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농부아내 시점
직접 재배한 밤호박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싶었다. 농사를 지으며 가공사업을 위한 조건들을 갖추기 위해 농부님이 교육도 듣고, 배워야 할 것들도 배우며 차곡차곡 준비를 해왔다. 2019년, '단호박 호떡'이라는 아이디어로 100%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어 꿈에 한 걸음 다가설 기회를 얻었다.
먼저 호떡소 레시피를 개발해야 했다. 한 대학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해 총 다섯 가지의 레시피를 받을 수 있었다. 실물 샘플과 레시피를 함께 함께 받을 줄 알았으나 '서면'으로만 받아 당황스러웠다.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시식하며 대중적인 맛을 찾으려고 했다. 고민 끝에 통깨가 들어간 호떡이 가장 무난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레시피 개발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들어 혹 다음에 다른 가공사업을 한다면 레시피는 직접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비가 없었기 때문에 OEM 방식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레시피를 전달한 뒤 호떡 샘플을 받아 먹어보니 단맛이 너무 강해 단맛을 조금 줄여서 만들기로 했다. 호떡소는 제빵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된 제빵사님의 도움을 받아 자체 생산해 서울 업체로 보냈다.
호떡소를 받아 본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사장님, 소가 너무 되직한데요?"
"아.. 그럼 제품 생산이 힘들까요?"
"되직한 상태라 압출기에서 나오기가 힘들어요. 소가 덜 들어갈 수가 있어요"
"안 되는 건 아니네요? 그럼 진행해 주세요~"
농번기였던지라 해남에서 서울로 올라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리스크는 우리가 감수하기로 하고 생산을 강행했다.
만 개가 넘는 냉동호떡이 생산되어 냉동고에 쌓였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박스를 열어 완제품을 확인했다. 몇 개를 집에 가져와 데워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너무 달지도 많이 기름지지도 않아서 커피와 함께 먹으니 아침 대용으로도 괜찮을 듯했다. 몇 봉지 뜯어서 먹었지만 호떡소가 부족한 호떡은 발견을 못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었다. 평도 괜찮았다. 그러다 우연히 집에서 아이들 주려고 데웠는데 소가 있는 둥 마는 둥, 그런 상태의 호떡을 발견했다. 입안에서 스쳐 지나간 호떡소는 맛을 알 수도 없었다. 기대했던 퀄리티를 유지하지 못해 어찌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때부터 농부님은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호떡을 팔기 시작했다. 다행히 해남군에서 참여하는 박람회에 함께 참석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주어졌고 봉지를 뜯어 즉석에서 데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호떡은 잘 팔렸고 냉동고의 호떡 중 일부를 소진할 수 있었다.
농부아내의 시점에서 보자면 아마도 봉지를 뜯어서 확인하지 않는 이상 호떡소의 상태를 확인할 수가 없어서 농부님이 선택한 방법이지 않았을까. 서울과 여러 지역을 오가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 방법도 한계가 있었다. 참석가능한 박람회가 정해져 있어 더 이상 판매가 불가능했다.
결국 우리 손에 남은 것은 냉동고에 쌓인 냉동 호떡이었다. 남은 물량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히 우연한 기회에 좋은 판매처를 만나 저렴한 가격으로 재고를 전부 소진할 수 있었다. 처음 계획했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사업은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전지적 초보 사업가 아내의 시점
많은 귀농인이 가공식품 사업을 통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신선하다고 해도 이미 시장에 유사 제품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차별화된 제품을 만든다 해도 대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마케팅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우리도 건강한 단맛을 강조한 ‘단호박 호떡’을 개발했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했고,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생산한 호떡소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 게다가 시장조사나 타깃 설정 없이 제품 개발에 집중한 탓에 유통과 판매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지원사업이 아니었다면 더욱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지원받아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그 경험은 값진 교훈을 남겼다. 단순히 농산물의 가공품을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타깃 시장을 명확히 설정하고,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차별화된 유통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단호박 호떡은 생산하지 않는다. 준비가 부족했고, 장기적인 비전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단호박 호떡’이 불티나게 팔려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라면 우리는 실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성공은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실패를 교훈삼아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 우리는 그 기회를 또다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