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호박(단호박) 파종시기
밤호박(단호박)은 재배 방식에 따라 파종시기가 달라진다. 봄 재배의 경우 육묘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정식 예정일보다 약 30일 전에 파종하면 된다. 시설하우스는 보온이 가능해 파종을 조금 앞당길 수 있고, 노지는 정식 후 늦서리를 피하기 위해 3월 중순 이후가 안전하다.
<재배 방식별 밤호박(단호박) 파종 시기>
시설하우스 재배 : 1월 하순 ~ 2월 하순
노지 재배 : 3월 중순 ~ 4월 초순
발아율을 높이려면 침종과 최아 과정을 거치는 것이 유리하다.
<침종과 최아 방법>
✔ 25~30℃ 물에 2시간 침종
✔ 25℃ 내외에서 약 40시간 최아
젖은 천이나 수건에 씨앗을 감싼 뒤 비닐봉지에 넣어두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좋다. 다만 40시간은 환경에 따라 길 수 있다. 뿌리가 너무 길어지면 파종할 때 손상되기 쉽다. 중간중간 상태를 확인해 최아시간을 조절한다.
매년 봄이 짧아지고 수확할 때면 이미 여름이 온 듯 더웠다. 그래서 올해는 작년보다 이르게 2월 초순에 밤호박 파종을 하자고 농부님과 의논했었다. 하지만 동장군이 마지막 힘을 쓰듯 눈을 퍼붓고 기온을 뚝 떨어뜨렸다.
눈이 녹고 기온이 조금 오르는 걸 확인한 뒤, 2월 11일에 파종을 마쳤다. 매년 반복하는 일이지만 올해는 마음이 조금 가벼웠다. 재배 평수는 그대로이나 파종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파종할 때 여러 일정과 겹쳐 허리를 펼 틈도 없이 바빴다. 숫자가 줄어드니 마음에도 여백이 생겨 파종하는 날 아침, 잡초 위에 맺힌 반짝이는 이슬마저 예뻐 보였다.
파종하기로 한 2월 둘째 주, 농부님은 육묘하우스를 갈아엎고 열선을 설치했다. 2월 9일에 침종과 최아를 시작했고, 다음 날 바로 심을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올해는 상토에 바이오차(숯)를 조금 섞어보기로 했다. 연작 피해 완화, 산성화 방지, 유효미생물 증가,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토양개량제라고 한다. 토양에 쓰는 자재를 상토에 섞어도 괜찮을지 고민은 있었지만, 직원인 나는 사장님인 농부님 말을 믿고 바이오차를 조금씩 섞어 트레이에 상토를 담았다. 씨앗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첫눈을 뜨면, 녀석들도 건강하게 자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면서.
트레이에 상토를 채우는 동안 오전에 면사무소에 일이 있어 출타했던 농부님이 도착했다. 농부님이 트레이에 담긴 상토에 물을 뿌려 적시면 파종을 시작했다.
올해는 최아가 성공적이다. 농부님이 10시간 간격으로 뒤집어가며 신경을 썼다고 한다. 골고루 적당한 길이로 고개를 내민 하얀 뿌리. 하지만 몇몇은 유난히 길게 뻗어 있었다. 전기담요의 열을 요령껏 독차지한 녀석들이다. 숨을 멈추고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심는다. 부러지면 속상할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다. 밤호박 재배 10년 차지만 이런 순간은 여전히 긴장된다. 상토로 한 번 더 덮고 열선 위에 활죽을 꽂아 만든 작은 터널에 길게 늘어놓는다. 다시 물을 주고, 터널 위에 이불을 덮어 밤 기온으로부터 지켜준다.
작년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파종이었지만, 이후부터는 결코 가벼워질 수 없다. 낮 기온은 봄처럼 따뜻해졌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떨어진다. 그래서 요즘은 멀리 나가지 않는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더라도 해 지기 전에 돌아와 이불을 덮는다. 열선 온도도 조절해야 해서 집을 떠나는 게 쉽지 않다. 농부가 되면 시간이 자유로울 거라 생각했지만 직접 마주한 농사는 그렇지 못했다. 파종 이후 상토 속에서 씨앗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매일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2월이지만, 파종과 함께 땅끝보배농원의 봄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