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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Aug 22. 2024

알고 보니 “태양의 도시“ 소피아 2014 & 2024

10년 만에 다시 간 불가리아


2014년에 처음 갔던 불가리아

2024년 10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


일부러 10년 주기를 기획한 것도,

10주년 기념으로 방문한 것도 아니고,

두 번 다 연구자료 찾으러 간 건데,

그게 우연히 딱 10년이 된 거다.


이번에는

마케도니아어 텍스트와 연구자료도 필요해서

북마케도니아까지 다녀왔는데,


체류 대부분은

내가 이미 잘 알고, 또 좋아하는 도시인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보냈다.


기원전 수천 년 전부터

(본격적인 불가리아 역사는 7세기에 시작됐지만,

개별 도시의 역사는

불가리아 땅에 특정 나라나 민족이 등장하기 이전인

기원전 수천 년 전부터 보통 이야기한다)


수천 년간 그 자리에 서 있던 소피아라는 도시가

겨우 10년 만에 뭐가 크게 달라졌겠냐마는

기술의 발달, 계절, 그리고 관찰하는 나 등

몇 가지 변수가 있어서

그래도 좀 차이가 있어 보였다.



겨울 vs. 여름


내 개인적으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기후와 날씨였다.


2014년 겨울 소피아 공항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여름에 바르나, 부르가스 같은데 가면 좋은데,

여름에 오지, 왜 겨울에 왔냐“


고 말했었다.


근데 그 아저씨 말대로

2024년 여름에 다시 가보니,

확실히 소피아는 여름이 좋다.


10년 전 겨울 처음 소피아에 갔을 때,

러시아에서 많이 본,

내겐 그냥 러시아나 다름없어 보였

너무 소비에트식인 무개성 회색 콘크리트

소피아 아파트마다

발코니가 달린 걸 보면서,


곧바로

러시아 모스크바, 페테르부르크를 떠올리며,


'여기 저런 게 필요해?'

‘저건 무슨 허세지?’


생각했었다.


예전에 부산은 겨울이 따뜻해서

돈 많은 사람도 모피코트 안 산다,

모피코트 입으면 쪄 죽을 거라는 얘기를

부산 사람한테서 들은 적이 있는데,


마치 따뜻한 겨울 부산 거리를

모피코트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어가는

졸부의 허세 같은 걸 보는 기분이었다.


2014년 1-2월 소피아 겨울은 대체로 따뜻했고,

많이 걸으면 덥다 싶은 날도 있었지만,


2월에는 며칠 영하로 내려가는 추운 날도 있었고,


무엇보다 하늘이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아서

(그 택시기사 아저씨는 안개 때문이라고 했다)

소피아에서 태양을 연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때 방문했던

그리스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랬다.



5박 6일 있었던 그리스

아테네테살로니키 겨울은 기온도 더 높고

대체로 해가 쨍쨍한 맑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그렇게 겨울 속 봄날을 경험한 나에게

그리스는 눈부신 “태양의 나라”였다.


겨울도 이렇게 햇살이 쨍쨍한데,

여름엔 햇볕에 타 죽겠다고 생각했다.


반면 소피아의 겨울은 따뜻하긴 했어도

그리스 아테네, 테살로니키에 비하면 덜 따뜻했고,

찬란한 태양의 눈부심도 경험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해 겨울 소피아는

계속 영상의 기온이다가

하필 내가 그리스 여행에서 돌아온 날부터 며칠

영하로 확 떨어졌고,

그리스와 불가리아의 대조되는 그 기온 차 때문에,

그 겨울 소피아는 내 기억 속에서

'좀 추웠던 도시'로 남았다.


그래서 한겨울 소피아 아파트마다 달린 발코니가

나는 생뚱맞아 보였다.


그런데 2024년 여름에 가보니,

소피아는 “태양의 도시”였다.


발코니가 완전 찰떡이다.


오히려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발코니는 물론이거니와

그 위에 파라솔도 필요해 보였다.



고온, 그러나 건조


이번에 내가 머문

6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 8주 동안

비 온 날이 10일이 채 안 되는 것 같고,

그것도 나무 밑, 처마 밑에서 잠깐 기다리면 그치는

그런 지나가는 비였다.


혹시 몰라 한국에서 우산 챙겨 갔는데

한 번도 안 썼다.


그나마 나는 그런 비가 내릴 때

거의 항상 도서관에 있어서

난 소피아에서 비를 맞아 본 게

2번 정도밖에 없다.


그리고 최고 기온은 맨날 30도를 넘는다.


6월 말에 2-3일 정도

25-26도였던 적 있었는데,

그때 빼곤 계속 30도를 넘었다.


특히 7월 15일 전후로 3일 정도

40도에 육박하는 엄청나게 더운 날이 계속되고,

불가리아 남부에는 산불도 많이 나기도 해서,

더위가 초절정이었는데,


그때 30대 초중반 정도인 듯한

내 에어비앤비 주인은


“원래 이렇게까지는 안 더운데,

올해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그렇다


고 했다.


이번에 나의 불가리아어 개인교습 선생님이셨던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마리야 선생님은 그러셨다.


불가리아인들은 7월 15, 16, 17일 날씨로

그해 겨울 12월, 1월, 2월 기온을 점치는데,

그 3일이 너무 더워서,

올 겨울은 많이 추울 것 같다고.


더위가 상수가 아니라

변수 취급받는 것 보니,

불가리아도 이번 여름이 유난히 더웠긴 했나 보다.


아마 그렇게 소피아의 40도 육박하는 기온은

올여름 아시아와 유럽을 덮친

이상고온 때문이겠지만,


건조하고 더운 건 

원래 소피아 여름 날씨 특징인 거 같다.


“비가 왜 이렇게 안 와?”

같은 얘긴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마치 한국 장마철처럼

1시간 정도 갑자기 비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다

그친 날이 한번 있었는데,

마리야 선생님이 그걸 신기하게 이야기했었다.


그렇게 2024년 여름 8주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선

30도 넘는 고온이 계속되었지만,


나는 40도에 육박하던

7월 15일, 16일, 17일도 견딜 만했다.


기온이 40도까지 올라도

습도가 낮아서

그냥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시원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땡볕을 걷다가

나무 밑에서 가끔 쉬면서 그렇게 여행을 했다.


소피아의 그 뜨겁고 화끈한,

하지만 그늘에선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출구 있는 더위가 있는,

강렬하면서도 또 자상한 여름

난 너무 좋았다.



열매 복지


그리고 여름이 고온건조하니,

과일도 달고 맛있다.


2014년 겨울에는 주로

기숙사 앞에 있던 대형마트에서

바나나, 오렌지, 귤 같은 과일을 사 먹었던 것 같다.


불가리아가 따뜻하긴 하지만

바나나, 오렌지를 재배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니,

아마 다 수입한 과일이었을 거다.


2024년 여름에는

숙소 가까이 재래시장 큰 게 있어서,

일주일에 1-2번씩 시장에 가서,

사과, 체리, 복숭아, 살구, 자두,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무화과, 포도 등등을 열심히 사 먹었는데,

모든 과일이 다 너무 달고 맛있다.


그리고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


7월 초 체리 끝물일 때는 떨이로 파는 걸

2kg에 3레바(약 2천원)에 산 적도 있고,


8월 중순엔

한창 제철인 무화과 500g을

1레바(약 700원) 주고 사기도 했다.


그 시장에서

보통의 과일은 1kg에 2000원선이었고,


좀 비싼 블루베리, 블랙베리, 라즈베리는

500g에 3000-5000원 선이었다.


그리고 그냥 길에 체리 나무

그 밖의 다른 과일나무가 있는 것도 봤다.


(2024년 7월, 길거리 체리나무, Sofia, Bulgaria)
(2024년 7월, 길거리 체리나무, Sofia, Bulgaria)
(2024년 7월, 길거리 과일나무, Sofia, Bulgaria)
(2024년 7월, 길거리 과일나무, Sofia, Bulgaria)
(2024년 8월, 길거리 과일나무, Ohrid, North Macedonia)


여유 공간이 있으면

자기 집에 포도나 사과나무를 심기도 하는 거 같다.


(2024년 8월, 박물관 직원 뒤뜰의 포도나무, Ivanovo, Bulgaria)
(2024년 8월, 박물관 직원 뒤뜰의 포도나무, Ivanovo, Bulgaria)
(2024년 8월, 박물관 직원 뒤뜰의 사과나무, Ivanovo, Bulgaria)8


과일이 풍족하고, 접근 가능성이 높으니

과일 인심도 좋다.


이바노보(Иваново) 박물관 직원은

자기 집 뒤뜰 과수원의 사과와 포도를

한아름 싸 주었고,


북마케도니아 오흐리드의

한 정교회 성당에서는

성당에서 나오는 내게 무화과를 주기도 했다.


불가리아, 북마케도니아의

이 “과일 복지” 또한

사과 한 개에 1만 원을 호가하는

과일 테러” 국가에 살다 간 내가 만끽한,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한국어 어원으로 볼 때

“여름”은 원래 “열매”라는 뜻이었다는데,


"여름"이 그 이름값을 할려면

“열매”가 물리적, 심리적으로

이 정도는 넉넉해야 하는 것 아닐까?



풍경


그리고 여름에 가니 해가 길어서 또 좋다.


겨울에는 해가 일찍 지니까,

5-6시면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는데,

이번엔 밤 9-10시까지 돌아다니는

시간 부자가 됐다.


10년 전 겨울에 찍은 소피아 사진은

날씨도 흐린 날이 많았던 데다가

해가 일찍 져서,

다들 좀 어두컴컴한데,


이번에는 오히려 빛이 너무 많고

너무 밝아 그 때문에 윤곽이 흐린 경우도 많다.


그리고 풍성한 나뭇잎

피사체의 형상을 많이 가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 생기가 가득하다.


같은 카메라로

같은 장소를 찍은 아래 사진들의

왼쪽은 2014년 겨울, 오른쪽은 2024년 여름이다.


마치 오른쪽 사진에는

파랑 또는 초록 필터를 입힌 것처럼

하늘과 나무 색 때문에

전체 사진의 색감 자체가 차이가 난다.


(네델랴 성당)


(비토샤 거리 북쪽 방향)



(비토샤 거리 남쪽 방향)



(법원)


(국립문화궁전 НДК)


여기에 있던 정체불명의 해괴한 철제 구조물은

다행히도

사자 동상과 꽃밭으로 대체되었다.


(공원)


(독수리 다리)


(성소피아 성당)


(국립도서관)


(소피아 대학)



분수도 활기를 더한다.


(대통령 궁 앞 분수)


(이반 바조프 극장 앞 분수)

겨울엔 여기 분수가 있는지도 몰랐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 소피아에서

모든 게 더 활기 있어진 건 아니다.


불가리아 독립을 위해 오스만과 전투를 벌인

러시아 병사를 위한 기념비가 있는 공원은

그 기념비를 철거하는지,

교체하는지,

아님 그냥 수리만 하는지,

공사중이고,

그 담벼락엔 “러시아 꺼져!”라고 쓰여 있었다.




교통


소피아의 교통 이야기는

다른 포스트에서 예전에 다룬 바 있다.



그런데 10년 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위 포스트는 좀 수정을 해야겠다.)


우선 소피아 시내 대중교통 요금을

다른 유럽 주요 도시와 마찬가지로,

contactless card로 결제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인터넷 게시물이나 댓글에서

와이파이 그림이 그려진 카드만 사용 가능한 것처럼

묘사한 경우가 있고,


나도 와이파이 그림 그려진 카드를 가지고 다녔다.

(아래 사진 가장 왼쪽 상단에 있는 것 같은)

출처: https://goodinforma1.tistory.com/100


그런데 해외 사이트에 보면

와이파이 그림과 관계없이

체크카드(debit card)”는 다 된다고 나온다.


(참고로 '체크카드'는 불가리아어로 банкова карта, 즉 '은행 카드'라서 불가리아인들은 영어로 bank card라고도 표현한다.)


소피아 시내 교통 요금은 1회에 1.6레바.


불가리아 레프는 유로화 1/2로 페깅되어 있으니,

0.8유로,

즉 1200-1300원 정도다.


그리고 하루 총사용액이 4레바가 넘으면

(즉, 3번 이상)

24시간 티켓으로 전환되어서

몇 번을 타도 4레바(3,500원)만 결제된단다.



난 2019년까지는 해외에서

시티은행 체크카드만 쓰다가

이번엔 대세를 따라

솔트레블 체크카드를 새로 만들어서 갔는데,

그걸 소피아에서는 교통카드로도 썼고,

매우 편리했다.


교통카드는

해외결제 가능한 다른 체크카드로도 될 거다.


난 이제 유럽에서는 다 이렇게

체크카드로 교통요금 결제가 가능한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불가리아 제2도시인 플로브디브(Plovdiv)에서는

걸어만 다녀서 확인을 못했는데,


제3도시 바르나(Varna)에서는

체크카드로 교통카드를 대신할 수 없어서

버스 안 자판기에서

따로 티켓을 구입해야 했다.


(체크카드 리더기가 없다. 아래 사진 왼쪽 와이파이 그림에 체크카드를 가져다 댔는데 인식 안 됐다.)

(2024년 8월, Varna, Bulgaria)


아마 나머지 불가리아 도시도

체크카드로 교통요금 결제가 안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소피아에서는

모든 시내 대중교통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근데 한국에서도 이게 되나?

이런 게 되면 한국 방문 외국인도 편할 것 같다.


서울에서는 하루에 3-4번 이상

대중교통 이용해야 할 테니까

더 경제적이기도 하고.



지하철


그리고 10년 동안 소피아 지하철 노선이 늘었다.


2014년엔 2호선까지밖에 없었는데,

2024년엔 4호선까지 생겼고,

지금도 새로운 지하철 노선 공사가 한창이다.


아래 사진 왼쪽이 2014년,

오른쪽이 2024년 지하철 노선도다.


파랑 2호선이 약간 확장되고,

초록 3호선이 신설된 것이 보인다.



내가 머물던 숙소가 도시 중심에 위치하고,

웬만한 데는 다 걸어 다닐 수 있어서,


2024년 여름 소피아 체류 기간 동안

버스, 트램, 지하철은 잘 안 탔다.


그래서 미처 몰랐는데,

지하철 환승과 관련해서

마지막 날 공항 갈 때 새로운 걸 알게 됐다.


내가 지하철을 탄 “세르디카(Сердика)”역에서

1, 2, 4호선이 환승되는데,


여러 지하철 입구에 따라서,

2호선으로 바로 연결되는 입구,

1, 4호선으로 바로 연결되는 입구가 따로 있다.


내가 기억하기로

지하철 입구 밖에는

특별한 설명 없이

그냥

1호선, 2호선, 4호선이 다 쓰여 있다.


난 지하철을 잘 안 타서

그것만 보고

그냥 2호선 타는 입구로 들어갔고,


공항으로 가는 행색으로

4호선이 아닌 2호선 플랫폼에 서 있는

내가 너무 어리바리해 보였는지,


입구에서 같이 엘리베이터 탄 불가리아 여성분이

공항 가는 지하철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자세히 천천히 설명해 줘서,

엘리베이터 다른 거 두 번 타고 이동해서

공항 가는 4호선 타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1호선 4호선은

부분적으로 같은 노선이다.


위 사진 중 오른쪽 2024년 노선도를 보면

노란색 4호선빨간색 1호선이 거의 같은데

동쪽에서만 서로 갈라지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왼쪽 2014년 노선도를 보면

현재의 1호선과 4호선이

예전에는 원래 하나의 노선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역에서

1호선도 타는 곳과

4호선 타는 곳이 같다.


단, 동쪽 지역으로 갈 거면

종착역을 잘 봐야 한다.


그런데 내가 그걸 모르고

공항 가는 게 아닌 다른 열차를 타버렸다.


다행히 그걸 알아차리고

중간에 갈아타려 내렸는데,


환승 통로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내 옆에

어떤 불가리아 여자분이 와서,


다른 데 가지 말고

바로 여기서 다음 열차 타면 된다“


고 알려줬다.


그렇게 두 번째 귀인을 만나

삽질을 피했다.


지하철 시스템은 복잡하지만,

불가리아 사람들은 진짜 친절하다.


그리고 소피아 지하철은 빠르고 깨끗하다.


Sofia free walking tour 할 때 가이드가,

자기 친구는 예전에 학교까지 1시간이 걸렸는데,

지하철 개통 후 10분도 안 걸리게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그럴 만 하다.



기차


이번에 소피아 말고 다른 불가리아 도시,

그리고 북마케도니아 도시도

여러 군데 여행했는데,

그러면서 기차도 처음 타봤다.


소피아 중앙역 외부는

2014, 2024년 달라진 게 없다.


2024년에도 아래 2014년 풍경과 같았다.


나무도 딱히 없으니,

아래 2014년 사진에

하늘만 좀 더 파란색 보정이 들어가면

2024년 사진이 된다.


(2014년 1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2014년 1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근데 내부는 달라졌다.


2014년 소피아 기차역은

한쪽은 통창 입구,

반대쪽은 매표소가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에 기차 모형이 서 있는

빛이 가득한 널찍널찍 시원시원한 공간이었다.


위아래, 양 옆으로 널찍널찍했다.


(2014년 1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2014년 1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2014년 1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2014년 1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그런데 2024년엔 구조가 변해서

통창 일부가 가려지고,

중간층이 생겼다.


좀 더 공간 활용을 알뜰하게 하는 쪽으로

리모델링한 것 같은데,

내부 공간이 협소해지고

빛이 덜 들어와 좀 더 어둡게 바뀌었다.


(2024년 7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2024년 7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2024년 7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새로 생긴 2층엔 카페 하나가 있을 뿐

별 특별한 게 없었다.


(2024년 7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2024년 7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홀 가운데 자리 잡았던 기차 모형은

구석으로 밀려났다.


(2024년 7월, Central Station, Sofia, Bulgaria)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타 본

불가리아 기차

시외버스보다 승차감도 안정적이고,

요금도 저렴하고,

또 가끔은 기차로만 갈 수 있는 곳도 있어서

필수적일 때도 있긴 한데,


연착이 잦다.


이번에 4번 기차를 탔는데,

3번 연착했고,

그중 1번은 거의 1시간 연착이었다.


그러니 불가리아에서 기차로 여행할 때

그다음 교통편 출발시간은

좀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그래서 나 개인적으로 불가리아 여행은

기차보다 시외버스가 더 나은 것 같다.


하지만 연착 문제 빼고는

불가리아 기차 여행 자체는 나쁘지 않기 때문에,


시간 여유 있다면

(즉, 다른 교통편으로 빨리 갈아타야 하지 않는다면)

기차도 괜찮은 선택지인 것 같다.


예매는 아래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고,

왕복권은 좀 더 할인된다.


온라인 티켓은 출력 없이

검표원에게 그냥 그 상태로 보여주면 된다,




마차


2014년 소피아 거리에서 본

특이한 광경 중에 하나는

마차와 말이 그려진 교통 표지판이었다.


(2014년 1-2월, Sofia, Bulgaria)


그리고 마차와 말이 소피아 시내에 다니는 것도

실제로 몇 번 봤다.

 

(2014년 1-2월, Sofia, Bulgaria)


소피아에서 마차 타고 다니는 사람은

집시라고 알려진 로마니였는데,


소피아 시내에서

말과 마차 운행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었고,


소피아 시내에서

더 이상 말과 마차를 볼 수 없게 되었다.


2014년 찍은 위 사진의

말과 마차 표지판은 여전히 있었는데,

표지판에 x표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다.


로마니는 소피아 중심가에서

소매치기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2014년 겨울에 나도 경험했던,

횡단보도 건널 때 바싹 붙어서

소매치기를 시도하던 로마니도 이제 없어졌다.


(나한테 소매치기 시도한 로마니는 너무 어설퍼서

둔한 나도 금방 눈치챌 정도였고,

별로 위협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치안은 좀 더 좋아졌지만,

그래도 로마니들이 그런 식으로

도시에서 쫓겨난 게 느껴져서

마음 한 구석이 좀 씁쓸하기도 하다.



신용카드 vs. 환전


이것도 다른 포스트에서 잠깐 이야기한 적 있는데,



2014년에 나는 거의 현금만 썼다.


그땐 다른 불가리아인들도 거의 그랬던 것 같다.


현금은 ATM에서 인출하거나,

환전소은행에서

달러유로를 레바로 환전할 수 있었는데,


처음에 공항에서는 ATM에서 인출했지만,

ATM 인출에는 건당 일정한 수수료가 붙었고,


은행보다 환전소가 환율이 더 좋아서,

난 주로 환전소에서 환전했었다.


환전소 밖에 환율이 적혀 있는데,

대체로 커미션을 따로 받지 않았다.

속임수 쓰는 경우도 없었다.


(2014년 1-2월, 환전소, Sofia, Bulgaria)


그런데 2024년 소피아에선

카드 안 받는 곳이 거의 없어서,

(그리고 새로 만들어 간 체크카드가

수수료 무료라길래)

카드 결제를 더 많이 했다.


어떤 소피아 카페에서는

3레바(2000원) 정도의 소액이어서

현금으로 결제하려고 했는데,

잔돈이 없다고, 카드로 결제하라고 해서

카드로 결제한 적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 자주 보이던 환전소도 많이 없어지고,

환전소 밖에 줄 서 있는 사람들도 거의 못 봤다.


그런데 소피아에도

여전히 현금만 받는 레스토랑이 있고,

(그런 곳은 구글 맵 리뷰에 보통 나온다.)


시장에서나

길거리 음식 사 먹을 때도 필요하고,


소피아 말고 다른 도시에서는

카드는 안된다는 곳이 좀 있어서,


(예를 들어 루세(Ruse)라는 도시에서

바르나(Varna)라는 도시 가는

시외버스 티켓 살 때 그랬다.)


불가리아 여행 중에는

현금도 조금은 인출하거나,

환전하는 게 좋다.


불가리아 레프는 1유로=1.95583레프로

유로화에 페깅되어 있으니,


환전은 EURO купува (buy) 1.95 이상에

커미션 없으면

매우 좋은 환율이다.


소피아 시내 환전소 환율은 거의 다

유로화 buy 1.95, sell 1.96 정도였고,

다른 도시 환율은 좀 더 그 폭이 컸다.


환전 환율은

불가리아 도시 중 소피아가 젤 좋다.



공연


유럽 여름 여행의 단점 중 하나는

공연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여름이라 기대는 안 했는데,

소피아는

6월에 아직 시즌이 안 끝난 곳이 있어서,

6월 말, 7월 초까지는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이건 쓰다가 말아서

아직 업로드 안 했지만,


소피아 극장 (brunch.co.kr)

소피아 필하모니 (brunch.co.kr)


2014년에 겨울에 갔을 때는

겨울이라 해가 일찍 져서 저녁에 할 게 없기도 하고,

내가 공연 보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소피아의 극장과 필하모니 여러 번 갔었다.


다른 데서 못 본 새로운 레퍼토리도 많고,

(그중에는 불가리아 작곡가 작품도 있다)

공연 자체도 수준 높고,

관객들 수준도 훌륭하고,

티켓 가격도 저렴해서,

소피아에서 본 공연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직 시즌 안 끝난 거 보고,

얼른 공연을 예매했다.


2014년엔 극장과 필하모니에 가서

직접 예매했었는데,


2024년인터넷으로 티켓을 예매했다.


2014년에 인터넷 예매가

가능했는지 아닌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입장할 때 대체로 다른 사람들도

종이티켓을 들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니,


당시 대세는 실물티켓 예매였는데,

지금은 온라인 예매가

그 영역을 많이 잠식한 거 같다.


그렇게 소피아 오페라 발레 극장 공연 2번,

소피아 필하모니 공연 2번을 예매했다.


소피아 오페라 발레 극장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예매하고

이메일로 받은 PDF 티켓을 입구에서 보여주면

입장이 가능하다.


Sofia Opera and Ballet | Home page (operasofia.bg)


소피아 필하모니

홈페이지에서 eventim이라는

별도의 공연 티켓 예매 사이트로 연결된다.


Sofia Philharmonic Orchestra – Sofia Philharmonic


eventim이라는 사이트는

클래식뿐 아니라

대중음악 콘서트 티켓도 예매하는 곳이다.


그런데 eventim에서 예매를 하면,

수수료 1.2레바(약 800-900원) 정도가 붙고,


PDF 파일은 티켓으로 효력이 없으니,

티켓을 반드시 따로 출력해야 한다며,

어떻게 출력할 건지 선택하라고 한다.


이때 그냥 A4지에 알아서 출력하면

출력 수수료 0원이지만,

지정된 몇 군데 장소에서 티켓을 받으려면

2.4레바 추가 수수료를 더 내란다.

 

1번 옵션도 어차피 나는 복사실 찾아서

유료로 출력해야 하니,

그리고 빳빳한 실물티켓을 일종의 기념품처럼

받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2번 옵션을 선택했다.


(아래 캡처의 주황은 티켓 수령 장소,

녹색은 출력 수수료다.

티켓 값이 10레바인데, 수수료 3.6레바나 붙는다.)



그리고 다음날 3군데의 수령장소 중에

Ориндж(Orange)라는

가까운 서점 체인에 갔다.


직원에게 내 예매번호를 보여줬더니,

거기서 무료로 실물티켓을 출력해 줬다.


출력하던 직원이 능숙하지 않고,

뭔가 매뉴얼을 확인하고

서로 상의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데다가,


오호, 필하모니!”


라는 반응을 보인 걸 보면,


아마 나처럼

2번 선택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다들 집에서 프린트해서 가나보다.


이 모든 과정이 새롭고 재밌기도 했지만

너무 번거로워서,


그다음 필하모니 공연은

예전처럼

소피아 필하모니 매표소에 직접 가서 했다.


친절한 직원한테서 표를 사는데

1분도 채 안 걸렸고,

별도의 수수료도 없었다.


근데 필하모니 입장할 때 보니,

출력한 티켓 없이

그냥 스마트폰 속 티켓만 보여주고

들어가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온라인 티켓이 불가능한 건 아닌 것 같다.


발레와 오케스트라 모두

공연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정말 좋았고,

관객들도 품격 있었다.


그리고 공연 보고 나왔는데,

아직 해가 지지 않아 거리가 환하니,

집에 오는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이 여유로워서

그게 또 그렇게 좋았다.


공연의 감흥을

소피아라는 도시와 함께 하는 기분이랄까?



도서관 


이것도 예전에 쓰다가 말았는데,


도서관 덕후의 불가리아 국립 도서관 이용후기 (brunch.co.kr)


난 도서관도 워낙 좋아하고,

불가리아 방문의 중요한 목적이었던

내 연구자료도 찾아야 해서,

공간적 취향필요를 모두 만족시키는

소피아 국립도서관에 2014년에 자주 방문했다.


당연히 2024년에도 갔는데

이번엔 아예 매일 갔다.


8월 1일부터 한달 간 휴관이라

그전에 필요한 자료 다 찾아야 해서,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월-토 매일 도서관에 갔었다.


그리고 도서관 닫는 8월 1일부터

불가리아, 북마케도니아 도시를 여행했다.


2014년엔 소피아의 여러 도서관을 가본 후

결국 국립도서관에 정착했고,


그때 그 도서관 경험이 좋아서

2024년엔 다른 도서관은 쳐다보지도 않고

국립도서관부터 갔다.



 (국립도서관 2014년과 2024년)


HOME - Национална библиотека "Св. св. Кирил и Методий" (nationallibrary.bg)


도서관에 입장하기 위해선

우선 회원이 되어야 하는데,


2014년엔 회원권 또는 입장권 가격이

유효기간 1년은 25레바(18000-20000원),

1달은 10레바(7000-8000원),

그리고 하루는 3레바 뭐 그랬다.


그때 난 1달짜리로 등록했는데,

그냥 사진도 없고, 내 이름도 안 쓰여 있는,

누군가 벌써 여러 번 썼는지

약간 손 때가 묻어있는

플라스틱 카드를 하나 달랑 줬다.


그런데
2024년엔 회원권 또는 입장권이 무료가 되었다.


도서관 입장을 가능케 하는 플라스틱 카드에는
내 이름도 키릴문자로 새겨주고,

나만의 6자리 도서관 등록번호도 생겼다.


다들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들고 오니,

이제는 검색하는 PC가 거의 없어졌다.


그리고 자료 신청할 때

2014년엔 거의 모든 자료를

별도의 종이에 써서 신청했던 것 같은데,


2024년엔 대부분의 자료를

각자 자신의 전자 기기에서

그냥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종이에 써서 신청해야 하는 자료도 있다.


그 밖의 다른 거는 예전이랑 큰 차이가 없었다.


(2024년 6-7월, National Library, Sofia, Bulgaria)


이렇게 1인용 책걸상이 놓여 있어서,

소피아 도서관에서도

한국처럼

그냥 전자기기 쓰던 거와 소지품 그 자리에 놔두고

밖에 나갔다 오는 게 다반사다.


그래도 아무도 안 훔쳐간다.



소피아 중앙 마켓홀 


이번에 소피아에서 느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소피아 중앙 마켓홀(Централни хали)의 변신이다.


이곳에 대해선 다른 포스트에서도 썼는데,


소피아 중앙 마켓홀

소피아 가장 중심부에 자리 잡은

흔치 않은 유럽풍 건축이다.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19세기말~20세기 초에 세워진

폴란드 바르샤바의

할라 미롭스카(Hala Mirowska)나


19세기말 세워진 헝가리 부다페스트 마켓홀,


그밖에 여러 유럽 대도시에서 가끔 만나는

19세기말 ~ 20세기 초에 건축된

멋스러운 실내 시장 건물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다른 유럽 도시에는 비슷한 양식이나

이보다 더 오래된 고풍스러운 건축들 사이에

이런 마켓홀이 섞여 있다면,


19세기까지 그냥 좀 큰 마을 정도였고,

오랫동안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 하에 있다가

19세기 후반에야

본격적으로 서구식 건축이 들어선 소피아에서

마켓홀은

눈에 확 띄는 고풍스러운 “서구식” 건축이다.


소피아 중앙 마켓홀은

1911년 처음 건축된 100년도 더 된 건물이지만,


2014년에도 깔끔하고,

번듯했다.


1988년부터 2000년까지 리모델링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매우 고급스러운데,

다른 유럽의 100여 년 된 마켓홀과 마찬가지로

안은 그냥 재래시장이었다.


2층으로 된 건물은 이런 분위기였다.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중앙 소피아 마켓 홀, Sofia, Bulgaria)


그런데 사람이 많지 않아서,

상권이 죽은 느낌이었고,

시장의 활력은 없었다.


그래서 건물주는 새로운 출구를 모색한 것 같고,


또다시 리모델링을 해서

2024년 5월에 새 개장을 했다.


Централни хали - в сърцето на София са пресечна точка на минало, настояще и бъдеще! (sofia-hali.bg)


그리고 현재

독일계 유통업계인 Kaufland 매장이 되었다.


2024년 외관의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는데,


(2024년 6-8월, 중앙 소피아 중앙 마켓 홀, Sofia, Bulgaria)


내부는 변화가 있었다.


2층은 서쪽에만 식당으로 일부만 남고,

나머지는 없앤

그냥 흔한 단층 대형마트가 되었다.


(2024년 6-8월, 중앙 소피아 중앙 마켓 홀, Sofia, Bulgaria)
(2024년 6-8월, 중앙 소피아 중앙 마켓 홀, Sofia, Bulgaria)


시계는 2층 구석 잘 안 보이는 곳으로 밀려났고,

(2024년 6-8월, 중앙 소피아 중앙 마켓 홀, Sofia, Bulgaria)


뭔가 생뚱맞은 실내 분수도 생겼다.

(2024년 6-8월, 중앙 소피아 중앙 마켓 홀, Sofia, Bulgaria)


내가 유럽 도시들에서 느꼈던 “마켓홀” 스러움,


즉,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재래시장도 근대화하려는 노력이 형상화된

근대 말 ~ 현대 초의 건축적 근대화와

뭔가 이율배반적인 복고주의적 건축의 대조,

그리고

고상하고 고풍스러운 건축 외관 안에 숨은

땀내 나는 생생하고 치열한 삶의 에너지라는

반전 매력이 사라져서 좀 아쉬웠다.


근데 이걸 나만 느낀 건 아닌 듯,


Sofia free walking tour 할 때

가이드가

이 건물 자체가 불가리아 문화유산인데,

그걸 독일 유통업계의 대형마트로 판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자기는 그래서

그 kaufland는 안 간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근데 사실 나도

여기 처음 가고 어딘가 좀 괜히 허전해서,


내 숙소에서 가깝고,

물건도 다양하고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 Kaufland는 잘 안 갔다.


부다페스트나 다른 유럽도시의 마켓홀은

그 재래시장 분위기 잃지 않았음 좋겠다.



세르디카 유적


이것도 다른 포스트에서 썼었는데,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는

슬라브인이 정착하기 전

로마인들이 거주하기도 했고,


로마 시대 소피아는 세르디카(Serdica)로 불렸다.


그 이후 6-7세기 슬라브인 이주 후엔

”세르디카“랑 발음 비슷하며

“중심”이라는 의미를 가진

스레데츠(Средец)라고 불렸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지금의 이름

소피아”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 역사 때문에 소피아에는

그 “세르디카”일 때의

로마시대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2014년에는 그 유적이 좀 정리 안 된 채로

방치된 느낌이었는데,

2024년에는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이건 소피아 중앙 마켓 홀 지하의 유적.

로마 시대 목욕탕이었던 곳.


2014년

마켓홀 지하에 가서 그냥 구경하게 되어 있었다면


2024년

지하철 입구와 연결이 되어 있어서

좀 더 대중에 개방된 느낌이었다.


이건 세르디카(Serdica) 지하철역 

다른 입구의 모습.


2014년(왼쪽)엔

안내문만 붙어 있고,

유적은 비닐로 덮인 상태였는데,


2024년(오른쪽)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QR 코드로 더 자세한 설명도 읽어볼 수 있었다.


오른쪽 사진의 실내 부분은

따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봐야 하고,

실외 부분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여긴 가톨릭 대성당 동쪽 세르디카 유적.


2014년엔 그냥 안내문만 붙어 있었는데,

2024년엔 좀 더 정돈되고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성당 북쪽의 출입구를 통해 입장해서

공원처럼 거닐 수 있고,

입장은 무료.


이렇게 대체로 소피아의

세르디카 유적이 정리가 된 상태였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2014년에 여긴 호텔 건물 안에

세르디카 원형 극장 유적이 들어있던

별 5개짜리 고급호텔이었고,


호텔 투숙객 아니어도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는 유적이었는데,


(Arena di Serdica 홈페이지)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 1-2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24년엔 거의 폐업한 것처럼 보였고,

입장이 불가능했다.


그 주변 벽은 그래피티가 덮고 있었다.


다음에 소피아에 가면

이 유적도

정부나 시의 소유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4년 6-8월, Serdica 유적, Sofia, Bulgaria)



2014년의 나 vs. 2024년의 나


2014년에 소피아에 갔을 때는

불가리아어 떠듬거리며 말하는 평범한 외모의 내게


“불가리아어 잘한다”,

“예쁘다”


라고 말하는 걸 자주 들었었다.


그게 사실이 아닌 거 알지만,

그런 얘기 자주 들으니 자신감이 차올라,

나는 평소의 낯가리고 내성적인 나와 달리,

불가리아인에게 더 자주 물어보고 말 거는

좀 더 적극적인 사람이 되었고,

불가리아어 실력도 정말로 금방 늘었다.


그다음에 한국에 돌아와서

러시아어 수업을 할 때도,

그들이 나에게 했던 것처럼

학생들에게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했고,


너무 칭찬이 많다는 수업평가까지 받은 적 있다.


그리고 2024년 소피아에 다시 갔는데,

이번엔 그런 칭찬을 별로 못 받았다.


2014년 당시 사진을 보니,

10년 어린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예뻐 보이기도 하고,


10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출국 전에 바빠서,

그리고 읽는 건 잘하니까 말도 가면 또 하겠지 싶어,

불가리아어 한국에서 복습하지 않고 가서

처음엔 온갖 다른 슬라브어 단어를 섞은 문장을

불가리아어입네시고 말하고 다녔으니,


나에 대한 그런 반응이 정당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나중에

좀 불가리아어 말하기에 익숙해지니

이제 불가리아 잘한다는 이야기를 조금씩

듣기 시작했고,

(물론 실수 투성이었다)


좀 더 나중에

소피아 밖 다른 도시에 여행 갔을 때나

소피아에서도 다른 지역 출신 사람들은

내 허섭한 불가리아어나

내 평범한 외모에 대해

여전히 과한 칭찬을 함을 경험했다.


그러고 보면

10년 동안 나도 변했고,

소피아 사람들도 변한 거다.


소피아도 소피아 사람들도 좀 더 쿨해졌다.


10년 전엔 나도 소피아가 처음이라

작은 거 하나가 신기하고

그래서 열심히 관찰하고 혼자 괜히 분석했지만,


이번엔 아는 동네라 사진도 별로 안 찍고,

소피아스러움에 덜 집중했다.


하지만 또 이번엔

플로브디브(Пловдив),

바르나(Варна),

루세(Русе),

이바노보(Иваново),

네세버르(Несебър),

멜니크(Мелник)

등의 불가리아 도시와


스코페(Скопjе),

오흐리드(Охрид)

같은 북마케도니아 도시도 방문하며,


더 넓게 보고 시야를 확장했다.


그리고 그 도시들이 가진 면면이 다양해서

오랜만에 해서 좀 두렵기도 했던

“해외여행“이 재미있어졌다.


지금 학술논문도 2편이나 써야 하고,

바빠서 쓰다만 Brunch 글이

한 두 개가 아니긴 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불가리아 이야기를 풀어놓겠다.


여름에 놀러 가면 더 좋은,


여름 햇살 가득한

“태양의 나라“ 불가리아의 다양한 매력을

조금이라도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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