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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Sep 14. 2021

담배 피우다 아빠한테 들켰다.

아빠가 집에서 쫓아낸다고 했다.

어제 엄마 가족들 생각하다 부아가 치밀어서 꽁꽁 숨겨둔 담배를 꺼내 들었다. 기분이 다운될 때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술 대신 차라리 담배를 피우래서 한 갑 쟁여놓은 얇은 담배.


아빠는 거실에 있고 나는 집앞에 벤치에 쪼그려 앉아 잘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한대 물었다. 담배를 피운다고 기분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건 아니지만 병원 약 먹으며 술 먹을 수 없으니 택한 차선책이었다.


담배를 어렵게 피우고 핑, 도는 어지러움이 잠시  몸을 휘감았다. 그런데 이런, 아빠가 현관 문 앞에 서 있었다.


" 야, 너 담배 피웠냐?"


아빠가 물었다.


나는 거짓말이라도 해볼 새 없이 응, 하고 대답했다.


"이거 완전히 지 엄마랑 하는 짓이 똑같네. 내가 너네 엄마 담배 피우는 거 가지고 얼마나 입씨름을 했는데. "


아빠는 신경질을 냈다.


"너 담배 한 번만 더 피우면 그땐 나는 이 집 내놓고 너랑은 완전히 끝이니까 그리 알아. "


서른다섯 먹은 다 큰 성인인 자식도 아빠에겐 자식인지 딸이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는 아빠에게 피우게 된 경위며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구구절절 설명을 했다. 아빠는 단호하게 담배는 술집 여자나 피우는 거라며, 절대안돼를 외쳤다.


나는 작은방에서 MBA 수업을 듣고 있는 남편에게 쪼르르 카톡을 보냈다. 아빠에게 담배 피운 것을 들켰노라고.

남편에게 아빠에게 들켰다는 사실을 고함

남편이 방으로 오라기에 갔더니 남편은 얼굴에 함박 미소를 지으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과제하고 강의 듣는 내내 거실에서 나와 아빠가 어쩌고 있을지를 상상하며 낄낄낄.


왜 웃냐고 물었다. 묻는 나도 이 상황이 기가 막혀서 웃었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나이 서른다섯 먹고 담배 하나 피웠다가 들켜서 아버님한테 혼나고 방으로 쫓겨온 네가 귀여워서 그래ㅎㅎ"


나도 정확히 그 부분이 기가 막혀서 웃었는데 남편도 같은 포인트에서 웃겼나 보다.


아빠랑은 한 두어 시간 싸했지만 남편의 낄낄거림을 보며 나도 같이 낄낄 웃고 속상했던 기분도 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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