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영상으로 배운 멜론재배를 접어야 했던 이유

전지적 농부아내 시점

by 농부아내


2020년 5월, 농부님이 농협기술센터 직원들과 곡성을 다녀오더니 멜론을 키워보자고 한다.


갑자기? 멜론???


봄과 가을에 밤호박만 키우다 보니 두번째 작물을 찾고 있던 중에 곡성에 다녀오고선 재배해 보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귀농 5년차에 두번째 작물로 멜론재배에 도전하게 되었다.


해남에서도 멜론을 재배해?


2017년부터 멜론을 재배한 농가들이 몇 군데 있었지만 많은 농가가 재배를 하는 건 아닌 듯했다. 2025년, 현재는 기후변화로 멜론 재배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 2020년이었던 당시에 두번째 작물을 시도해 보는 건 좋았으나 막상 재배법을 모르니 불안하고 두려움이 컸다.


곡성 멜론 농가에서 재배법을 배워온 거야?


막상 멜론을 키우기로 결정이 나니 어찌할지 몰라 농부님한테 물었다. 말없이 교육자료집처럼 생긴 책 한 권을 내 손에 올려 주었다. 중요한 기밀문서를 가져온 것처럼 살포시 건네더니 나와 책을 번갈아본다.


이걸 읽어보라고?


곡성의 농가까지 찾아갔으면 비법이라도 전수를 받아오든지, 비법을 안 알려주면 재배법이라도 제대로 배워 왔어야지, 그것도 힘들면 농가 어르신의 핸드폰 번호라도 받아왔어야지, 꼴랑 책 한 권으로 멜론을 키워보자는 농부님. 헛웃음만 나온다. 책이라도 받아왔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야 할 지경이었다. 그래, 기왕 가져온 책, 열심히 읽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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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법에 대해서는 간단한 설명만 있고 실험에 의한 데이터와 그 결과물에 대한 설명이 훨씬 많았다. 처음으로 재배해 보는 입장에서 숫자와 그래프보다는 멜론의 생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육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람새에 따라 사람의 손으로 어떤 것들을 해 줘야 하는지, 멜론은 하나의 줄기당 몇 개나 열리는지~ 등등 멜론이라는 녀석의 생을 이해할 수 있는 도움이 필요했다. 내가 기대했던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부터 검색창을 붙들고 멜론 재배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멜론 재배의 전문농가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문서들을 읽었다. 농부님이 가져온 책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디테일했다. 유인줄에 돌돌돌 감아서 유인을 하라는 글을 봤다. 이게 뭔 말인가 싶었다. 줄기를 유인줄에 어떻게 돌돌돌 감아? 고정을 어떻게 시켜? 얼마나 팽팽하게 당겨 유인해야 하지? 등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의 답을 파헤치기 위해 검색 또 검색했다. 하지만 사진과 글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영상들이 넘쳐나던 시기였기 때문에 믿음이 가지 않아 처음부터 영상자료를 찾지는 않았다. 영상보다는 글에 익숙했고, 글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농사일은 그렇지 못했다. 사진과 글보다 더 디테일한 설명에는 영상자료가 딱일 것 같아 갓튜브에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영상을 보고 나니 아무것도 모르던 때보다는 긴가민가 하는 마음가짐은 되었다.





그렇게 글과 영상으로 배운 멜론재배가 첫 재배치곤 그럴싸한 성적을 거뒀다. 처음으로 재배한 거라 판로가 없어서 판매가 많이 되지 않아 블로그에서 나눔을 했다. 다들 마트표 멜론과는 다르게 맛있다며 입을 모아 얘기했다. 그렇게 어깨 뽕이 차 오르고 글과 영상으로 배운 실력만으로 2년을 더 멜론과 함께 했다.


매년 재배량을 줄였다. 멜론이 농장의 상황과는 맞지가 않았다. 유통을 고려한 마트표 멜론과 달리 적당한 시기에 수확해 단맛이 최고조로 올랐을 때 배송하는 산지직송의 멜론은 참말 맛있었다. 맛있었지만 바로 판매가 되지 않으면 며칠 안에 물러졌다. 그렇다고 덜 여문 상태에서 수확해 판매하기엔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판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량의 멜론 재배는 여러 모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또한 배송사고도 있었다. 꼼꼼히 포장한다 해도 열혈 택배기사님들의 힘은 감당할 수 없었다. 포장재에 대해 투자가 필요했지만 수확량과 판매량 대비 리스크를 감당하기엔 멜론이 우리 농장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2023년까지만 멜론을 재배해 판매했다. 농부님이 언젠가 다시 멜론을 재배하자고 말할지도 모르니 재배법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은 텃밭에서 아기멜론과 식구들 먹을 만큼만 키우고 있다. 요즘도 가끔 우리 농장 멜론맛을 잊지 못해 찾으시는 분들이 있지만, 우리가 충분히 소화가 될 때를 기약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한 방법이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농장 환경에서 최선으로 키워 냈다. 멜론을 먹어 본 고객님들의 반응 또한 좋아서 매년 키우고 싶었지만 포장이슈가 있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우리의 상황과는 맞지가 않아 두번째 작물로 선택되진 못했지만 3년간의 재배경험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처음 재배해 보는 멜론을 글과 영상만 보고 독학으로 키워내 스스로에게도 성취감과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어떤 작물을 선택해서 재배하더라도 이제는 농알못이라 느끼게 되는 두려움은 없어진 듯하다. 귀농 9년차. 여전히 우리의 상황과 맞는 작물을 찾아 헤매고 있다.


어딨니~ 둘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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