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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Aug 16. 2021

혼자 저녁을 먹을 아빠 생각에

남편과 단둘이 외출을 할 때

아빠와 합가하고 나서 우리 부부는 부쩍 단둘만의 외출이 줄었다. 아빠는 제발 둘이 나가서 뭐라도 하고 오라고 하고 남편도 제발 어디 좀 나갔다 오자고 하는데 외출에 대한 내 마음엔 장벽이 있다.


"아빠가 혼자 밥 먹는 게 싫어"


오늘 아빠는 코로나 백신을 맞고 들어왔고 남편은 빨간 날이라 집에 쭉 나와 같이 있었다. 우린 오늘 북한산을 갈까 송추계곡을 갈까 아니면 파주에 수목원을 갈까 까르데리고 애견 카페에 갈까 하다가 결국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아빠는 아침에 나가면서 북한산 갈 거면 네비를 "북한산 초등학교"로 찍어야 한다 일러주고 등산가방까지 꺼내 주고 나갔는데 집에 와 보니 애들이 아무 데도 안 가고 집에서 뭉개니 한심스러웠나 보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니들이랑 사는 게 불편해. 너희들의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어디 나가지도 않고. 오붓하게 시간 좀 보내지 자꾸 날 끼워서 왜 그러냐."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


"우리 아무 데도 안 간 줄 알면 아버님 또 한 소리 하시겠다"


아닌 게 아니라 아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너네 왜 아무 데도 안 갔냐,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나는 아빠에게 밥 먹게 여섯 시 전에 셋이 식사하러 나가자고 말했다. 외출은 하고 싶고 아빠가 혼자 밥 먹는 건 싫어서다.


"뭐 먹게, 집에 밥 많은데. 그냥 니들끼리 다녀와라"


아빠를 구워삶았으나 안 통했다. 예방접종을 받고 온 아빠는 외식하면 한잔 또 하고 싶은데 오늘은 술을 마실 수 없는 날이라는 이유로 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아빠가 먹을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맛있는 순두부찌개를.  


한편으로는 나와의 외출을 고대하는 남편이 눈에 밟혔다. 순두부찌개를 다 끓여놓고 남편에게 물었다.


"계획대로 외식하러 갈까? 고기 먹고 싶다며."


묻기는 남편에게 물었는데 대답은 아빠가 했다.


"요 앞에 고깃집 1주년 행사한다고 현수막 붙여놨더라. 1인분에 8,000원이라던데? 둘이 나가서 먹고 와. 나는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우린 고깃집을 향해 집 밖을 나섰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남편은 그런 내게 말했다.


"아버님 식사때문에 네가 밥을 준비해야 하고 뭘 못하고 그러지 말아. 아버님은 그걸 더 불편해해. 우리 둘이 아버님 때문에 제약받는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워서 그러시잖아"


아빠도 똑같은 말을 했었는데 정작 내 마음이 불편해서 매일 오전 열한 시와 저녁 여섯 시를 끼운 외출은 싫어졌다. 내 고집에 아빠도 남편도 불편하다는데 나는 고집부려서라도 아빠 밥 만큼은 내가 차려주고싶은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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