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방문을 열고 거실의 찬 공기가 안방으로 들어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바라며 말한다.
얘들아, 일어나~ 아침이야~
짜증 섞인 몸짓으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잡아당기는 1번과 미동도 없는 2번. 한번 더 일어나라고 말한다. 잠깐 방문 앞에 서서 기다린다. 들릴 때가 됐는데..
일어날 거예요!
신경질적인 1번의 목소리가 드디어 나왔다. 루틴 같은 우리 집 아침 기상 풍경이다. 나이가 한 자리 숫자일 때는 일어나라고 깨우면 눈 번쩍 뜨고 잘만 일어났는데 언젠가부터 미적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날 선 반응이 먼저 나온다. 남은 잠은 아빠가 깨우는 걸로 하고 아침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간다. 아이의 날 선 반응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아침을 준비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겨우 깨워서 아침을 먹기 위해 우리 네 식구 식탁에 둘러앉았다. 개운하지 않은 기상이었던 건지 아니면 잠을 제대로 못 잔 건지 1번의 얼굴 표정이 좋지 않다.
잘 잤어?
아니요!
"아니요"라는 말이 돌아올 걸 짐작했지만 엄마라는 직업에 충실하기 위해 일단은 건넨 인사말이다. 짐작이 틀리지는 않았다. 한숨을 쉬며 자기가 왜 잠을 못 잤는지 투덜투덜 시작한다. 잠버릇이 좋지 못한 2번이 자면서 발로 찼다, 2번이 팔을 뻗고 자서 공간이 부족했다, 자기 이불 두고 내 이불을 가져갔다 등등등. 매일 아침 꿀잠을 못 자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이제는 식탁에 차려진 아침을 보고 마중 입이 된다. 아침을 가볍게 시리얼이나 빵으로 대충 먹었는데 2번이 교정을 하면서 치과의사의 권유로 샌드위치, 샐러드나 고기(주로 닭고기, 아침부터 돼지나 소를 만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견과류, 과일 위주로 아침 식단이 바뀌었다. 식단이 바뀌고 닭가슴살을 미처 주문을 못해 고기가 빠지면 1번의 투덜이가 튀어나온다. 풀떼기를 무슨 맛(꼬옥 꼬옥 씹으면 고소하고, 소스도 듬뿍 뿌려 주는데...)으로 먹냐, 고기 없으면 먹기 힘들다 등등등. 아침 식탁에서 뱉어내는 말들과 짜증이 온 가족에게 전염이 된다.
정말 싫다. 잠을 제대로 못 자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도 너의 몫이고, 아침 식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굶고 가면 될 것 아닌가. 불평을 듣고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떤 날은 참지 못하고 굶고 가라며 아이 앞에 차려진 접시의 음식을 버린 적도 있다. 나이가 한 자리 숫자일 때는 눈물을 터뜨리더니, 두 자리 숫자가 되면서부터는 눈을 흘기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雅惡時撥
며칠 전 SNS에서 본 말이 떠올랐다. 맑을 아(雅) 미워할 오(惡) 때 시(時) 다스릴 발(撥). 미워하는 마음도 맑게 다스릴 때이다. 그 문구를 보자마자 공감 100%, 요즘의 나에게 던지는 말인 것 같았다. 사춘기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1번의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면 나의 갱년기가 또 참지 못한다. 욱 하는 성질이 갱년기와 만나 사춘기와 전쟁을 하는 풍경이 우리 집의 아침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해도 아이를 깨우고 밥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아 아이의 불평과 짜증을 받아내려니 매일 아침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밉고 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럴 때마다 숨을 깊게 들이키며 문구를 떠올린다.
다스려야 한다. 다스려야 한다. 다스려야 한다.
아오시발, 사춘기 언제 끝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