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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아내 Dec 20. 2024

오다 주웠다, 개망초


산책을 나갔다가 아이들은 "계란꽃"이라 부르는 "개망초"를 만났다. 시골길을 걷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잡초라서 뽑으려고 해도 뿌리가 깊어 쉽게 뽑히지도 않던 꽃이었다. 산책길에서 만나 정확한 이름을 알고 싶어 사진검색을 해 보니 "개망초"였다.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라고 한다. 다정다감한 그대의 마음,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오게 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꽃이 주는 의미가 생각보다 크다. 너무 흔해서 별생각 없이 바라보다가 검색해보고 나니 며칠 전 첫째와 다툰 일이 생각났다.




2살, 3살이던 두 딸을 데리고 귀농을 하고 아이들 머리카락은 직접 다듬어 주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미용실을 다니지만, 자주 손질이 필요한 앞머리는 그동안의 실력으로 집에서 잘라 주었다. 며칠 전에도 사춘기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첫째가 앞머리를 다듬어 달라고 했다. 첫째는 앞머리를 자르고 나면 뒷말이 너무 많다. 언제까지 내가 잘라 줄 순 없다는 핑계를 대고 직접 해 보길 권했고, 소심한 첫째의 성격답게 쥐꼬리만큼만 잘랐다. 조금밖에 자르지 않은 앞머리는 금세 자랐고, 지난번에 자기가 실패했으니 이번엔 엄마가 잘라달라고 했다. 내가 보기엔 괜찮았는데 본인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괜찮던데? 이번에도 네가 해 봐~"

"아니에요. 엄마가 해 주세요"


살살 꼬드기면 첫째가 다듬을 것도 같았는데 그런 과정들에 쏟을 에너지가 없었다. 엄마가 손질해 주고 난 뒤에 투덜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내가 가위를 들었다. 하기 싫은 마음이 아이의 앞머리에 그대로 드러나버렸다. 가위질을 하면서도 뭔가 불안하더니 사선으로 잘라 버렸다. 그날 저녁, 긴장된 마음으로 아이를 살폈으나 아무 말이 없었다. 사건은 뒷날 아침에 터졌다.


"이렇게 잘라 놓으면 어떡해요~!"

"아무도 니 앞머리에 관심 없어"

"친구들이 놀린단 말이에요 ㅜㅜ"


어젯밤에는 제대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학교에 가려고 단장을 하면서 앞머리를 빗다 보니 한쪽만 눈썹 위로 올라간 앞머리를 빗으로 계속 빗어 내리면서 손으로 꾹꾹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러고 학교에 어떻게 가나며,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어젯밤에는 아무말 않더니 바쁜 아침에 말하면 어쩌냐는 곱지 않은 말이 오갔다. 꼬맹이일 땐 사선으로 잘라도 신경쓰지않더니 사춘기가 무섭다. 겨우 달래서 학교에 보내긴 했는데 미안했다.

 



산책길에 개망초를 한참 바라보다가 꺾어서 첫째에게 선물할까 고민했다.


"오다 주웠다~"


다발을 만들어 선물하고 그 의미를 설명해 주면 첫째의 마음도 조금 수그러들까?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무뚝뚝한 엄마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못한다. 대신 첫째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으로 아이의 마음을 달래 줬는데 알아챘나 모르겠다.





개망초는 붉고 강렬한 색상의 꽃들에 비해 색상이 주는 매력도 덜하고, 꽃의 크기가 작다 보니 강하게 시선이 끌리는 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존재감에 비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꽃이었다. 누군가와 비틀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화해"의 꽃말을 지닌 개망초를 선물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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