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탈리아의 노래가 멈췄다. 그랜드 바자르의 중앙광장이었다. 아마도 그럴 것이었다. 있다고만 들었지 어디에 있는지. 또 실제로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곳이었다. 눈이 부실만큼 빛나는 의상을 입은 그랜드 바자르의 군중들. 정중앙에 거꾸로 박힌 거대한 원뿔 나팔. 그리고 울리는 탈리아의 노랫소리. 그 소리에 사람들은 넋을 잃은 듯 몰려들었다. 하지만 손이 닿을만큼 가까워질때면 일제히 걸음을 멈추었다. 얇은 거미줄에 걸린 나방들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 채, 여왕 거미만을 바라봤다.
탈리아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베야 역시 그 소리를 거역할 수 없으리라 직감했다. 그래서 걸음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다 몇번이고 무릎을 꿇었다. 베야의 뒤를 따라오던 람바 할아버지는 눈썹을 아래로 끌어 내렸다.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발걸음이 멈춘 것은 탈리아의 소리가 사라진 그때였다.
“영원한 노래는 없다는 듯.”
혹은 낮은 이들에게 들려줄 유희는 이것이 전부라는 듯 탈리아는 노래를 멈추었다. 그러자 광장에 빼곡히 모여든 이들은 일제히 흩어졌다. 누군가는 그것을 해방이라 불렀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베야는 뒤로 내달리는 사람들의 발에 치여 몇 번이고 몸을 휘청였다. 겨우 쓰러지지 않았던 건 람바 할아버지의 등때문이었다. 넓고 거대한 등. 그것이 베야를 지켜주었다.
"이런 곳에 오는 게 아니었어.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냐?"
람바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베야는 입을 다물고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들리는 걸 어떻게 해요. 들리는 걸."
람바 할아버지의 등이 크게 오르고 또 내렸다. 그러더니 베야를 들쳐 업고 걸음을 옮겼다. 베야는 여전히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엄마래요. 할아버지. 엄마가 뭐에요? 무서운 거에요?"
람바 할아버지는 등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걸음을 멈췄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도 듣지도 말거라."
람바 할아버지는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등에 땀이 올랐다. 어느새 남방은 틈없이 젖었고, 베야는 잠인지 정신을 잃은 것인지 더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들리는 것이라곤 그저 할아버지의 거친 숨소리가 전부였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