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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Dec 03. 2023

산리오 팬이라고? 퓨로랜드에 가보자

당신을 성공한 덕후로 만들어 드립니다!

신주쿠에서 산리오 퓨로랜드로


 원래도 귀여운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올해 업데이트 된 귀요미들이 있다. 바로 산리오의 '포챠코'와 '한교동'. 산리오는 헬로키티(무려 1974년생이심)를 필두로 마이멜로디, 폼폼푸린, 시나모롤, 케로케로케로피, 배드바츠마루 등 인기 캐릭터들을 거느린 캐릭터 전문 기업이다.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아이들을 중심으로 해서 인기가 유난히 많아진 회사. 그중에서도 포챠코는 스누피와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인데 강아지라면 환장하는 내가 피해 갈 수 없는(?) 캐릭터이고, 한교동은 생뚱맞게도 슬램덩크 산왕공고의 이명헌과 닮았다고 일부 팬들이 모에화를 시킨 걸 보고서 왠지 모르게 끌린 캐릭터다. 귀여운데?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 도쿄 여행에서 산리오 퓨로랜드까지 방문하게 될 줄이야.


포챠코와 그의 병아리 친구들 피요, 피코, 피푸
한교동과 그의 문어 친구 사유리짱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산리오는 원래도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 몇 년 새 Low teen 팬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한다. 특히 일본의 사회문제로도 조명되고 있는 토요코 키즈(신주쿠 가부키초 토요시네마 옆 광장을 배회하는 가출청소년을 지칭한다)를 중심으로 쿠로미를 비롯한 산리오 캐릭터 인형을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그중에서도 쿠로미가 특히 인기 있는 이유는 약간 짓궂은 성격과 더불어 소악마 같은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산리오에서는 토요코 키즈에 엮여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캐릭터들을 연결해 적극적으로 홍보,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산리오 퓨로랜드는 도쿄 도심에서는 꽤나 떨어져 있다. 신주쿠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서쪽으로 지하철을 타고 50분 정도 가야 한다. 시간대에 따라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오다큐선을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어 빠르다고 하는데, 구글맵 검색해 보니 내가 출발한 시간에는 게이오선을 타는 게 제일 빠른 걸로 나와 중간에 한 번 환승을 해야 하는 게이오선을 탔다. '게이오타마센터' 역에서 내려 동쪽출구로 나가서 10분 정도 걸으면 산리오 퓨로랜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역의 동쪽 출구로 나와 이 방향으로 가면 된다, 대로변에 있어서 구글맵 보고 가면 길은 어렵지 않다
이 날 날씨가 좀 흐렸다


 내가 여행하는 기간 동안 도쿄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많았다. 날씨를 보고 비가 오는 날 실내인 산리오 퓨로랜드를 가야지 생각했었기 때문에, 티켓을 미리 예약하지 못했고 전날에서야 방문일정을 확정했다. 산리오 퓨로랜드 입장권을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구매처가 여러 군데 나오는데, 구매하면 입장 QR 티켓이 바로 이메일로 날아온다. 고로, 전날 밤에 급하게 표를 구했어도 다음날 아침 입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장 구매보다 사전 구매하는 편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미리 사두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22,890원에 구매했는데, 현장에서 사면 퓨로랜드 운영 시간에 따라 3,900엔~4,900엔 사이라고 한다. 입장권에는 어트랙션 탑승 및 쇼 관람이 다 포함되어 있다(빠른 입장을 보장하는 '퓨로패스' 구매는 별도). 일자별로 운영 시간과 입장료가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두는 게 좋겠다. (https://www.puroland.jp/) 진행하는 쇼 일정과 함께 캐릭터 그리팅을 신청할 거라면, 해당 일에 출근하는 캐릭터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반드시 사전 확인! 내가 가는 날은 9시 30분부터 오픈이라 거기에 맞춰서 움직였다.

 

홈페이지에서 조회한 오늘 만날 수 있는 캐릭터!


 흐린 하늘 아래서도 위풍당당하게 빛나는 산리오 퓨로랜드가 보였다. 입장 대기 줄이 조금 있었지만 5분도 안되어 입장 안내 직원을 만났는데, 입장 전에 앙케트 작성도 해야 했다. 별 건 아니고, 산리오 퓨로랜드 입장을 위해서는 티켓 구매 후 사전 예약이 필요한데 외국인의 경우 해당 예약을 간단한 설문조사로 대체하는 것. 앙케트 페이지 접근하는 것까지 직원분이 도와주셨다. 앙케트 완료하고 입장권 QR 찍고 입장하니 산리오 세상이다!

  

입장하며 받은 팸플릿
산리오는 실내 테파마크라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상관없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숨 막히도록 귀여운 기념품 샵!


  입장층이 3층인데, 오른쪽을 보면 산리오 캐릭터로 네임 플레이트를 만들 수 있는 '메르헨 공방'이 있고, 그 옆엔 엔트런스 샵(기념품 샵)이 있다. 산리오 네임 플레이트는 어떤 일본 남자 아이돌이 하고 나와서, 팬들 사이에 엄청 붐이 일었다고 한다. 내가 간 날도 이른 오전 시간이었는데도 네임 플레이트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나도 꽤나 빨리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들은 대체 몇 시에 온 걸까!


 엔트런스 샵은 굉장히 넓은데 산리오 캐릭터들의 인형, 머리띠, 키링, 액세서리, 문구, 옷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산리오 상품들을 판다. 긴자의 산리오 월드보다 넓고 라인업이 다양한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 한정 헬로키티와 시나모롤 굿즈가 있었는데 정말 귀여워서 멈칫했다. 하지만 나의 최애는 포챠코고 오늘은 정말로 필요한 것만 사리라 다짐했기 때문에, 포챠코 머리띠랑 인형만 구매했다.(대단한 자제력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함) 머리띠 1320엔, 인형 1980엔. 참고로 5,500엔 이상 구매하면 4층 면세 카운터에서 택스 리펀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메르헨 공방 대기줄
메르헨 공방 옆에는 요즘 한국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구데타마 굿즈들도 많았다
뭐야, 귀엽잖아..
기념품 샵 앞에서 폼폼푸린과 배드바츠마루가 맞이해 준다
오타쿠 두근두근
크리스마스 굿즈가 나왔다! 인당 구매 수량 제한도 있었다
머리띠 종류도 다양했다, 산리오 퓨로랜드 오리지널 굿즈라고 한다. 다른 데서는 구할 수 없는 듯?
나를 유혹하던 키링..
크리스마스 무드 물씬, 이 제품들도 구매 수량 제한이 있었다
의류와 캐리어 제품도 있었다, 헬로 키티는 50주년인가 보네!
2023 산리오 캐릭터 대상을 전시해 두었다. 종합 베스트 1위는 시나모롤, 퓨로랜드 1위는 위시미멜.


 기념품 샵 안에 산리오 캐릭터 대상이라고 인기투표 결과가 종합 베스트/산리오 퓨로랜드점의 베스트로 나뉘어 걸려 있었는데, 우리 포챠코는 종합 4위, 산리오 퓨로랜드점 6위! 한교동은 7위, 14위였다. 일본은 참 인기투표 좋아한다니까. 근데 만화든 캐릭터든 이런 인기투표 진행한 결과는 흥미진진하긴 하다. 순위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더 응원하게 되기도 하고. 어찌 됐든 팬들 조련을 참 잘하는 일본 캐릭터 산업계. 산리오 팬인 사람이라면, 특히 어린이라면 이 엔트런스 샵에서 눈 뒤집힐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기념품 샵은 2층에도 있지만 3층 메인 기념품샵이 훨씬 크니 구경은 3층 기념품샵에서 하길 추천한다. 다만 귀여운 얼굴을 하고 악랄한 가격을 붙이고 있기 때문에, 마음 단단히 먹으시길!


나의 선택은! 포챠코!

 



산리오 캐릭터 그리팅 예약


 포챠코를 머리에 쓰고, 가방에 걸고 캐릭터 샵을 나왔다. 퓨로랜드에서 캐릭터 그리팅을 꼭 하고 싶었는데, 그리팅 예약은 2층에서 할 수 있다. 실내가 복잡한 편이라 처음에는 길을 찾기 힘들지만, 직원분한테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캐릭터 그리팅은 키오스크로 고객이 직접 예약 등록하게 되어 있어서 줄부터 섰다. 순서대로 비어있는 키오스크에서 그리팅 티켓을 예약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캐릭터를 선택한다. 캐릭터 별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이 점도 고려. 캐릭터를 선택하면 입장 인원을 입력하고 선택한 내용이 틀림없는지 확인하는 단계를 거쳐 정리권을 받을 수 있다. 정리권은 키오스크 화면에 QR 코드가 보이는데, 이걸 휴대폰으로 촬영해서 내 폰에 저장해 두면 된다. (캐릭터 그리팅 현장에서는 직원 분이 해당 정리권이 나온 사파리 화면도 확인하셨다)


오늘 출근하시는 캐릭터들! 우리 앙증맞은 포챠코 포즈 좀 보세요...
포챠코로 1명 예약했다!
받은 정리권,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그리팅 장소로 가야 한다
우리 포챠코 고향에도 와보고.. 나란 오타쿠 출세했네ㅠ




어트랙션 '마이메로드라이브(Mymeroaddrive)' 타기


 캐릭터 그리팅 장소 바로 옆에 'Mymeroaddrive'라는 어트랙션이 있어서, 뭐 하는 건지도 모른 채 무지성으로 줄을 섰다. 보니까 라이드 어트랙션이고, 이름을 보아하니 마이멜로디의 탄생과 그 친구들을 만나는 콘셉트인 듯하다. 줄이 꽤 길었는데 어린아이들 동반한 가족들도 있었고 커플도, 친구들끼리 온 어른들도 있었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산리오구만 싶었다. 30분쯤 기다렸다가 탈 수 있었는데, 어린아이들 타깃인지 라이드 크기가 좀 작았다.. 라이드에 앉으니 무릎이 닿더라. 키가 크신 분들은 옆으로 몸을 꾸깃해서 타셔야 할 듯. 타고 가면서는 몇 번이고 사진 찍는 구간도 있었다. 사진 찍는 거 티가나게 캐릭터 목소리가 나와 하나 둘 셋! 하면서 찍기 때문에 포즈 취할 여유가 있었다. 전형적인 어린이용 어트랙션이었지만, 귀여운 캐릭터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참고로 퓨로랜드에도 줄을 오래 서지 않고 어트랙션을 타거나 쇼의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퓨로패스'가 있는데, 오래 기다리기 싫은 사람은 현장에서 퓨로패스를 구매하면 된다.  


귀여운 마이멜로디 라이드
친구들 안녕?


 라이드에서 내리면 라이드 중에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인화할 수 있는 QR코드를 받는다. 퇴장하는 쪽에 사진 확인하는 기계가 있는데, 궁금해서 QR을 읽혀봤다. 사진은 총 3장 나오는데, 스티커 사진처럼 스탬프로 꾸밀 수도 있다. 그런데 제한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쿠로미 도장 몇 개 찍었더니 사진 꾸미는 시간이 끝나버렸다. 추억 삼아서 인화까지 하기로 했다. 카운터로 가서 결제를 하면 인화된 사진과 함께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링크도 받을 수 있다.(링크는 방문일로부터 한 달까지 유효하다고 한다) 마이멜로디와 함께 한 1,000엔짜리 추억이 생겼다.


이 기계를 통해 내 사진을 꾸밀 수 있다
이런 사진 완전 오랜만에 찍어봤다, 마이멜로디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정말로 기뻐할 듯!




여기저기 깜찍한 포인트들이!


 어트랙션을 벗어나 나오니 쇼를 하고 있었다. 앙증 깜찍한 퓨로랜드인 줄 알았건만, 공중 곡예쇼라니.. 그 다이내믹함에 놀라며 구경을 조금 하다가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4층에 식당이 있어서 4층으로 올라갔는데, 여기저기 귀엽게 꾸며진 캐릭터 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마이멜로디 샵에서는 분홍색 마이멜로디 트리에, 인형에, 핑크공주들 눈물 흘릴만한 귀여운 포토스팟들이 많았다. 마이맬로디 굿즈샵에서 정면으로 헬로키티 동상(?)이 보이는데, 산리오의 레전드 헬로키티의 위엄이 느껴졌다. 확실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히트한 산리오 캐릭터는 헬로키티일 테니까. 개국공신 같은 포지션이 아닐까.


공중서커스라니, 대단한데!
캐릭터들이 와글와글 모여있으니 더 귀엽다
마이 멜로디 트리!
우리 집에 데려가고 싶었다..
헬로키티 위엄 있네요, 1년 동생들인 마이멜로디와 리틀트윈스타를 양쪽에 거느리셨다
우리 아기 포챠코(1989년생), 헬로키티(1974년생) 누나한테 인사드리자
분홍 벚꽃과 마이멜로디의 조화인가요
이런 케이크가 있다면, 아까워서 먹을 수 있을까
정말 몽글 동글 순수하게 생겼다




식사는 SANRIO RAINBOW WORLD RESTAURANT에서


 시나모롤 카페도 있었는데, 시나모롤로 랩핑 된 카페 트럭에서 시나모롤 콘셉트의 디저트를 팔고 있었다. 나는 밥을 먹으러 가던 길이었기 때문에 귀여운 시나모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목 돌아갈 뻔..) 식당 이름은 'SANRIO RAINBOW WORLD RESTAURANT.' 규모가 꽤 커서 좌석도 많았고 벽면에 아기자기하게 캐릭터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산리오 식당답게 스파게티, 도시락 등 캐릭터 메뉴들을 팔고 있는데, 나는 헬로키티의 데미그라스 함바그를 주문했다. 가격은 1,350엔.


 하도 맛없다는 평을 많이 봐서 각오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감자 샐러드에 헬로키티 얼굴이 올라가 있는데 너무나 깜찍. 하지만 먹을 수 없는 재질로 장식되어 있었던 거라 아쉬웠다. 밥과 함바그는 인증샷만 남기고 삭삭 먹어 치웠다. 같은 층에 식사를 하면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뷔페식 레스토랑 '야카타 레스토랑'도 있다고 한다(식당 안에 작게 무대가 있다고!). 70분 제한 시간이 있고 요금은 어른 기준 3,200엔이다. 가보지 않아서 정확히 비교는 어렵겠지만, 내가 먹었던 이 식당도 인테리어 귀엽고 가격도 합리적이고 좌석이 많아서 괜찮은 듯싶다.


식당 입구
헬로키디 데미그라스 함바그!


 포챠코 캐릭터 그리팅이 12시 30분이었는데, 밥 먹고 시간이 많이 남아서 나머지 구역들을 구경했다. 돌아다니다 보니 인형 뽑기 기계들이 보여서 홀린 듯 입성. 인형 뽑기는 못 참지! 크기에 따라 100엔부터 시작하는 인형 뽑기. 색색깔 알록달록한 한교동이 쌓여있는 걸 보고 눈 뒤집혀서 달려들었으나 5번을 시도해도 실패. 포챠코도 여러 번 시도해 봤으나 실패. 1000엔까지만 쓰자고 다짐했기 때문에, 빈손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역시 인형 뽑기의 세계는 냉정해... 여기 기계의 집게들이 전반적으로 헐겁다는 것을 알았지만, 하나라도 건지고 싶어서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즐거웠다!


교동아!! 한교동!!!!




캐릭터 그리팅, 포챠코와의 만남!


 캐릭터 그리팅 하기 위한 입장은 캐릭터 그리팅 등록했던 곳으로 가면 된다. 내가 배정받은 12시 30분보다 10분 정도 일찍 갔는데 먼저 들어가 대기할 수 있었다. 들어가면 오늘 출근한 캐릭터들의 방을 지나칠 수 있는데, 우리 포챠코는 202호. 101호의 시나모롤 방을 지나치는데, 어쩜 저렇게 귀염 뽀짝한 지.. 포챠코는 2층이라 계단을 올라가서 202호 앞에 줄을 섰다. 포챠코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의 대기실에서 뿅 하고 헬로 키티 같은 친구가 나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옷차림이 키티가 아니었다. 누구지? 하니 다니엘이란다.


 여러분, 헬로 키티도 세계관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헬로키티는 영국 런던 출신이고, 키티의 아빠가 '조지 화이트' 엄마가 '메리 화이트', 그리고 헬로키티는 '챠미 키티'라는 반려묘도 있다고 한다!(고양이가 고양이를..?!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헬로 키티는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의 의인화 캐릭터라고) 그리고 키티는 친구들도 많다. '디어 다니엘'(키티와 소꿉친구사이고, 현재 남자친구라고 한다), '피피'(수다스러운 양이라고) 등. 아무튼 다시 보니 다니엘은 키티와 다르게 앞머리도 있고, 카디건에 D라고 이니셜이 쓰여 있었다. 한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꽤 많은 팬들을 거느린 캐릭터인 듯싶었다.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여유롭게 지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내한한 팝스타의 모습이 겹쳐졌다.


인기쟁이 시나모롤!
뭔가 여유로워 보였던 다니엘! 나는 초면인 것 같은데, 인기 많았다!


 조금 기다리자 드디어 우리 포챠코도 등장했다! 어찌나 잔망스러운지! 포챠코 특유의 입 가리기 포즈를 하며 삐용뾰잉 등장. 캐릭터 그리팅은 말 그대로 캐릭터와 단 둘이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이벤트인데, 팬서비스가 장난 아니었다. 아이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에게도 너무 다정하고 애교가 작렬하는데! 귀여운 포챠코를 보면서 왜 눈물이 차오르려고 하는 건지! 오타쿠 특징이 갑자기 벅차오르는 거라고는 하지만, 정말로 너무 좋아하는 걸 가까이서 보니까 감동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내 차례가 되어 카메라를 스태프 분에게 드리고 포챠코에게 다가갔다. 나름 포챠코에게 어필한다고 포챠코 머리띠를 끼고, 포챠코 인형도 든 채로. 우리 상냥한 포챠코는 폴짝거리면서 상냥하게 인사하고 손도 잡아주고 급기야는 포옹까지 해주었다! (오타쿠 심장 터져요.. ㅠㅠ) 코로나 시기 때는 손잡기나 포옹이 안되었던 것 같은데, 이제 위드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더 적극적으로 팬서비스를 해주나 보다. 보들보들한 손으로 내 손을 꼬옥 잡아주었는데, 스태프 분이 찍어주신 사진을 보니 내 표정이 정말 가관이었다.. 잇몸 마를 정도로 활짝 웃고 있는 나의 얼굴... 회사에서는 입꼬리조차 씰룩이는 경우가 드문데, 도쿄에 와서는 입이 찢어져라 웃고 다니고 있다. 포챠코와 포옹하는 순간도 정말 여러 장 찍어주셔서, 스태프 분께 지금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산리오의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퓨로랜드에서 반드시 캐릭터 그리팅을 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그야말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오타쿠는 또 1년을 살아갈 힘을 충전할 수 있었다고.


포챠코 와쪄염~
저 깜찍한 포챠코의 전매특허 포즈를 보세요!
저 짧은 팔로 나를 안아주겠다고 ㅠㅠ
너무 행복해 ㅠㅠㅠㅠㅠㅠ




캐릭터들의 이색적인 가부키 공연, '카와이이 가부키'!


 포챠코와의 감동적인 만남을 마치고 나오니, 기운이 쪼옥 빠지는 느낌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가면서 사람은 더 많아진 느낌. 퓨로랜드에서는 여러 가지 쇼도 진행되는데, 쇼 시간표를 보다가 '카와이이 가부키'라는 공연을 보기로 했다. '카와이이 가부키'는 직역하자면 '귀여운 가부키'라는 뜻일 듯한데, 산리오의 캐릭터들이 가부키 공연을 하는, 신선한 콘셉트의 공연이다. 퓨로패스를 구매할 수 있는 쇼로 분류되어 있고 패스로 먼저 입장해서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기 때문에, 2층 퓨로패스를 파는 카운터에서 1000엔짜리 퓨로패스를 샀다. 지정석은 아니고 우선 입장권 개념. 구매하면 퓨로패스에 숫자를 써주는데, 내 숫자는 11번으로 11번째로 입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카와이이 가부키는 '메르헨 시어터'라는 공연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공연 시간 10분 전에 메르헨 시어터 앞에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으면 직원 분이 퓨로패스를 순서대로 불러서 줄을 세워주신다. 그리고 일반 입장 전에 먼저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셔서, 맨 앞 가운데 앉을 수 있었다.


카와이이 가부키 쇼가 진행되는 메르헨 시어터
카와이이 가부키 퓨로패스
퓨로패스 순서대로 착착 입장
공연 전, 두근두근

 

 가부키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설렘이 더 컸다. 무대에는 막이 쳐져 있었는데, 일본풍 색조합에 헬로키티 얼굴이 딱! 잠시 기다리니 무대 양쪽의 모니터를 통해 본 공연 중에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이 안된다는 안내 영상이 나왔다. 이어서 정말로 가부키 시작 전 관객들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나와서 호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가부키는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진행되는 극으로, 예를 들어 배우 A가 명장면을 만들어 내면 관객이 '닛폰이치(일본제일) A!', 'A!' 하면서 이름을 소리 쳐준다. 그게 관람 매너인 듯. 하지만 가부키 처음 보는 외국인인 나로서는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박수만 열심히 쳤다! 그렇게 살짝 얼굴이 달아오르는 연습을 거친 후,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주연은 헬로키티, 다니엘, 배드바츠마루, 시나모롤, 폼폼푸린 그리고 도깨비. 캐릭터들이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는 것도 새로웠다. 산리오 캐릭터와 함께 일반 배우분들도 함께 등장해서 완성도를 높였다. 대사는 무대 뒤에서 성우들이 하는 것 같았다. 일본어를 할 줄 알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겠지만 플롯 자체가 단순해서 일본어를 몰라도 어느 정도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키티 군단(산리오 캐릭터들을 편의상 키티 군단이라 칭하겠다)이 사람들을 위한 공연을 한다. 배드바츠마루가 도깨비들을 이끌고 행패를 부리면 헬로키티와 그녀의 친구들이 도깨비를 무찌르는, 짜고 치는 무대를 하는데(무대 끝나고 나서 어 너 연기 좋더라 야 이런 느낌 ㅋㅋ) 알고 보니 도깨비 역할 중 하나가 진짜 도깨비였던 것! 사실 그 도깨비는 도깨비답지 않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는데.. 그가 진짜 도깨비란 걸 키티 군단이 알고 나서 너무 놀라고 무서워해버린 것. 그래서 도깨비는 마음에 상처를 받고 도깨비 섬으로 돌아가버린다. 나중에서야 키티 군단이 도깨비의 마음을 헤아리고 도깨비 섬에 가서 도깨비를 동료로 삼는(너 내 동료가 되어라!) 이야기. 한 가지 개인적으로 빵 터진 포인트가 있었는데. 키티 군단이 도깨비에게 '우리와 함께 하자' 했을 때 도깨비가 시무록 해하면서 '하지만 나는 진짜 뿔이 달린 도깨비인걸.. 사람들이 무서워할 거야' 하니까, 헬로키티가 '괜찮아 우리는 캐릭터가 중요하거든' 하던 모습. 헬로키티에게서 '야 캐릭터 안 겹쳐서 오히려 좋아!' 하는, 중견 연예기획사 사장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고. 과연 노련한 헬로키티..  의상과 비주얼도, 무대 효과도 좋았고, 음악도 좋았고 중간중간 가부키 연출이 나오는 것도 신선했다. 관객들이 극을 보면서 중간중간 '헬로키티!' '닛폰이치 다니엘~' 하는 것도 멋졌고. 다음에는 정극 가부키 관람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40분가량 진행되었는데,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퇴장하며 나오는 복도에 산리오 엔터테인먼트 월드라고 해서 산리오의 필름이 전시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복도를 따라 공연했던 산리오 캐릭터 사진이 실제 가부키 배우들처럼 액자로 걸려 있어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도깨비 역할을 한 성우는 '나카무라 시도'라고 나도 아는 일본 유명 가부키 배우가 아닌가! 극장의 스크린 통해 영상으로 나왔던 배우도 유명한 배우였다. 어쩐지 퀄리티가 높더라. 다음에 와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오호 산리오 필름?
진짜 되게 인기 많은 가부키 배우 같다
시나모롤, 헬로키티, 폼폼푸린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야!
오른쪽의 '나카무라 시도'는 일본 드라마, 예능을 통해 접해본 적 있는 배우였다


 만족스러운 공연을 보고 슬슬 돌아가려고 나왔다. 내가 간 날 산리오 퓨로랜드는 오후 6시 폐장이었다. 다른 테마파크 대비 일찍 닫는 편. 떠나는 발걸음은 아쉬웠지만 포챠코 만난 게 너무 좋았고, 카와이이 가부키도 재미있었어서 기대했던 것보다 즐겁게 놀다 올 수 있었다. 놀이기구는 두 개 있는 듯했고(나는 하나밖에 타지 못했지만) 스릴보다는 귀여운 맛으로 타기 괜찮은 것 같다. 돌아올 때는 오다큐선을 탔는데, 역 자체가 산리오 캐릭터로 여기저기 꾸며져 있어서 마지막까지도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귀여운 산리오 캐릭터들을 들이대다니.


 산리오 퓨로랜드를 다녀와서 느낀 것은, 산리오 캐릭터 종류가 생각보다 더 많다는 것. 구데타마도 산리오 소속이라는 걸 나는 처음 알았다. 그리고 각 캐릭터의 설정이 굉장히 동화적이면서도 섬세하다. 포챠코를 예로 들자면, '생일은 2월 29일, 호기심 많은 참견쟁이로 산책을 좋아하는 남자 강아지예요. 둥실둥실 마을의 변두리에 있는 꾀꼬리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키는 가장 좋아하는 바나나 아이스크림의 라지 사이즈 컵 4개 정도이며, 체중은 마을의 밭에 있는 도깨비 당근 3개 정도의 무게랍니다. 좋아하는 꽃은 연화초이며 주변에 친구들도 많은 아이예요.' 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동물형부터 음식형, 사람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캐릭터들의 강력한 패밀리십으로 만들어내는 스토리 라인, 그리고 이종 분야와의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산리오는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다른 애니메이션과의 콜라보 파급력이 정말 큰 듯하다. 올 3월 애니메이트 시부야점에서는 '하이큐'와 콜라보한 제품들을 봤고(눈 뒤집혀서 사 모았음), 이번에 방문했던 하라주쿠 키디랜드에서는 무려 '진격의 거인'과 콜라보한 제품을 봤다(이게 콜라보가 되네..). 무엇보다 퓨로랜드 현장을 가보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하는 분위기라, 앞으로도 계속 인기가 많을 듯싶었다.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디즈니랜드, USJ 뿐 아니라 산리오 퓨로랜드도 고려해 보자. 나란 오타쿠는 이 날 구매한 포챠코 인형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매일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할 이유를 되새기고 있다!


역 안내에 시나모롤!!
이 귀요미들, 오다큐 상징색인 파란 톤을 하고 있다
너희들도 오다큐선 타니.. ㅠㅠ
안내 전광판도 귀엽고..
발 밑도 귀엽다
키디랜드에서 발견한 산리오 콜라보 제품
진격거 캐릭터랑 산리오 캐릭터가 같이 이불 덮은 인형, 너무 깜찍한 거 아닙니까!


https://m.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4/?n=18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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