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날 이후, 베야는 매일 밤 꿈을 꾸었다. 한 여인이 탈리아의 귀에 닿는 거대한 나팔에 소리치고 있는 꿈이었다. 여인은 그 앞에서 기도하듯 무릎 꿇은 채 울고 있었다. 거대한 원뿔 나팔 안으로 그녀의 침과 눈물이 흘렀다. 그것 역시 탈리아의 귀에 닿으리라. 베야는 마른 침을 삼켰다. 나팔을 쥔 여인의 손에 힘줄이 올랐다. 그럴수록 마른 손톱은 조각나 떨어졌다. 나팔에는 아무런 생채기도 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여인은 뭔가 계속 입을 벌린 채 말을 잇는데 베야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원뿔 나팔. 아니, 탈리아의 귀가 여인의 목소리를 한 호흡에 빨아들인 것 같았다. 베야는 웅크린 여인의 뒤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입을 벌려 말을 건넸다. 또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혀와 입술은 움직이는데 소리가 나질 않았다. 베야는 힘을 모아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숨만 터져 나왔다. 베야가 걸음을 멈췄다. 여인의 바로 뒤였다. 베야는 왼손을 여인의 어깨에 올렸다. 가죽은 애당초 없었다는 듯 어깨뼈가 느껴졌다.
"베야."
베야는 깜짝 놀라 손을 뗐다.
“제가 누군지 어떻게 알아요?”
베야가 물었다. 여인의 흐느낌이 멈추었다. 베야는 여인의 대답을 듣기 위해 옆으로 발을 떼었다. 그 순간, 여인의 팔이 베야의 걸음을 막았다. 베야는 멈춰 섰다. 여인은 웅크린 몸을 펴며 천천히 나팔에서 입을 떼었다. 광장에 바람이 불었다. 돔으로 된 천장과 두꺼운 벽, 그리고 거대한 문으로 막힌 광장 안에 바람이 닿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바람이 불었다. 그건 진실이었다. 바람에 여인의 옷자락이 날렸다. 그건 증거였다. 여인은 허리를 곧게 폈다. 그러자 지하 깊숙한 곳에서부터 노랫소리가 터지듯 올라왔다. 탈리아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시장의 목소리였다. 그 아찔한 시간의 소리에 베야는 현기증이 올라 무릎을 꿇었다.
“베야, 나의 베야.”
이번엔 여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탈리아의 노랫소리였다. 정신을 잃을뻔한 베야는 겨우 몸을 지탱했다. 그 사이, 바람과 모래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여인의 흔들리던 옷자락도 잦아 들었다. 여인의 몸을 감싸던 비단이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비단 장수가 그것을 집어 갔다. 팔겠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비단 장수는 그것을 집어 갔다. 그래도 되는 곳이었다.
그랜드 바자르는.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