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말씀
미안해하지 말고 엄마 제사 지내드려라
추석이 다가오면서 어머님한테 전화 한 통을 걸었다. 추석 당일 어머님 댁 제사에 참석하려면 몇 시에 가야 하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아직 어머님과의 다툼에서 화해 전이라 답이 없어 내가 직접 묻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카톡을 남겨놨더니 전화가 왔다.
"명절에 어머님 댁에 몇 시에 가면 좋을까요? 거기서 제사 지내고 한시쯤 저희 집 제사 지내려고 하거든요. "
"며느리 안 와도 돼. 우리 집 제사는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니까 우리가 지내면 되고 며느리 집 제사는 엄마 제사니까 며느리는 엄마 제사 지내야지."
"그래도 명절에 안 가기가 그래서요. 집에서는 어머님 댁 먼저 다녀오기로 얘기가 되었어요."
"제사 한번 지내기도 힘든데 두 집 제사 못 지내. 며느리 힘들어서. 앞으로 명절 때마다 미안해하지 말고 엄마 제사 지내드려."
"그러면 오빠는 어떻게 하라고 할까요?"
"며느리 집 제사 도와야지. 제사 준비를 며느리 혼자서 어떻게 해. 우리 집 제사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OO(남편)이랑 둘이서 명절 차례 준비하도록 하세요."
어머님은 남편과 내가 우리 집 명절 제사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번부터 명절에 시집에 가지 않는 것으로 정리도 해 주셨다. 내심 제사 두 번 지내러 시집과 우리 집 오가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무척이나 고마웠다.
어머님은 엄마를 위해 49재까지 칠일마다 일곱번 제사도 지내주셨던 분이라 답례도 할겸 돈을 좀 보내고 싶은데
그것도 받지 않겠다며 한사코 거절하셨다. 그렇지만 우린 용돈 쓰시라고 돈을 조금 보내기로 둘이 얘기를 했고 오늘 평소 쓰시는 계좌로 이체를 할 계획이다.
이제 우리 집 제사만 잘 신경 쓰면 된다. 아빠가 남동생에게 원래는 너희가 해야 하는 것이니 거들라고 얘기해두어 이번 추석에는 제사문제가 혼란 없이 지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