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농부아내 시점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꿈꾸지만, 과연 농사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우리의 경우 쉽지 않았다. 기본적인 생활비뿐만 아니라 농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각종 비용(비료, 종자, 농기계, 병해충 관리 등)을 고려하면 밤호박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밤호박을 재배하는 것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대농이 되어야 했지만 우리는 소농 중의 소농이었다. 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얻기 위해선 투자도 필요했고, 농사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과의 싸움이었다. 기후 변화, 병충해 등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요소들과 판로 확보 문제까지 있었다. 그 속에서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우리는 농산물을 가공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2022년, 우리는 "밤호박 젤라또"라는 아이디어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두번째 기회를 잡았다. 첫번째 기회였던 "단호박 호떡"에서의 실패를 기억하고 교훈 삼아 직접 가공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기회였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고 잘 활용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다. 젤라또 관련 교육도 많이 받았고, 농산물의 조건에 따라 최적의 배합을 찾기 위해 연구도 해야 했다. 그리고 젤라또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만이 아니라, 위생과 안전 관리부터 원료 조달, 가공 설비, 판매 전략까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축산 관련 서류 준비, HACCP(햇섭) 교육 이수, 시설 검사를 받으며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히 맛있는 젤라또를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상품으로써 판매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추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직접 시장조사를 하며 다른 지역의 유명한 젤라또를 먹어보고, 온라인 판매를 하는 업체들의 제품을 구매해 포장과 디자인까지 연구했다. 브랜드 컨셉과 스토리를 만들고, 잠을 줄여가며 젤라또의 맛과 품질을 개선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젤로 젤라또"였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젤라또라는 차별성을 가지고, 우리는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3년 6월, 밤호박, 고구마, 라이스 젤라또 세 가지 맛이 해남 로컬푸드에 입점하며 첫 성과를 이루었다. 이어서 7월에는 지원사업을 통해 해피빈 펀딩을 진행했고, 목표의 980%를 달성하는 기적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후 각종 박람회에 참여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젤로 젤라또를 알릴 기회를 가졌다. 그해 12월에는 딸기, 옥수수, 무화과까지 추가하여 총 여섯 가지 맛의 젤라또를 선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2024년, 해남뿐만 아니라 순천과 나주의 로컬푸드 매장에도 입점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젤라또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소규모 생산, 낮엔 농사짓고 밤에는 젤라또를 생산해야 하는 체력적으로 버거운 이중 노동, 지속적인 품질 유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해 있지 않을까.
단순히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 해남의 농산물을 알리고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젤라또 한 스푼이 지역 농부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결과물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노력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는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간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더 많은 곳에서 젤로 젤라또를 만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