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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꽃언니 Sep 18. 2021

파를 다듬던 엄마의 마음은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도 행복했었을 수도 있었겠다

남동생이 집에 왔다. 쉬는 날인데 부대 잠깐 들렀다가 집에 왔다고 한다. 전투복 차림이었다. 전투복 차림의 동생은 항상 피곤해 보인다.


집에 찬거리 쇼핑하는데 아빠랑 남동생이 다녀왔다. 파가 두단. 왜 파가 두 단인가 물어보니 동생 집에도 파가 떨어져서 한단은 집에 들고 간다고 했다.


파를 단 채로 들고 가게 하기가 뭐해 다듬었다. 어떻게 다듬는 건지 결혼하고 육 년이 되도록 해본 적이 없지만 엄마가 하던걸 어슷하게 흉내 냈다. 엄마는 파를 꼭 바로 국에 넣을 수 있게 잘라서 통에 넣어 얼려주었다.


파를 막상 다듬기 시작하니 눈물이 찔끔 났다. 파 때문에 눈이 매워서였다. 양파만 그런 줄 알았는데 파도 눈이 매워지는지 처음 알았다. 그래도 큰 반찬통에 살뜰히 다듬어서 남동생 집에 가는 길에 챙겨주었다.


파를 가위로 썰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 생각 말이다. 엄마는 직장 생활하는 나 편하라고 이것저것 재료를 다 다듬어 챙겨주면서 수도 없이 눈물을 찔끔거렸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짠하고 슬퍼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재료를 준비하는 게 엄마에겐 하나의 기쁨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듬은 파를 남동생이 잘 먹겠다며 들고 가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남동생 내외가 직장생활을 하니 파를 다듬어주면 엄마 딸이었던 나처럼 국 끓일 때 한 줌씩 집어넣으며 편할 것이었다.


저녁에 남편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잠시 삐쳤다.


"남동생은 보이고 남편은 보이지 않니? 어머님처럼 행동하는 게 싫다고 했잖아."


나는 말했다.

 "파를 다듬으면서 내가 행복했어. 엄마도 아마 이런 마음이었을 것 같아."


남편은 알았노라고 하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파를 다듬는 엄마의 마음은 사랑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제야 이해하게 된 엄마의 사랑. 엄마가 이것저것 내게 못 챙겨줘서 안달일 때 필요 없어도 다 들고 올걸 그랬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는 것이 엄마의 기쁨이었다면 내가 그 기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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