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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Feb 02. 2020

시골 개의 건강관리

시골 마당개도 동물병원과 친해져야 해요

 우리 뿌꾸는 시골집 마당에서 키우는 진도 믹스다.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들어오시는 부모님은 도저히 집 안에서 뿌꾸를 키울 수 없고, 애초에 시골집을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은 우리 집의 파수꾼인지라 뿌꾸는 마당에서 살고 있다. 가끔 너무 날이 춥거나 하면 집 현관 안쪽에서 재운다. 마당에 풀어두던 시기도 있는데 우리가 잠시 딴짓하는 틈을 타서 집 밖으로 뛰쳐나가기 일쑤라서 혹시라도 농약을 먹거나 찻길로 뛰어들까 봐 식겁하면서 온 가족이 뿌꾸잡으러 뛰어다닌 적도 부지기수다. 한 덩치 하는 뿌꾸가 동네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서, 목줄로 묶어두기도 했었다. 그렇게 묶어 놓으니 또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목줄 대신 강아지 집 둘레로 펜스를 쳐줬고, 부모님이 퇴근해 오시면 산책을 다니는 것으로 절충했다. 집 밖, 그것도 풀이 무성한 시골에서 크다 보니 뿌꾸가 진드기나 모기, 날짐승 같은 외부 위협에 노출되는 것 같아 늘 마음이 쓰인다.

간식을 던져주기 직전, 준비된 자세
날렵하게 점프해서 간식을 착 받아먹는다

 강아지들은 오염된 흙이나 벼룩, 모기 등으로 인해 기생충이나 심장사상충에 감염되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른다. 접종이나 약으로 예방해 주지 않으면 큰 병치레로 강아지와 주인이 마음고생을 치르게 될 수 있다. 특히 밖에서 크는 강아지들은 주인이 항상 강아지의 행동을 주시할 수 없으므로 매일 아침 우리 개의 상태가 건강한 지, 평소와 다름없는지 주의 깊게 살피는 게 중요하다. 우리 뿌꾸는 예전에 우리가 안 보는 사이에 벌을 잡겠다고 나대다가 벌에 얼굴을 쏘여서 한 나절을 코봉이 상태로 있었다. 혹시라도 잘못될까 봐 동물 병원에 전화하고 어찌나 난리를 쳤던지. '야, 벌한테는 덤비는 거 아니야' 하고 한참 동안 훈계를 했다, 뿌꾸는 알아들었을지 모르겠지만.


뿌꾸야 이제 뒷집으로 그만 좀 넘어가, 그 집 닭들이 너 싫대

 얼마 전 설 연휴에는 뿌꾸를 마당에서 뛰놀게 해 주려고, 뿌꾸의 주 탈출구였던 뒷집 쪽 담에 그물을 치고 뿌꾸를 풀어주었다.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뿌꾸와 함께 놀다가 가까이서 뿌꾸 뒷다리를 봤는데, 며느리발톱이 너무 길게 자라 있었다. 밖에서 많이 걷는 강아지들은 보통 발톱이 자연스럽게 닳아서 일부러 깎아주지 않아도 될 정도고, 뿌꾸도 그래서 발톱에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바닥에 닿지 않는 며느리발톱은 잘라 준 지 꽤 되어서 너무 많이 자라 살에 닿을 정도였다. 혹시라도 발톱이 살을 파고 들어서 아픈 거 아닐까 걱정이 되어 애 다리 상태를 봤는데 별 다르게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뿌꾸를 붙잡고 좀 길어 보이는 발톱을 잘라주고, 며느리발톱까지 잘라주려고 손을 댄 순간 뿌꾸가 깨갱갱하면서 강력하게 거부를 했다. '아이고, 큰일 났네, 발톱이 아픈가 보다 잘라줘야겠다' 하고 보니 뿌꾸가 비협조적인 데다, 혹시라도 발버둥 치는 뿌꾸의 발톱을 신경까지 잘못 자르면 어떡하지 하고 덜컥 겁이 났다. 아무래도 우리 가족 선에서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설 연휴에도 영업하는 동물병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홍역 접종도 하고 심장사상충 약도 받아 올 겸.


창 밖으로 동물병원이 보이자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표정으로 날 본다

 우리 동네에는 동물 병원이 없어서, 뿌꾸 진찰을 위해서는 30분 정도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한다. 우리 가족은 (미리 마련해 둔 나름 큰 켄넬에도 안 들어갈 정도로 급격히 자라 버린) 이렇게 큰 개는 처음이라, 뿌꾸를 어떻게 차에 태워야 할지부터가 고민이었다. 덩치가 크고 힘도 센 데다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려 하는 터라, 자동차 뒷좌석에 뿌꾸를 가운데 앉히고 나와 동생이 양옆에 앉아 뿌꾸를 붙든 채로 서행 운전을 한다. 뿌꾸의 버둥거림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시트에는 부직포를 깔고 옆에서 안아주었는데, 그렇게 차를 몇 번 탔더니 꽤나 얌전하게 병원까지 이동한다. 눈을 데록 데록 굴리면서 창 밖을 쳐다보는 뿌꾸를 보면, 뿌꾸도 바깥세상이 궁금할 텐데 더 많은 곳들을 구경시켜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며느리발톱을 자르기 위해 도착한 동물병원 앞에서 뿌꾸는 차에서 안 내리겠다고 기를 썼다. 어쩔 수 없이 들고서 이동하는데, 이 녀석 작년 겨울보다 조금 더 무거워진 것 같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니 뿌꾸는 본능적으로 무서움에 쭈구리가 된다. 이 틈을 타 뿌꾸를 들고 무게를 재보니 16.8kg. 확실히 작년보다 쪘다. '녀석, 토실토실하니 귀엽군' 하던 생각도 잠시 뿌꾸가 겁먹어서 혹시라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입질할 까 봐 입마개를 채우고 진찰실로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니 뿌꾸는 무서워서 완전히 굳어버렸다.

제 발로 순순히 체중계 위로 안 올라가서 이렇게 들고서 체중을 잰다
저 고집스러운 턱살, 묵직한 덩치

 동물병원에서의 뿌꾸는 정말 세상 둘도 없이 얌전하고 착한 개가 된다. 집에서는 언니들을 사정없이 들이받는 버릇없는 막내인데. 발톱 쪽을 잘 살펴봐달라 했더니, 며느리발톱이 길게 자라긴 했는데 살을 파고든 건 아닌 것 같단다. 그냥 발톱 깎기로 자르면 될 것 같다고 해서 나는 뿌꾸가 움직이지 않게 안았고 간호사 선생님은 뿌꾸 발을 잡았다. 그렇게 조용한 와중에 딸깍-하고 발톱 자르는 소리가 나고 뿌꾸는 정말 어떤 투덜거림이나 발버둥도 없이 얌전히 발톱을 깎았다. 이 자식, 집에서는 그렇게 낑낑거리면서 아픈 척을 하더니, 그냥 우릴 겁준 거였군. 배신감도 잠시, 나머지 발톱들을 다듬는 동안에도 얌전한 뿌꾸는 잠시나마 참 어른스러워 보였다.

 

주사기를 들고 지나가는 간호사를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눈

 뿌꾸는 요즘 소위 말하는 시고르자브종(시골잡종), 믹스견이라 좀 튼튼한 편이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도 하고. 병원 가면 피부, 귀, 다리 다 건강하다고 칭찬받는다. 시골 개들은 보통 유전병의 위험이 큰 순혈견들보다는 건강한 편이지만, 뿌꾸는 마당에서 사는 데다 중요한 예방 접종은 해야 하기에 홍역 접종을 맞고 가기로 했다. 뿌꾸는 피를 뽑거나 주사를 맞을 때도 정말 얌전하고 덩치가 커서 주사 놓을 곳도 많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들이 농담 삼아 주사 놓기 참 좋은 강아지라고 했다. 발톱 다 잘랐는데 아직 진찰실을 나갈 생각이 없는 두 언니들을 올려다보면서 뿌꾸는 '아 오늘 주사 맞겠구나' 하고 깨달은 표정이었다. 그래도 병원 버전의 순둥한 뿌꾸는 어떤 반항이나 보챔도 없이, 의연하게 운명을 받아들였다. 의사 선생님이 주사를 준비하는 그 순간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긴 했지만 말이다.


 가끔 강아지들과 대화가 통하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나는 너를 아프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너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접종을 시키는 거야. 이 주사는 조금 따끔하지만 이거 맞으면 넌 더 건강해질 거야 하는 나의 마음을 뿌꾸가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주사를 놓기 전에 의사 선생님이 '뿌꾸는 좀 잘 삐지는 편인가요?'하고 물어보셨는데, 내가 병원을 몇 번 데려가 주사를 맞혀도 뿌꾸는 계속 나를 좋아해 주었다. 심지어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나서도 뿌꾸는 전혀 우리 가족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삐지지는 않지만, 자주 내 발을 밟거나 모르는 척 나를 밀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웃으면서 '주인을 미는 애는 처음인데요' 하며 뿌꾸에게 주사를 스윽 놓는데, 뿌꾸는 그냥 눈만 멀뚱멀뚱. 주사 맞는 순간에도 얌전히 앉아 있어 줘서 감동할 지경이었다.  

입마개 한 채 바들바들

 진료가 끝나서 뿌꾸 입마개를 풀고 아빠, 나, 동생은 '아이고 우리 뿌꾸 잘했어, 이뻐, 기특해'하고 평소보다 과한 칭찬을 날리면서 간식을 아낌없이 뿌꾸 입에 넣어주었다. 발톱 깎고 주사 맞은 것은 벌써 다 잊은 건지 금세 풀쩍풀쩍 뛰며 웃는 표정의 뿌꾸로 돌아왔다. 내부기생충, 외부기생충, 심장사상충을 한 번에 예방해 주는 약도 6개월치 받아서 먹였다. 이 약은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날짜에 먹이면 되는데 고기 맛이 나서 우리 뿌꾸는 간식처럼 생각하고 좋아한다.

병원 진찰 후 집으로 가는 밝은 표정 차 안에서 밝은 표정의 뿌꾸

 사람은 몸이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고 약국이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개는 아파도 말로 표현이 안될뿐더러, 스스로의 힘으로 병원을 갈 수가 없다. 주인이 개의 건강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개의 세계는 주인이 중심이다. '나'는 가족도, 친구들도, 사회생활로 인한 선후배들도 있지만, 우리 집 '개'는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리고 나에게 가장 의지하며 나의 애정만을 바란다는 것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개의 수명은 길어야 15년, 인간보다 짧게 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살아가는 동안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주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싼 사료나 간식이 아니라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해 주는 것, 그리고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에 데려가 건강을 확인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저기 뿌꾸 너 콧물 났거든, 아련한 척하지 말아 줄래


*동물병원에 간 뿌꾸

https://www.youtube.com/watch?v=fU6EBW8rD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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