중에 러시아 혹은 소련의 국력이 강력해지면서
외국인들은 "러시아 문자"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엄연히 불가리아에서 발명된 글자이기 때문에,
불가리아인들은
"교양 없는" 외국인들이 "키릴문자"를
"러시아 문자"라 부르는 걸 무척 싫어한다.
난 2014년 1-2월 6주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머무르며,
중간중간
"벨리코 터르노보"라는 북부의 고도와
소피아 인근의 "릴라 수도원"에 갔었고,
불가리아어 연수 하면서
학교에서 단체로 소풍으로 갔던
불가리아 시골 마을도 두 군데 갔었다.
2014년 겨울은 이상고온으로 매우 따뜻해서,
영하로 내려간 날이 며칠 안 되었었다.
불가리아는 지역에 따라
지중해성 기후도 있고,
대륙성 기후도 있다고 하는데,
전반적으로 겨울이 매우 춥거나
여름이 매우 더운 나라는 아닌 것 같다.
찾아보니,
지역에 따라 기온이 다르지만,
수도 소피아의 경우
겨울엔 평균 기온이 0도 내외로
한국보다 좀 더 따뜻하고,
여름엔 30도 이하로
한국보다 많이 서늘하다.
EU 가입국이지만
화폐는 EURO가 아닌 레프(лев)를 쓰는데,
복수형이 레바(лева)여서,
보통은 "레바"라고 부르며,
1.95583 leva = 1 euro의
고정환율을 적용하여,
1레바는 0.5유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레프(лев)는
"사자"라는 뜻의 단어 러프(лъв)와 관련되고,
화폐 명칭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리아 곳곳에서 사자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소피아 시내에서는 시티뱅크 ATM을 못 찾았고,
일반 ATM을 이용하거나,
환전소나 은행에서
달러나 유로를 레바로 환전할 수 있다.
은행보다 환전소가 환율이 더 좋아서,
난 환전소에서 주로 환전했었다.
환전소 밖에 대체로 환율이 적혀 있는데,
기억 속에나, 환전소 사진에서나
대체로 커미션을 따로 받지 않았던 것 같고,
특별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받아도 비싸게는 받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밖에 써 있는 환율과
안에서 적용하는 환율이 달랐던 경우도 없었다.
(가끔 관광지 가면
그런 사기(?)를 치는 경우가 있다.)
불가리아 물가는 매우 싸서,
생활비는 많이 들지 않는다.
밖에서 사 먹는 밥 값, 커피 값 모두
대체로 한국보다 쌌고,
마트에서 파는 식료품은
한국보다 훨씬 훨씬 더 저렴했다.
역사적으로 여러 문화가 공존했던 곳이니
음식 문화도 다양하게 발달해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접할 수 있고,
뭘 먹어도 대체로 다 맛있었다.
특별히 외국인들이 못 먹을 만한
특이한 종류의 음식은 못 만났다.
한국인들처럼 여럿이 모이면
어디에 뭐가 맛있다는 둥,
어디 가면 뭘 먹어야 한다는 둥,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먹는 것에 관심도 많다.
그 유명한 불가리아 요거트는
보통의 떠먹는 요거트보단 묽고,
보통의 마시는 요거트보단 걸쭉한 질감에,
약간 신맛이 있어서
첫인상이 "맛있다"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먹을 만하고,
먹으면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이라,
그리고 거기서 밖에 못 먹는 거라,
자주 먹었더니,
그 맛에 길들여져,
점점 더 맛있게 느껴져서,
난 거의 매일 아침 불가리아 요거트를 먹었었다.
그리고 정말 그 덕분에 건강해졌는지,
체중은 늘지 않았는데도,
불가리아 다녀와서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유럽에 가면,
서유럽이든 동유럽이든
석회질이 좀 더 많이 섞여서 그런지,
물이 안 좋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불가리아는 물이 좋은 편인 것 같다.
불가리아 있는 동안 일주일 놀러 갔던
옆 나라 그리스도 물이 좋았다.
마시는 물, 씻는 물 모두 괜찮았다.
그렇게 산 좋고 물이 좋은 곳이라서,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그 동네에 모여 살고,
일찍부터 문명이 태동했나 보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자연 환경에서 살다 보니,
사람들은 대체로 선량하고 친절하다.
폴란드 사람들은 알고 보면 따뜻하지만,
내가 말을 걸기 전에 먼저 관심을 보이진 않는데,
불가리아에선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와서 도와주려고 하고,
불가리아어로 길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줄 뿐 아니라
불가리아어 잘한다고,
예쁘다고,
그렇게 칭찬한다.
사실 난 한국이나 다른 외국에서
예쁘단 얘기 별로 들어본 적 없는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일 뿐더러,
한국에서 수년 전에
그것도 일주일에 3시간씩 2학기 배우고,
불가리아 가서 6주 연수를 하는 중이었는데
불가리아어를 잘하면 또 얼마나 잘하겠는가?
내가 불가리아 다녀와서 이 이야길 했더니,
내 지인도 그 동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100% 공감했다.
그만큼 사람들이 선하고,
이방인들에게 친절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리적으로
여러 다양한 문화를 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
"다른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보다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젊은이들은 대체로 영어를 잘하고,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은
나이 드신 분들도 영어를 곧잘 하셨다.
대체로 젊은 사람들에게 영어로 말을 걸면
아마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매우 친절하게" 도와줄 것이다.
물도 좋고 산도 좋고,
물가도 싸고,
사람들은 친절할 뿐 아니라,
별거 안 해도 마구 칭찬해주고,
모르는 게 워낙 많은 상태로 가서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도 많아
매일매일이 재미있어서,
불가리아에 머무는 기간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6주 후에 한국에 돌아오기 싫을 정도였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몇 개월 동안
그 불가리아 약발로 살았다.
불가리아부터는 좀 짧게 짧게 쓸려 했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또 길어졌다.
이제부터
내가 6주 동안 언어를 배우며 지냈던,
요거트 말고,
아름다운 자연이며,
다양한 문화적 유산이며,
남달리 친절한 사람들이며,
그 밖에 다른 것들도 많이 가진
불가리아라는 먼 나라에서
내가 본 것,
내가 경험한 것,
그래서 내가 알게 된 것들을
불가리아어를 모르는 여행자보다는
좀 더 자세하게,
그곳에 너무 익숙해진 장기거주자보다는
좀 더 낯선 시선으로
조금씩 조금씩 얘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