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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Aug 03. 2016

『우주복있음, 출장가능 』X『새벽의 약속』

어크로스 더 유니북스

1.

로봇이 햄버거를 만들고 무인자동차가 도로를 그레이트 트럭 운전사처럼 몰고 다니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SF소설은 이미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빠르게 과학기술이 발전할 줄 알았다면 그 옛날, SF소설을 시작한 이들은 작품의 배경 숫자를 조금 더 크게 잡았을 것이다. 


그 옛날을 한 번 더 떠올리면 SF소설의 황금기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세 작가가 있었다. 아이작 아시모프와 아서 C.클라크, 그리고 로버트 하인라인. 이 세 사람은 SF 분야에서 각기 다른 평가를 받았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쓴 작품에서 인정을 받았고, 아서 C.클라크는 과학적 사고와 미래를 깊이 파고든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로버트 하인라인은 SF소설에서 소설이 주는 재미에 집중한 작가로 평가를 받았다. 그런 로버트 하인라인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가 바로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이라는 작품이다. '군산이 낳고 대한민국이 키운 박명수!!' 이런 표어처럼 '지구가 낳고, 우주가 키운 킵!!'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작품이 '어크로스 더 유니북스' 여섯 번째 시간에 이야기 나눌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킵은 우주에 너무나 가고 싶어 하는 학생이다. 하지만 우주에 가려면 많은 돈이 들었고 아버지는 왜 그 돈이 없는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을 해주는 친절함(벌써 SF적이지 않는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친절과 논리에 비해 통장 잔액은 형편이 없어서 아들의 우주여행을 지원해주지 못한다. 킵은 '돈을 주지 못할 거면 잔소리라도 주지 말 것이지….’라며 불평을 하며 스스로 우주에 갈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 킵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작의적이라 생각하는가? 소설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세계적인 비누회사에서 달여행(다시 말해두지만, 이 소설은 SF소설이다. 달 여행쯤은 누구나 돈만 내면 쉽게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전액 지원 이벤트를 연다. 이벤트의 내용이 무엇인고 하니 비누 회사의 비누 포장지에 주제에 맞는 표어를 적어 보내면 그중에서 당첨자를 뽑는 이벤트였다. 상술이 늘 그렇듯이 이런 이벤트는 중복참가가 가능했다. 그래서 킵은 동네에서 팔리는 비누 포장지를 몽땅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결국, 5,000여 장의 포장지에 각기 다른 표어를 써서 응모를 마친 킵. 이제 당첨자 발표를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운명의 당첨자 발표날….


킵은 당첨이 됐다(작의적이라 생각하는가? 킵은 주인공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하지만 문제는 중복 당첨자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중복 참여가 가능했으니 같은 표어를 쓴 사람도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결국 비누 회사는 선착순의 원칙으로 가장 먼저 우편을 보낸 이를 당첨자로 선정했다. 그리고 나머지 중복 당첨자(킵을 포함한) 들에게는 실제 우주에서 쓰였던 우주복(말하자면 중고다) 을 선물로 배송한다. 


자 이제 킵에게 우주복이 생겼으니 제목처럼 출장을 가야 할 때다. 그런데 킵이 받은 우주복은 사용한지 오래돼서 그런지 여기저기 하자가 많았다. 하지만 우주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킵은 온갖 지식을 끌어 모아 우주복의 하자를 하나씩 고쳐가며 정말이지 우주 출장까지 가능한 우주복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킵은 곧 들어갈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차피 우주에 가지도 못할 우주복이 대학 등록금보다 중요하진 않았기에 킵은 우주복을 되팔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냥 보내기엔 아쉬우니 마지막으로 우주복을 입고 놀아보자는 생각에 킵은 우주복을 입고 동네에서 우주인이 된 듯 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교신 장치를 사용한 킵의 신호를 누군가 받았는지 하늘에서 우주선 한 대가 내려온다. 그리고 외계인으로 보이는 생명체가 등장하더니 킵을 공격한다. 그리고 킵이 그토록 바라던 우주로 킵을 납치해 떠나버린다. 


킵을 납치한 것은 우주 해적으로 불리는 벌레 머리였다. 그리고 킵에 앞서 벌레 머리 무리에 납치당한 이가 또 있었는데 그건 바로 지구 소녀 피위와 우주 경찰 엄마 생물이었다. “이름이 뭐 이따위야?”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보통 우주생명체의 이름이 E.T를 제외하고는 '똥더츄볌냡러춥'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엄마 생물'은 꽤 괜찮은 작명이다. (부르기도 쉽다. 아니라 생각하면 '똥더츄볌냡러춥'을 발음해보자. 지금 당장!) 

아무튼 킵과 피위, 그리고 엄마 생물은 서로 의기투합하여 벌레무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런 소설이 늘 그렇듯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그들은 명왕성(지금은 태양계에서 퇴출을 당했다.) 을 넘어 마젤란 성운까지 여행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통 SF소설이라고 하면 어려운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더 어려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앞서 이야기한 스토리처럼 전혀 어렵지 않고 그야말로 청소년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그러니 전혀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2. 

 이 소설은 몇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정말 좋은 SF 입문서라는 점이다. 사실 한국에서 SF소설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마션>이 예외적인 히트를 기록하긴 했지만, 세계적인 SF영화 <스타워즈>도 한국에만 오면 힘을 못 쓰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SF 콘텐츠는 아직 주류로 인정받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SF 장르에는 기본적인 장벽이 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 순서를 외우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온갖 과학지식이 잔뜩 펼쳐지는 SF소설은 시작하기에 앞서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SF소설이 주는 매력을 그것만으로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점이 많다. 그렇기에 좋은 입문서를 찾아보아야 할 터인데 이 책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어렵지 않다. 소위 말해 현실성보다는 뻥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59억Km 정도 떨어져 있는 명왕성은 하루면 이동하는 기술을 상대성 이론을 들어 잠시 설명하고는 곧장 다시 뻥을 치기 시작한다. 아무렴 어떠랴, 우리는 한시간만에 여기에서 여기까지 왔다! 하고 말하는 식이다. 

 

예를 조금 더 들어보면 "별은 생명의 원천이다. 행성은 그저 생명이 담긴 그릇일 뿐이다. 별을 없애버리면 행성은 점점 차가워지고 차가워지고 더 차가워질 것이다." 이런 부분이 있다. 행성의 파괴를 다루고 있는 부분인데 여기서 어렵게 말하자면 별이 사라지면 태양 빛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한없이 어렵게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원인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이라고 말하는 방식인 것인데 이 점이 독자들의 눈길을 쉬이 잡아두는 포인트가 된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이 소설이 SF소설이라는 우주복을 입은 성장소설이라는 점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를 보면 주인공인 고등학생 킵이 한 가지 꿈을 가진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려 애쓴다. 그러는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 꿈을 이룬다. 


이렇듯 이 작품은 성장소설의 기본 원칙이라고 할만한 부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 과정과 배경이 우주라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성장소설로 볼 수 있다. 이런 성장소설을 끝까지 보고 덮을 때 느껴지는 감정 중 가장 큰 것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훌쩍 커버린 주인공을 보는 기쁨일 것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우주라는 공간을 넘나들며 꿈을 이룬 주인공의 모습이 등장하기에 기쁨의 스케일 또한 남다르다는 장점이 있다. 



3.

이 소설은 어떤 매개체의 폭발로 만들어진 우주에 있을까? SF적인 매개체를 여럿 들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소설에서 더 중요한 매개체는 ‘소년의 꿈’을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주인공 킵이 지구에 있든 명왕성에 있든 마젤란 성운에 있든. 그의 시간과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얼마만큼 성장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이와 같은 ‘소년의 꿈’이 만들어낸 우주에 한쪽에는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이 있다. 


<새벽의 약속>이 소설은 로맹 가리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그래서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 속 주인공(로맹 가리)은 가난한 어린 시절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한다. 로맹 가리의 어머니 니나는 로맹 가리가 꿈꾸는 모든 것을 전폭적으로 믿어주었고 할 수 있는 한 지원해주었다. 그런 어머니의 믿음을 바탕으로 로맹가리는 가슴 속에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어 보이는 꿈을 꾼다. 그리고 자신과 어머니를 위해 그 꿈으로 조금씩 다가간다. 결국 로맹가리는 어머니가 주문을 외듯 끝없이 말했던 외교관이 되고, 작가가 되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는다. 


오늘 이야기 한 이 두 권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화녕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가기 다른 방향을 향해 성장의 걸음을 내딛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성장의 속도를 쟨다면 어떤 숫자가 나올까?
또, 성장의 거리를 측정하면 어떤 숫자가 나오게 될까?” 


모두가 각기 다른 숫자판을 들게될 이 질문은 과학으로는 풀어내기 어렵다. 이 문제의 숫자를 풀어내는 것은 어쩌면 문학. 그안에 담긴 사람과 이야기만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주인도 외계인도 다르지 않다. 


Written by Dalmoon
1984romainga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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