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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Oct 19. 2024

【소설】
놀러 오세요, 담담 놀이터에 #3.

알.아.맞.춰.봅.시.다


 5.

 "엄마는 왜 이리 높은 곳에 터를 잡으신 거야? 단군 할배처럼 부동산 사기라도 당한 거야 뭐야…. 힘들어 죽겠어."


 유연은 아무도 못들을 불만을 쏟아냈다. 게다가 지독한 길치였던 탓에 몇 번이나 헤매고 나면 또 원래 자리였다. 미로에라도 빠진 것일까? 라고 생각을 할 때면 유연의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여긴 일방통행 길이야 유연아…." 길치 유전자는 대체 누구한테 받은 것일까? 생각해 보면 아빠나 엄마는 늘 길을 잘 찾았다. 물론 외지에서는 예외였지만, 당신께서 살던 마을은 큰길부터 작은 골목까지 모르는 길이 없었다. 마치 동네를 처음 설계라도 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반면 유연은 이사를 하면 회사에서 집으로 오는 길도 몇 달은 지나야 겨우 익힐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유연을 도와준 것은 할아버지였다. 언제나 유연이 내리는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정거장에서 유연을 기다려준 할아버지. 그 덕에 유연은 길치임에도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믿을 건 할아버지뿐이었다.


 "어디 보자, 여기 지도가 분명히 있었는데…." 유연은 가방을 뒤져 노트 사이에 끼워둔 지도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노트 사이에 있다는 것은 가정일 뿐이었다. 유연은 사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데다 정리며 정돈이며, 그런 종류의 일은 어린아이에게 가까울 정도로 잘 못했다. 유연은 가방 속 짐을 다 꺼내고 나서야 겨우 지도를 캐리어에 넣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도가 없으면 목적지에 갈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캐리어를 열었다. 긴 여행이 될 것이라 예상하며 챙겨 온 짐은 캐리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금 필요한 건지도 한 장인데, 뭘 이리 많이 챙겨 왔을까?"


 유연은 짐을 꺼내며 생각했다.



 캐리어에 든 짐을 거의 다 꺼낼 때쯤 유연은 구석 어딘가에 박혀 있는 지도를 발견했다. 그 지도는 교월리의 오래된 지도였다. 아직 다리가 생기기 전에 그려진 것이었는지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가구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많은 것이라곤 초록색 빼곡한 나무들뿐이었다. 할아버지는 유연이 떠나오기 전, 이 지도를 건네며 말했다.


 "요즘은 뭐 지도도 다 스마트폰으로 보긴 하더만. 그래도 초행길은 조금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둘러보는 게 좋으니까."


 아직도 할아버지는 유연을 다 알지 못했다. 유연은 스마트폰의 지도와 최첨단 GPS, 혹은 안내견 여섯 마리가 주변을 호위해도 길을 잃을 인물이었다. 하지만 유연은 할아버지의 말이 퍽 마음에 들어 지도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곧장 지도를 구겨 버렸다.


 "이 망할 할배가!!"


 지도는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정말이지 유연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대에 그려진 지도, 아니 약도 수준도 못 되는 그림이었다. 거기에는 대강 그린 동그라미 하나와 중앙에 있는 광물, 그리고 그 위쪽 어딘가에 엑스 표시를 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엑스 표시에는 할아버지의 필체로 "여기가 거기!"라고 적혀 있었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이렇게 교훈을 주시네? 우리 할배가?"


 유연은 지도를 대강 구경 가방에 넣고는 고개를 들었다. 여러 갈래의 길. 선택은 자유였다. 그건 어쩌면 형편없는 지도가 주는 선물인지도 몰랐다. 좋게 생각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유연은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골목길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느.곳.으.로.갈.까.요.알.아.맞.춰.봅.시.다.딩.동.댕.동"


 끝이 아니었다.


 "댕.동.딩.댕.동!"


 바로 저기군. 제일 높은 곳에 있다고 했으니 일단 올라가 보는 거야. 아니면 다시 내려오지, 뭐. 아자!

 힘껏 외치는 유연의 목소리 옆으로 세상에서 가장 유유자적한 몸짓의 생명체 하나가 걸어갔다. 유연은 급히 '만세' 하듯 뻗은 두 손을 내리며 몸을 낮췄다. 왠지는 모르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어? 저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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