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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Jul 22. 2021

자기 관리 열심히 하는 여자

결혼했다고 다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고민을 했다. 헬스장에 갈까 말까. 아빠는 새벽 여섯 시부터 일어나 까르 산책을 시키고 아침 여덟 시부터는 헬스장에 간다. 육십 대 후반에도 날씬한 몸을 가지고 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아침에 까르 산책 나가면 매일 나오는 아줌마들
다들 자기 관리하는지 너보다 날씬해

나는 키가 162 정도 되고 일평생을 50킬로 초반대 몸무게를 유지해 왔다. 잘 안 먹는 편이고 보통 인생에 지금처럼 여유 있었던 적이 없다 보니 늘 그 무게 이쪽저쪽을 유지해 왔다. 요즘처럼 살이 쪘던 적이 없다. 나도 당황스럽다.


이미 기존에 입던 옷들은 잘 맞지 않아 라지 사이즈 속건 티셔츠 몇 장을 샀다. 아빠는 엄마가 죽었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출근도) 집에서 퍼져가는 내가 걱정이 되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내가 얼마나 살이 쪘는지 일깨워 주고 있다.


결국 필라테스를 끊어 운동을 시작했는데 몇 달간 불안증 약 부작용으로 특별히 먹는 것도 없는데 살이 쪘다. 발가락이 부러져 집안에만 칩거하느라 제대로 걷지 못하기도 했다.  재보진 않았지만 육십 킬로 언저리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짐작만 해 보는 몸으로 유연성이 필요한 운동을 하려니 고역이다.


아빠는 하루 종일 단지 내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늘도 아침부터 엉덩이 소파에 붙이고 있으면 잔소리에 파묻혀 버릴 것 같았다. 고민하다가 그래, 가보자 하고 일어나 헬스장에 갔다.


웬걸, 오후 열한 시가 다된 시간인데 이렇게 집에서 노는 사람이 많은가. 재택근무의 힘인가. 미어터지는 헬스장을 보고 깜짝 놀라 나도 그 안에 묻혀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러닝머신을 걸었다.


땀이 쫘, 쏟아지게 운동을 해본지가 얼마만인지. 오후에 필라테스 가야 하는데 벌써 집에 오니 졸음이 올 지경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운동 조금 했다고 개운하고 찌뿌듯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이 기분이 싫지 않다.


오늘 결심한 건데 앞으로는 오전에는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저녁엔 필라테스를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내 몸에도 좋겠지마는 운동하는 동안만큼은 잡념에 빠지지 않아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것이 기분이 참 좋다.


아빠는 말했다.


"결혼했다고 애도 안 낳았는데 자기 관리가 그렇게 안돼서 되겠냐. 운동 좀 해서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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