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채소를 좋아한다.
쌈채소 중에서도 흔한 상추를 좋아한다. 상추도 종류가 여러 가지라는 건 귀농하고 텃밭을 가꾼 뒤에야 알았다. 마트에서 살 때는 상추 모양새만 보이면 덥석 집어 바구니에 담을 뿐 이 녀석들이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올해 가을 텃밭에 심은 상추 친구들이다.
아삭이 적생채, 흑상추 삼복먹치마, 적상추 오향적치마, 청상추 한밭청치마, 청로메인, 적축면 그리고 적겨자까지 심었다. 다양한 종류의 상추 맛이 보고 싶어서 모종을 골고루 구입하고, 갖고 있는 씨앗도 직접 모종을 만들어 심었다.
비슷해 보이는 상추들이지만 제각각 이름이 있고, 맛도 조금씩 다르다. 아삭이 적생채는 잎이 넓고 텃밭에 심은 다른 상추들에 비해 두꺼운 편이다. 흑상추 삼복먹치마는 잎의 주름이 많이 없고, 적로메인 느낌으로 자랐다. 적상추 오향적치마는 적당한 두께와 잎이 타원형으로 자랐다. 치마 종류의 상추들이 타원형으로 길게 자라는 것 같다. 쌈을 먹을 때 상추는 초록색이어야 한다는 둘째를 위해 심었던 청상추 한밭청치마. 그리고 아삭함이 좋아서 매년 봄과 가을 텃밭에 빠지지 않는 청로메인. "상추"하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 모습 그대로 자라는 적축면까지 텃밭에 골고루 심었다.
내 입맛엔 "청"이 들어가는 상추보다 "적"이나 "흑"이 들어가는 상추가 더 맛있어서 적상추, 흑상추 종류가 더 많긴 하다. 텃밭을 가꾸고 모종을 심고 상추를 키워 보지 않았다면 상추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을 것이다. 아마 더 다양한 상추들이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이름에 걸맞은 모양새를 지닌 상추들을 보고 있자니 내 친구들을 떠올리게 된다. 인간관계의 폭이 좁고 깊게 알아가길 원하는 성향 덕분에 나에게는 상추만큼 다양한 친구들이 없다. 낯가림도 심한 편이라 해남으로 귀농해서 알게 된 지인도 거의 없다. 친구와 지인이 많은 삶이란 어떨까, 가끔 생각해 보지만 피곤할 것 같다. 때론 활달한 성향의 사람들을 흉내 내며 바깥 생활을 해보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집에 오면 바로 벗어던진다. 텃밭에서 잡초라도 뽑으며 텃밭 친구들과 놀 때가 제일 행복하고 힐링이다. 인간 친구들은 적지만 텃밭 친구들이 많아서 좋다. 내년에도 나는 더 다양하고 많은 친구들을 텃밭에 들여놓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