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웃거름 주는 시기
입춘이 지났지만 뒤늦은 한파로 조금은 쌀쌀했던 2월 11일.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지만,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던 마늘들을 깨울 때가 되었다. 옷을 두툼하게 껴입고 장화를 신고 텃밭으로 나섰다. 찬 바람이 뺨을 스쳤지만, 남편이 호주머니에 넣어준 핫팩으로 마음만큼은 포근했다. 마늘밭 주변의 잡초를 뽑으며 웃거름을 줄 준비를 했다. 오후가 되니 하늘이 잔뜩 흐려졌고, 비가 올 것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이런 날은 웃거름을 주기에 딱 좋은 날이다. 비가 오면 웃거름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마늘들이 흡수하기 좋기 때문이다. 물을 주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것도 작은 행운이었다.
마늘은 겨울을 이겨내고 자라는 작물이다. 심고 나면 긴 시간 기다려야 하지만,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이맘때쯤, 마늘은 다시 새 잎을 만들어내기 위해 충분한 양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2월 중순쯤 되면 웃거름을 줘야 한다. 웃거름이란 작물이 한창 자랄 때 추가로 주는 비료를 말하는데, 마늘의 경우 두세 차례에 걸쳐 웃거름을 주면 더욱 튼튼하게 자란다. 첫번째 웃거름은 0℃가 3일 이상 지속되는 2월 중순에, 그리고 2~3주 뒤인 3월 초중순에 두번째 웃거름을 준다. 이 과정이 지나고 나면 마늘은 점점 힘을 얻어 잎을 뻗고 구근을 단단하게 키운다.
웃거름으로는 주로 요소비료나 질소 성분이 많은 비료를 사용한다.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으니 적당량을 골고루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손에 요소를 한 움큼 쥐고 마늘 줄기 사이사이에 살살 뿌렸다. 촤악, 촤악. 비료가 멀칭 비닐 위에 떨어지며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텃밭에 봄을 재촉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겨울에는 쓸쓸하고 한적했던 텃밭이지만, 마늘 웃거름을 주고 나면 봄이 성큼 다가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마늘을 키우기 시작한 건 2018년부터다. 처음에는 작은 텃밭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마늘 농사의 매력에 빠졌다. 그러나 허리 통증이 심해 2023년에는 마늘을 심지 못했다. 그 한 해 동안, 유기농 마늘종을 먹지 못한 것이 얼마나 아쉽던지. 그래서 작년부터 다시 마늘을 심기 시작했다. 한겨울, 폭설에 파묻혀서도 꿋꿋이 자라는 마늘의 끈질긴 생명력은 언제 봐도 경이로웠다.
텃밭의 봄을 맞이했던 웃거름을 준 다음 날,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렸다. 새벽부터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렸고, 나는 텃밭이 걱정되어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갔다. 마늘들이 더욱 싱그러워진 모습으로 서 있었다. 어제 뿌려둔 웃거름이 빗물에 녹아 스며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빗방울이 마늘잎에 맺혀 반짝였고, 텃밭의 흙은 부드럽게 젖어 있었다. 이 비가 마늘들에게 생명의 물이 되어줄 것이라 믿으며, 나는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요한 아침, 빗소리가 텃밭을 감싸고, 마늘들은 조용히 봄을 향해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