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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Oct 06. 2018

[반려동물] 케어 답십리점 봉사활동

중형견 핑크와의 즐거웠던 산책

 모처럼 시간 여유가 생겨, 동물권단체 케어 답십리점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 사실 나는 보통 시간이 많은데(특히 강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 너무 좋다!), 케어에서 신청 가능한 봉사활동 시간을 찾는 게 어렵다.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경쟁률(?)이 상당히 센 편이므로.


 퇴계로 점에 몇 번 가서 산책 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덩치가 더 크고 더 많은 개체들이 머물고 있다는 답십리점을 가보기로 했다. 큰 애들이 좋아할 만한 육포와 물티슈같은 기부 물품을 챙겨들고, 지하철 답십리 역에서 내려 십여분을 걸었을 까, 노란색 케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을 올라 2층에 문을 여니 어딘가 익숙한 뿌꾸 냄새와 함께 수 많은 뿌꾸들의 맑은 눈망울이 나에게 쏠렸다. 케어 홈페이지 설명에도 나와있었지만, 이 곳은 중형견 사이즈의 강아지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었다.

순하고 예쁜 아이들이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봉사 시작 시간은 10시. 센터의 봉사자분이 기본적인 안내사항들을 전달해주신다. 나는 산책 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드줄을 잘 잡고 강아지가 다른 사람이나 개와 붙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16키로가 넘게 나가는 진돗개 뿌꾸와도 산책을 자주 가는 나지만, 이 곳의 강아지들과의 산책은 처음이기에 얘가 나를 좋아해줄까 조심스럽기도 하고, 척 봐도 뿌꾸만해 보이는 강아지 핑크의 덩치를 보고선 마른 침을 삼켰다.


“핑크는 산책을 좋아해요. 아마 잘 걸을거예요.”

답십리 공원쪽으로 산책을 갔다!

 이 애가 나를 좋아해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센터 밖을 씩씩하게 나서는 핑크는,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 듯 내 눈을 피했지만 몇 걸음 걷더니 순순히 나의 리드에 따라준다. 아니, 어찌보면 주객이 전도된다고나 할까, 저 작지 않은 덩치에서 나오는 산책에 대한 에너지로 인해 이 산책길은 핑크가 나를 운동시키는 듯한 꼴로 바뀌었다. 나 혼자 중형견을 산책시키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을 배려한 센터에서는, 다른 여성 봉사자 한분과 함께 산책 다녀올 것을 권해주셨다. 그 분은 깡순이라는 또 다른 복실복실한 중형견을 맡아 산책을 하셨다. 덕분에 그 봉사자분과 서로 의지하며 산책 중 강아지들이 배변한 것을 치울 수 있었다. (중형견이라 그런지 응가도 진짜 크다!)  

핑크와 함께 산책했던 깡순이, 복실복실 귀요미

 센터 아이들은 보통 실외배변을 하므로, 매일 산책을 같이 가주는 것이 중요한데 덩치가 큰 애들은 산책을 시키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나같은 비정기 봉사자들의 도움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핑크는 몇 걸음 걷다 가로수 냄새를 맡고 마킹도 하고, 마주오는 센터 내 다른 강아지들에게 인사도 하면서 유쾌하게 산책을 즐겼다. 덕분에 100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걷는데 십 분은 걸린 것 같지만 말이다. 센터에서 조금 걸으면 공원이 있어, 그 곳을 목표로 하고 산책을 나섰는데 핑크가 하도 킁킁대다 보니 공원까지 가는데 30분은 걸린 것 같았다. 하지만 강아지들이 냄새를 맡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좋아한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우리 뿌꾸를 보면 이것은 분명 팩트일 것!) 그저 기다려 주었는데, 핑크의 표정이 센터안에서 보았던 무표정에서 점점 웃는 상으로 바뀌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어찌나 뛰어다니는지 꼬인 줄 풀기에 바빴다


“아이고 이뻐라, 얘 풀 먹으면 안돼!”

 휴일이어서 그런지 공원에는 근처 아파트 주민 분들이 많이 나와계셨다. 핑크가 덩치도 크고 털 색깔이 까매서, 사람들이 무서워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 또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케어에 머무는 아이들이 산책하는 길이 보통 정해져있어, 그 길목에 계시는 분들은 큰 강아지들이 걸어다니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 눈치셨다. 많은 분들이 핑크가 참 예쁘다며 말을 걸어주시고, 길가의 풀을 킁킁대는 핑크에게 그러면 안된다면서 쓰다듬어 주시기도 했다. (아주머니, 안된다고 하시면서 쓰다듬어 주시는건 뭐죠?! 강아지를 사랑하시는 분이 분명하다.)

핑크는 밝고 순한 아이였다.

 얼마 전 티비에 진돗개가 주인을 문 사건이 나왔는데 주인이 화가 나서 진돗개를 때렸다고 하더라, 주인이 물릴 짓을 한게 아니겠냐, 개가 무슨 잘못이 있었겠냐 훈련을 잘못시킨거지. 등등 강아지와 함께 있다는 이유 만으로 나에게 어느 집 강아지 이야기를 술술 꺼내시는 분들을 보면서 중형견과 유기견센터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감동을 받았다. 동네 어린 꼬마들이 핑크를 보면서 멈멈이라며, 까르르 웃는 소리도 듣기 좋았다. 책임감없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강아지를 데려왔다가 마음대로 버리지만 않았어도, 길위의 슬픈 유기견들은 없었을텐데.

 공원까지 가는 산책길에서 핑크가 하도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면서 난리법석을 떨어 그런지, 센터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핑크가 아주 얌전히 굴어주었다. 조금 더 어린 강아지 두 마리를 센터 근처에서 산책시켜주고서 봉사활동은 마무리 했다.

로키는 사람 품이 너무 좋은, 아직 겁이 많은 강아지였다
로드는 깨발랄 애교쟁이

 여전히 케어에는 많은 유기견들, 사람에게 학대받은 아이들이 들어오고, 이 곳에서 생활하며 상처를 회복하고, 운이 좋은 녀석들은 다른 집으로 입양이 되고 있었다.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상처 받았었으면서, 다가가면 얼굴을 핥아주고 몸을 부비면서 다시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 아이들에게 애초에 나쁜짓을 한 것도 사람이고, 이 아이들이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핑크가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오늘은 어떤 사람이랑 재미있는 산책을 해서 좋았다.’라는 생각을 해주면 나는 그걸로 너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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