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줄 거예요? 딜은 계속된다

전지적 초보농부아내 시점

by 농부아내


고령화가 진행된 시골에서 노동력은 귀하다. 인력시장엔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고 몸값 또한 나 같은 소농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래서 한창 바쁠 시기에는 농부님과 둘이서 몸을 갈아 넣어 농사를 지어야 한다. 도시에서는 중년, 시골에서는 한창인 젊은 나이에 속하는 지라 지금까지는 이 한 몸 불태워가며 농사를 짓고 있지만, 앞으로는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긴 하다.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에도 역시나 일은 많고 손이 부족해 시간을 쪼개가며 일을 했었다.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이들도 팬데믹으로 가정보육을 하고 있어 분신술을 배우고 싶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마당에서 뛰놀고, 집안에서 장난감 가지고 노는 데도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쯤, 농부님이 아이들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딸들 : 지루하고 심심해요~

아빠 : 아빠 일 도와줄래?

딸들 : 뭐요?


창고로 옮기지 못한 만차량 단호박을 하우스 밖으로 들고 나오는 일이었다.


아빠 : 일이니까 하나 옮길 때마다 50원~! 콜?

1번 : 너무 하네~ 100원!





집 주변에는 논과 밭, 주택들만 있고 편의점도 없는 깡시골이라 아이들의 수중에 돈이 있어도 쓸 일이 없었다. 쓸 곳은 없어도 주머니가 두둑하면 기분이 좋은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걸까. 당시 7살이었던 1번은 아빠에게 딜을 시도했지만 실패~! 하나 옮길 때마다 50원씩 받기로 하고 열일했던 아이들.





농부님은 이후에도 아이들이 지루해할 때마다 데리고 나가 일을 돕게 하고, 아이들의 주머니를 채워 주었다. 지루한 아이들의 시간도 빨리 흐르고 경제교육까지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2020년에 농부님과 함께 일을 하고 대가를 받던 아이들은 2025년 벌써 초등 4학년, 초등 5학년이 되었다.


아빠 : 아빠 좀 도와줄래?

딸들 : 얼마 줄 거예요?


농부님의 SOS 요청에 이제 아이들은 떳떳하게 대가를 요구한다. 노동을 했으니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가끔 매몰차게 들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먹고 자는 모든 것을 위해 하는 일인데 서운하기도 하다. 아이들이 일을 돕는다는 것은 일을 더 늘릴 때가 많아서 나는 도와달라는 말을 자주 하진 않는다. 하지만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도 일손이라고 혼자서 일 할 때보다는 수월하게 일을 마무리 지을 때도 있다. 고학년이 된 최근에는 손이 많이 야무져진 덕분에 자주 도와달라고 하고 싶은데 아이들도 몸값이 비싸졌다. 딜을 하는 요령도 좋아져서 쉽사리 고용하기가 어렵다. 봄 농사를 준비를 하고 있는 오늘도 마음 단단히 먹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밖에 일 좀 도와줄래?

얼마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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