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선꽃언니 Sep 12. 2021

바다낚시를 떠나요

주꾸미 세 마리의 추억

인천에 주소지가 되어있어 남편과 경제공동체로 묶이지 않았다. 덕분에 재난지원금을 받았고 공돈이 생긴 김에 때맞춰 한번 회동하자고 연락 온 남편 친구 부부와 바다낚시를 예약했다. 연안부두로 출발!


전에도 낚시를 몇 번 해본지라 호기롭게 떠났는데 주꾸미 낚시는 또 달라서 수확은 별로 좋지 않다. 날이 너무 더워서 네 시간 반 낚시 중에 한 시간은 갑판에 엎드려만 있었다. 힘들었지만 외출 자체는 기분이 전환되어 좋았다.


처음 보는 <애기>라던지 <애자>라던지 하는 것을 다루는 법도 몰랐고 지렁이 만지기도 징그러웠지만 옆에서 남편이 끼워주고 장비점검을 해줘서 사실 나는 낚싯대를 드리웠다 거두었다만 하면 되는 편한 낚시를 했다.


몇 번 안 했을 때 손바닥 반만 한 주꾸미가 걸려 올라오는 것을 보고 신나서 환호성이었다. 그런데 나의 행운은 거기까지 였는지 그 한 마리가 마지막 한 마리가 되었다. 이쯔음 되니 약간 본전 생각이 났다. 둘이 해서 십만 원 주고 승선을 했는데 십만 원에 이거 잡을 거였으면 어시장에서 이만 원어치만 사도 이거보단 많겠다. 이런 생각. 에휴, 체험에 만족해야지.


연안부두. 내 세 번째 발령지이다. 연안부두 인근의 파출소에서 일 년을 보내며 일대 도보순찰을 정말 질리도록 했었다. 거리마다 무엇이 있는지 눈을 감고도 알정도였는데 한 삼 년 정도 뒤에 가보니 밥집으로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만큼 낯설게 느껴졌다. 다만, 부두 앞에 매일 나오던 엿장수는 아직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네 눈길이 갔다. 사건도 사고도 많던 연안부두. 놀러 오면 이렇게 좋은데 근무하면 힘들던 연안부두.


낚시 열심히 하고 추억팔이 잠깐 하고 카페에서 블루베리 에이드를 한잔 마시며 지친 몸을 달랬다.


몇 마리 안되는 주꾸미는 내일 점심 라면에 넣어먹을 예정이다.

남편친구 부부는 벌써 라면개시! 비주얼이 군침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고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