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씻고 어머님한테 먼저 전화를 했다. 한참 제사 준비하고 계실 텐데. 명절에 못 가서 안부인 사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고 고마운 마음도 있어서. 무엇보다도 어머님이랑 남편이 화해하도록 해야겠다는 나름의 의무감도 있어서였다. 명절을 기분 좋게 웃으며 보내고 싶었다.
"어머님, 아침에 제사 준비하시죠? 못 가서 안부인사한다고 전화드렸어요."
"아이고 예쁜 며느리, 전화 아침부터 할거 없었는데. 천천히 하지 그랬어. 며느리도 제사 준비하느라 바쁘지? 슬퍼만 할 수는 없으니 며느리가 기운 내야 해. 그래그래."
"어머님, 명절이니까 오빠 전화 바꿔드릴게요."
나는 어머님이 뭐라고 말씀하실 새도 없이 남편에게 전화기를 넘겨주었다. 남편이 몇 번이나 전화했어도 받지 않던 어머니는 얼떨결에 남편과 통 하하며 멋쩍은 듯이 말했다.
"목소리 들으니 좋네"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통화를 곁에서 들으며 아침부터 명절이 훈훈했다.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