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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Aug 17. 2021

추석 때 제사는 어떻게 할까?

나는 딸이면서 며느리이기도 하다

민족의 명절 추석이 곧 돌아온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한 달 뒤면 추석이라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혹자는 왜 벌써부터 추석 타령이나 할 수도 있겠으나 그 이유는 올해 명절부터 우리 집에서는 제사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 후로 우리는 큰집에 가는 대신 간소하게 성묘하는 식으로 제사가 바뀌었고 할아버지는 절에 모셔서 특별히 명절에 하는 일이 없었다. 외려 긴 연휴기간에 맞춰 해외여행을 계획하거나 가족끼리 모여 밥을 먹는 것으로 명절의 감회를 느꼈다.


엄마가 죽고부터 우리 집은 엄마 제사가 생겨났고 명절과 기일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해야 엄마가 저승에 가서도 한 번씩 찾아와 맛있는 밥을 먹고 갈 것 같아서였다. 누가 하자고 한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제사문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식구가 없기에 제사상을 차려도 먹을 이가 없고 음식을 할 사람도 없는 데다가 며느리도 요리를 해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아이라서 결국 우리 집 제사는 내가 챙겨야 하게 되었다. 보통 제사는 장남 집에서 맡아한다는데 우리 집은 그걸 기대하기 어렵고 우리 엄마가 먹을 밥상인데 음식을 못해도 차리긴 내가 차려야 속이 편하기 때문에 아빠를 모시고 있는 우리 집에서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제사를 적극적으로 지내본 적 없는 나 역시도 음식에 대한 부담이 있어 우리 집 제사는 엄마 49재부터 시작해서 쭉 주문하는 집이 있다. 그런데 그 집이 추석 명절 제사상은 가격이 비싸져 아빠가 능곡시장과 일산 시장에 음식값을 알아보러 다니는데 마땅치가 않다.


각설하고, 문제가 하나 있다. 우리 시집에서도 제사를 지내는데 추석 때 내가 우리 집 제사를 지낸다고 안 가기도 뭐하고 어머님도 섭섭해하실 것 같아 그게 참 고심이 된다. 물론 어머님은 집이 안정될 때까지 제사 오지 말고 너희 집 제사를 지내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남편네 문중에 시집을 갔으니 나 역시도 며느리 인지라 그렇다.


남편은 어머니와 지금 나름대로 악전고투 중이라 기분이 안 좋아서 명절에 본가에 가네 마네 하는데 내 입장에선 남편에게 안 가면 안 된다 등 떠미는 중이다. 어머님 입장에선 잘 키운 아들 갑자기 데릴사위 된 것도 속상할 수 있는데 명절에 코빼기도 안 비치는 아들 며느리가 어찌 예뻐 보이겠는가.


때문에 내린 타협점이 명절 오전에는 일단 시집 제사를 지내러 가고 식사를 하지 않고 우리 집에 돌아와 오후 두 시께 우리 집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일단 가족 간에는 이렇게 하기로 합의를 했다.


엄마가 죽고 새로 정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자리 잡고 나면 괜찮겠지만 아직은 모두가 혼란스럽다. 제사라고 우리 집 며느리가 얼마나 신경을 써줄지도 모르겠고 남동생이 제사의 의미를 아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우리 집의 장녀이다. 내가 여러모로 고민하고 그 결과가 앞으로의 우리 집 문화가 될 거라는 것을 감안하면 쉽게 내키는 대로만 하면 안 되는 일들이다. 늘 명절 때마다 사돈댁 보낸다고 선물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던 엄마가 없으니 그 역할을 내가 해야 할까 하는 부분도 마음이 쓰인다.


에휴. 엄마가 없다는 게 이렇게 또 실감이 난다.

그립고 보고 싶다.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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