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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아내 Nov 29. 2024

내가 알던 네가 아니야, 봄동


나의 봄동들이 이상하다.





봄동이라 함은 씨앗봉투의 이미지처럼 꽃처럼 둥글게 잎이 옆으로 퍼져 자라는 것이라 알고 있었다. 일반 배추처럼 결구가 되지 않고 옆으로 촤악~ 퍼져서 자라고, 겨울을 이겨내 아삭하고 달달한 맛이 좋은 봄동. 내가 아는 봄동은 그러했다.





작년보다 늦은 10월 초에 파종하고, 솎음을 거쳐 11월 초가 되니 부쩍 자랐다. 가을 텃밭을 꾸리기 시작할 때 본농사가 바빠 밑거름을 못해 배추 재배와 동일하게 웃거름까지 챙겨 주었다. 수능 한파도 없던 올해 11월은 따뜻했다. 그래서일까. 11월 23일, 봄동이 결구가 되어간다. 타 지역에는 첫눈이 폭설로 내려 여기저기 하얀 눈세상 사진이 업로드되는 시점에도 여전히 나의 봄동은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다.





시골이라 자주 갈 수 있는 마트가 아니다. 읍까지 차를 끌고 가야 마트를 갈 수 있어 장 보는 날은 한 짐 가득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기간이 짧아 구하기가 어려워 텃밭에 키우기 시작한 봄동. 봄동이 처음으로 텃밭에 발을 들여놨던 작년에는 그나마 잎이 옆으로 퍼져 내가 알던 모습으로 자랐다. 속이 샛노랗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첫 재배에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며 수확을 했었다.


결구를 시작한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뽑아서 쌈 싸 먹을까, 아니면 더 추워지면 잎이 옆으로 퍼지면서 결구가 멈추려나. 봄동 자체가 뿌리가 약하다고 하던데 반 결구 상태로도 매서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달큰한 봄동을 먹고 싶어서 파종했는데 겨우내 사망해 버리면 속상할 것 같다.

아직 텃밭에 머무르는 시간이 남긴 했다. 텃밭지기 3년 차라 여전히 자람새만으로 예단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작물의 결과란 모름지기 수확까지 가봐야 아는 것. 또다시 기다림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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