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동들이 이상하다.
봄동이라 함은 씨앗봉투의 이미지처럼 꽃처럼 둥글게 잎이 옆으로 퍼져 자라는 것이라 알고 있었다. 일반 배추처럼 결구가 되지 않고 옆으로 촤악~ 퍼져서 자라고, 겨울을 이겨내 아삭하고 달달한 맛이 좋은 봄동. 내가 아는 봄동은 그러했다.
작년보다 늦은 10월 초에 파종하고, 솎음을 거쳐 11월 초가 되니 부쩍 자랐다. 가을 텃밭을 꾸리기 시작할 때 본농사가 바빠 밑거름을 못해 배추 재배와 동일하게 웃거름까지 챙겨 주었다. 수능 한파도 없던 올해 11월은 따뜻했다. 그래서일까. 11월 23일, 봄동이 결구가 되어간다. 타 지역에는 첫눈이 폭설로 내려 여기저기 하얀 눈세상 사진이 업로드되는 시점에도 여전히 나의 봄동은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다.
시골이라 자주 갈 수 있는 마트가 아니다. 읍까지 차를 끌고 가야 마트를 갈 수 있어 장 보는 날은 한 짐 가득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기간이 짧아 구하기가 어려워 텃밭에 키우기 시작한 봄동. 봄동이 처음으로 텃밭에 발을 들여놨던 작년에는 그나마 잎이 옆으로 퍼져 내가 알던 모습으로 자랐다. 속이 샛노랗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첫 재배에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며 수확을 했었다.
결구를 시작한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뽑아서 쌈 싸 먹을까, 아니면 더 추워지면 잎이 옆으로 퍼지면서 결구가 멈추려나. 봄동 자체가 뿌리가 약하다고 하던데 반 결구 상태로도 매서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달큰한 봄동을 먹고 싶어서 파종했는데 겨우내 사망해 버리면 속상할 것 같다.
아직 텃밭에 머무르는 시간이 남긴 했다. 텃밭지기 3년 차라 여전히 자람새만으로 예단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작물의 결과란 모름지기 수확까지 가봐야 아는 것. 또다시 기다림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