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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아내 4시간전

너는 왜 이 모냥이냐, 단호박


봄과 가을에 밤호박을 재배해 온 지 8년 차. 농알못 상태에서 시작한 밤호박 재배인지라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매년 달라지는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도 해야 해서 쉽지 않은 농사였다. 그중에 올해 가을에 만난 이모냥(너는 왜 이모냥이냐.. 싶어서 내가 붙인 이름, 일반 단호박인 듯) 단호박은 8년 동안 밤호박을 키워 오면서 처음 만난 녀석이다.





만차량 단호박처럼 길게 생기면서 매달려서 자란 이모냥 단호박. 이 녀석만 매달려 자라고 있고, 그 줄기에 다른 호박은 없었다. 독식해서 자라고 있던 이모냥 단호박을 11월 6일에 수확했다. 밤호박과 다른 생김새와 사이즈를 지닌 이모냥을 어째야 하나.. 밤맛이 나서 밤호박인데 이모냥은 아무래도 일반 단호박인가 보다.


단호박은 후숙을 해야 단맛이 올라오기 때문에 일단은 부엌 구석에 모셔 두었다. 10일이 지나갈 때쯤, 부엌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요녀석이 자꾸만 걸리적거린다. 단맛은 대기업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 호박죽을 끓였다.





호박을 삶은 뒤 쌀을 불리는 대신 햇반을 데워서 함께 윙~~~~~~ 껍질을 얇게 깎아서 노랑노랑하지 않고 약간 연둣빛이 도는 호박죽이 되었다. 이모냥 단호박이 사이즈가 어찌나 큰지 1/4만 호박죽으로 사용했다. 우리 네 식구의 든든한 아침이 되었다.





그 외에도 제육볶음, 볶음밥, 국수에 넣어 먹었다. 남은 것은 국거리용으로 사용하려고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 중이다.


밤호박과 함께 자라 사이즈가 크고 생김새가 달라서 왜 이모냥이냐며 비아냥거리고 구박했지만 쓰임새가 정말 다양했던 이모냥 단호박. 일반 단호박들과 함께 자랐다면 얼마나 실하게 잘 자랐냐며 뿌듯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외모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며 자라는 환경 또한 역시 중요하다는 걸 또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주부인 내 품에 안긴 이모냥 단호박은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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