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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Jun 11. 2021

화장대가 책상이 되었습니다

공부한 다는 딸을 위한 아빠의 사랑

남편의 MBA 수업이 전면 줌 화상회의로 대체됨에 따라 집에서는 평일 저녁만 되면 한 사람은 휴대폰을 들고 또 한 사람은 간이 책상에 노트북을 펴고 각자의 온라인 강의실을 찾아간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카메라 앵글이 잡히지 않는 구석에 생맥주를 살짝 올려놓고 마시는 것은 안 비밀!


줌 화상회의라고 해서 오프라인 수업과 다름은 크게 없다. 집중력에 한계가 좀 느껴지긴 하지만 현장수업을 개시할 경우 통학에 느낄 체력적 노고에 비하면 불편한 책상이나 휴대폰 수업의 피로는 감내할 만한 일이다.


다음 주엔 남편의 기말고사가 예정되어 있어 종일 핸드폰을 들고 수업 듣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며 필기한다고 설칠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빠는 구석에 처박혀있는 아빠의 오래된 노트북을 끄집어냈다. 오래된 컴퓨터답게 카메라 화소가 좋지 않다. 그 덕분에 줌 화상회의 상의 내 얼굴의 잡티도 가려진다. 오랜만에 해서 깨지는 영어발음도 음질이 나쁜 것에 살짝 묻어가기 좋다. 아빠는 내게 꼭 맞는 공부방을 꾸며주었다.

화장실 옆 안방 화장대는 나의 서재가 되었다

서른다섯 먹은 딸 공부하라고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어댑터를 찾고 노트북 리부팅 해서 화장대책상으로 깜짝 변신시켜주는 아빠가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우리 아빤 내일모레 칠십이다).


츤데레 같은 우리 아빠,

맨날 나랑 같이 못살겠다고 해도

나는 아빠밖에 없다. 아빠도 나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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